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폭발사고 발화점은 탱크 내부 2층, 원인은 전기스파크 일 가능성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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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창원해양경찰서에서 김태균 남해해경 수사정보과장이 폭발 사고가 발생한 탱크 내부 위치도를 보여주고 있다. 위성욱 기자

22일 창원해양경찰서에서 김태균 남해해경 수사정보과장이 폭발 사고가 발생한 탱크 내부 위치도를 보여주고 있다. 위성욱 기자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의 발화지점은 탱크 내부의 2층이고, 발화원인은 전기스파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해경이 수사하고 있다.

해경, 22일 기자간담회 열어 폭발사고 발화점 2층으로 추정 #발화 원인은 전기 스파크일 가능성에 무게두고 수사 #폭발사고 일으킨 유증기가 왜 제대로 배출 안됐는지 집중조사 #

22일 창원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폭발사고가 난 RO(잔류기름)탱크는 가로 7.3m, 세로 3.7m, 높이 10.5m 크기로 제일 위쪽부터 1·2·3층으로 구분된다. 사망자 4명 중 3명은 3층에서 1명은 1층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폭발에 의한 화재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폭발 이후 산소 고갈로 질식사 한 것인지 아니면 특정 가스나 화상으로 사망한 것인지는 추가 확인 중이다.

해경은 현재 폭발사고의 발화원인이 전기스파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탱크 내부에서 전기가 사용된 곳은 방폭등(폭발을 방지하는 등)이 유일하다. 작업할 때 조명 역할을 하는 이 방폭등은 1층에 1개, 2층에 2개, 3층에 1개가 각각 설치돼 있었다.

해경이 공개한 사고 탱크 내부 위치도. 위성욱 기자

해경이 공개한 사고 탱크 내부 위치도. 위성욱 기자

해경은 2층 방폭등 1개만 깨져 있고 이 방폭등과 연결된 전선의 피복이 훼손된 것이 이번 사고와 연관이 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1차 현장감식 결과 2층의 방폭등이 깨져 있고 그 방폭등과 연결된 전선의 피복이 훼손돼 있어 이것이 전기스파크를 일으킨 원인인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장에서 개인이 사용한 개인등도 발견됐는데, 여기서도 전기 스파크가 발생할 수 있는지 국과수에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고 말했다.

해경은 또 폭발사고의 발화물질인 유증기가 왜 실내에 가득 차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탱크에는 내부의 유증기 등을 밖으로 빼내는 팬이 2대 있고, 외부에서 내부로 공기를 불어 넣는 팬 1대가 있다. 이 팬과 팬에 연결된 연결통(자바라)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면 유증기가 쌓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가족들도 이날 장례식장에서 해경을 만나 “이 팬과 연결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유증기가 탱크 내부에 가득 찼고, 이것이 결국 폭발 사고로 연결됐다”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21일 STX조선해양이 건조 중인 선박에서 해경 등이 폭발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1일 STX조선해양이 건조 중인 선박에서 해경 등이 폭발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해경은 이날 오전 9시쯤 STX조선해양 안전관리팀 등 안전담당 부서와 STX 협력업체인 금산기업 본사와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했다. 해경은 압수 수색에서 도장 작업과 안전관리 매뉴얼 자료 등을 확보했다. 사고의 원인과 안전관리 부실 등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또 숨진 근로자 4명이 ‘금산기업 소속이 아니라 금산기업으로부터 재하청을 받은 업체 소속이었다’는 것과 ‘회사측이 안전 교육이나 안전장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노동단체의 주장이 나와 근로계약서나 안전보건조치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해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이날 창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숨진 근로자들은 도장 작업시 유해가스 흡입과 피부 접촉을 차단할 수 있는 송기 마스크 대신 착용이 금지된 방독마스크를 지급받아 착용하는 등 적정 보호구를 지급 받지 않았다”며 “회사측이 특별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환기상태가 불량한데도 작업허가를 해 이같은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해경 관계자는 “21일 현장 감식, 22일 사망자 부검, STX와 금산기업 압수 수색 등으로 다양한 자료를 확보한 만큼 하루 빨리 사고 원인 등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창원해양경찰서에서 열린 STX 폭발사고 브리핑 장면. 위성욱 기자

22일 창원해양경찰서에서 열린 STX 폭발사고 브리핑 장면. 위성욱 기자

앞서 지난 20일 오전 11시37분쯤 STX조선해양에서 건조중이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안 RO 탱크에서 폭발이 발생해 내부에서 도장작업 중이던 근로자 4명이 숨졌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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