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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효과 … 시중은행, 대출 늘리고 수수료 깎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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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예상을 뛰어넘는 인터넷은행 흥행 돌풍이 금융권을 흔들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이용 편의성과 금리·수수료를 무기로 고객들을 끌어모으자 시중은행도 반격에 나섰다. 불붙은 가격·서비스 경쟁에 소비자는 이익이다.

국민, 전신료 1000원으로 해외송금 #신한, 신용대출 한도 1억으로 상향 #농협은 직장인 대출 2억까지 계획 #우리, 최고 연 7% 주는 적금 선보여

대표적인 영역이 해외송금 수수료다. 국민은행은 22일 동남아시아 15개국에 송금수수료 없이 전신료 1000원만 내면 자동화기기(ATM)를 통해 송금할 수 있는 ‘KB 원 아시아 해외송금’ 서비스를 출시했다. 기존 5000원이던 전신료를 5분의 1로 낮췄다. 여기에 기존 건당 18달러였던 중개수수료(받는 사람 부담)까지 10달러로 내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동남아로의 송금은 시중은행권에서 가장 저렴한 수수료”라며 “향후 미주 등 다른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인터넷·모바일을 이용한 해외송금 수수료를 연말까지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500달러 이하면 송금수수료 2500원, 3000달러 이하면 5000원이고 전신료(8000원)도 면제해준다. 다만 중개수수료는 받는 사람이 부담해야 한다.

시중은행이 해외송금 고객 잡기에 열 올리는 건 카카오뱅크의 ‘해외송금 수수료 10분의 1’ 전략에 기존 고객을 빼앗길 위기여서다. 카카오뱅크는 글로벌 씨티그룹과 제휴를 통해 미국 등 19개국에서 추가 수수료 없이 5000원(송금액 5000달러 초과시 1만원)에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기존 ‘송금수수료+전신료+중개수수료+수취수수료’의 복잡한 구조였던 은행권 해외송금 수수료를 송금수수료 하나로 일원화하면서 대폭 낮췄다.

신용대출 시장도 경쟁이 치열하다. 주로 우량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신용대출의 한도를 각 은행이 앞다투어 올려 잡고 있다. 앞서 케이뱅크가 금리 2.66%에 최대 1억원까지 빌려주는 ‘직장인K신용대출’로 인기를 끈데 이어, 카카오뱅크가 금리 2.84%에 1억5000만원 한도인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을 선보인 영향이다. 신한은행은 ‘신한 S드림 신용대출’의 모바일 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높였고, 우리은행도 ‘위비 직장인·공무원 대출’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했다. 농협은행은 현재 5000만원 한도인 ‘신나는 직장인 대출’의 인터넷·모바일 가입한도를 조만간 2억원으로 대폭 높일 예정이다.

적금 상품 중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상당히 높은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제휴형 신상품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의 ‘위비라이프 G마켓·옥션 팡팡적금’은 G마켓·옥션 결제실적이 가입기간 중 월 20만원 이상이면 최대 연 5.5%의 우대금리를 주는 6개월짜리 적금 상품이다. 기본금리(연 1.5%)를 포함하면 최고 연 7%까지도 가능한 셈이다. 국민은행이 최근 출시한 ‘KB티몬적금’(6개월 만기)은 금리는 최고 연 2%이지만 만기금액 일부를 온라인 쇼핑몰 티몬에서 쓸 수 있는 티몬캐시로 전환하면 그 금액의 5%를 추가로 제공한다. 기본금리는 카카오뱅크(1년제 2.2%)만큼 높게 주지는 못하지만 높은 우대금리로 젊은 고객들에 다가가는 상품이다.

카카오뱅크의 ‘메기 효과’로 촉발된 은행권 경쟁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의견이 엇갈린다. 이병건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뱅크가 해외송금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아직 가격(금리·수수료) 경쟁 위주”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카카오뱅크 역시 금리와 수수료 쪽을 상당 부분 정상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경쟁은 카카오뱅크 메기효과의 일부일 뿐”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각 은행이 어떻게 소비자 친화적인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냐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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