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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분비교란물질 많이 섞이면 생리대로 생리불순 생길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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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불순 같은 부작용 논란이 일고 있는 생리대 '릴리안' 제품. [중앙포토]

생리불순 같은 부작용 논란이 일고 있는 생리대 '릴리안' 제품. [중앙포토]

깨끗한 나라의 생리대 '릴리안' 논란이 번지고 있다. 깨끗한 나라 측은 제품 기준을 준수해 제조했다고 하지만 일부 소비자가 릴리안을 사용한 이후 "생리일수가 짧아졌다"는 등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
깨끗한 나라 측은 소비자 의혹이 제기되자 환불 방침 발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까지 검사에선 이상이 없었다"면서도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진 만큼 추가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슬기 분당서울대 산부인과 교수 인터뷰 #"총유기화합물에 장기 노출된 여성, 생리주기 짧아" #에탄올·벤젠 등 여성 생리와 가임력에 영향 #"생리대가 생리불순 부를 수 있다는 연구 아직 없어" #"생리 주기 21~35일 벗어나면 병원 가봐야"

릴리안을 썼다는 소비자 중에서 "생리량이 급격히 줄었다" "생리통이 심해졌다" "생리일수가 짧아졌다"는 주장하고 있다. 식약처는 이런 불안이 제기되자 23일 낸 보도자료에서 "지난 4~5월 시행한 품질 관리 검사에 릴리안 생리대  4가지 품목이 포함됐으며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릴리안 생리대를 추가로 수거해 살에 닿는 면의 색소, 폼알데하이드, 형광증백제 등의 검출이 기준치를 초과하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식약처의 조사는 9월 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말 생리대로 인해 생리 불순 등 현상이 생길 수 있을까. 중앙일보가 김슬기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에게 독자의 궁금증을 물어봤다. 김슬기 교수는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학술위원과 대한가임력보존학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생리대에 폼알데하이드 등 유해 성분이 많이 들어가면 생리에 영향을 미치나.
생리대에서 검출되는 특정 물질이 여성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국내외에서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른바 '내분비교란물질'(EDC, Endocrine Disrupting Chemical)에 오래 노출되면 생식과 관련된 호르몬 분비를 교란해 난임이나 생리 주기 변화가 있을 수는 있다. 폼알데하이드와 아세트알데하이드 등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이 인체의 호르몬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표적 내분비교란물질이다. 이런 물질이 포함된 불량한 생리대를 장기간 쓸 경우 부작용 가능성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내분비교란물질이 생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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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연구가 있었나.
2002년 12월 대만에서 나온 연구가 한 예다. 액정표시장치(LCD,  Liquid Crystal Display) 생산 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 폐경 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생리 주기가 단축되는 위험이 높다는 내용이다. 생리통이 심해지는 것에 대해선 연구로 증명된 건 없다.
김슬기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슬기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어떤 물질이 생리에 영향을 미치나.
에탄올·벤젠·스타이렌 등이다. 스타이렌이 생리 이상과 가임력 감소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 포유동물에서 생식호르몬 분비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에탄올과 벤젠도 배란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 분비를 감소 시킨다. 특히 벤젠은 배란 전후에 분비되는 호르몬(에스트라디올, 난포 자극 호르몬, 프로게스테론) 분비를 감소시켜 생리 주기를 단축시킨다. 

김 교수가 생리를 교란하는 물질로 지목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은 식약처의 릴리안 추가 조사엔 포함돼 있지 않다. TVOC는 페인트·접착제·건축자재· 세척제 등에 들어가는 물질이다. 벤젠·톨루엔·에틸렌·아세트알데하이드 등 수만 가지의 화합물을 총칭한다.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노출되면 피로감·두통·구토·현기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깨끗한 나라는 릴리안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릴리안이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안전한 제품"이라고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홈페이지 캡처]

깨끗한 나라는 릴리안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릴리안이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안전한 제품"이라고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홈페이지 캡처]

생리불순·가임력 외에 또다른 문제는 없나.
2004년 미국에서 유기화합물 노출 양과 암 발생과의 관계를 발표한 연구가 있었다. 이에 따르면 유기화합물에 많이 노출될수록 피부암과 여성 생식기 암 발병도 높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온 연구 대부분은 생리대에 관한 것은 아니다. 액정표시장치 생산 노동자에 대한 것이다. 
산부인과를 찾아야 하는 생리 이상 증상은.
여성에게 생리는 여성 건강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 유방암·골다공증·난임과 연관이 있다. 생리와 관련한 여러 지표가 정상 범위를 벗어날 땐 진료를 받아야 한다. 생리 주기가 21~35일, 생리일수가 3~7일, 하루 생리량이 20~80㎖  범위를 벗어나면 산부인과 진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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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한 여성단체는 릴리안 등 10여 개 생리대를 자체적으로 분석해 TVOC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TVOC를 생리대에서 규제하는 국가는 아직 없다. "생리대를 통해 어느 정도 노출되는지,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 등에 대한 연구 결과가 없어서"라는 것이 식약처 설명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10월 이후 생리대에서  TVOC 기준치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 과제로 선정한 데는 미국의 여성 환경단체인 '우먼스보이스'가 2014년 ‘미국내 유통 생리대 유해물질 분석결과(스틸렌, 톨루엔, 클로로포름 등 휘발성유기화합물)’를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식약처 김강현 주무관은 "연구 과제를 선정해 진행할 당시에는 국내에서 문제 제기가 나온 건 없었다. 외국의 사례를 계기로 연구에 착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내년 11월까지 진행된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23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에서 "생리대 위해성에 대한 연구를 최대한 앞당겨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영·정종훈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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