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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마트서 장 보고 조리·식사까지, 원스톱으로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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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최근 새롭게 문을 연 스타필드 고양점과 롯데마트 서초점에는 공통점이 있다. 식재료를 구입한 곳에서 바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그로서란트’의 도입이다. 그로서리(grocery·식재료)와 레스토랑(restaurant·음식점)을 결합한 그로서란트에서는 원하는 고기나 해산물을 고른 뒤 물건 값에 일정 수준의 추가 요금을 내면 즉석에서 바로 조리한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조리를 해줄뿐더러 매장에 테이블까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식재료+식당 ‘그로서란트’ 속속 오픈 #스타필드·롯데마트점 비교해 보니 #고기·해산물 값에 조리 비용 추가 #스테이크 등 바로 즐길 수 있어

직접 고른 재료라 그 어떤 식당보다 믿을 만한 데다 일반 식당보다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과거에도 이런 형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수산시장이나 정육식당이 딱 이런 방식이다. 그런데 유독 최근 생긴 그로서란트에 대한 관심이 더 높다. 일부러 찾을 필요 없이 쇼핑 간 김에 쉽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식당과 비교해 보면 가장 큰 장점이 가격경쟁력이다. 스테이크(한우 1등급)는 조리비용을 포함해 200g 기준 2만~2만원대 중반 가격이면 먹을 수 있다. 스테이크 전문점보다 훨씬 저렴하다. 바닷가재도 마찬가지다. 그로서란트 매장에선 조리비용을 포함해 500g 안팎의 바닷가재 한 마리를 1만7300~3만원이면 맛볼 수 있다.

최근 문을 연 스타필드 고양점(8월 17일 프리오픈)과 롯데마트 서초점(7월 26일 오픈)에 가서 그로서란트 매장을 직접 체험하고 비교해 봤다.

어라, 술까지? 스타필드

스타필드 고양점 PK마켓 부처스테이블.

스타필드 고양점 PK마켓 부처스테이블.

바닷가재.

바닷가재.

스타필드 고양점이 프리오픈한 지난 17일 낮 12시 무렵 지하 1층 PK마켓을 찾았다. PK마켓의 시푸드바 수조에 있는 바닷가재를 골라 요리를 부탁했다. 조리비용 5000원을 포함해 총 3만원을 결제하니 진동벨을 줬다. 진동벨을 들고 스무 걸음쯤 걸으니 스테이크용 고기가 담긴 진열대가 나왔다. 시즈닝(향신료·허브로 미리 양념한 것)된 채 팩에 담겨 있는 스테이크용 등심을 골라 맞은편 ‘부처스테이블’로 향했다. 부처스테이블 계산대 옆엔 스테이크를 굽는 4대의 철판이 있고 여기서 요리하는 모습을 보며 식사할 수 있는 바와 테이블이 있다. 고기 값 1만7424원에 조리비용 8000원을 추가로 결제한 뒤 진동벨 하나를 더 받았다. 식품관을 구경하는 사이 바닷가재 조리 완료를 알리는 진동벨이 울렸다. 주문한 지 딱 20분 만이었다. 스테인리스 그릇엔 바닷가재와 함께 홍합·바지락, 감자튀김까지 수북하게 담겨 있었다. 콜슬로(양배추샐러드)와 2종의 소스도 함께 제공했다. 스테이크는 바닷가재를 다 먹을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주문 전 문의했을 때 10~15분 정도 소요된다던 안내와는 달리 주문 30분 만에 진동벨이 울렸다. 하얀 그릇엔 스테이크와 숙주볶음, 단호박·통마늘·파프리카·브로콜리구이, 3종의 소스가 담겨 있었다. 시푸드바와 부처스테이블 모두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어 와인·맥주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다만 포장은 불가다.

선택의 폭 넓은 롯데

롯데마트 서초점 스테이크 스테이션.

롯데마트 서초점 스테이크 스테이션.

같은 날 오후 5시30분 롯데마트 서초점을 찾았다. 지하 2층 식품관으로 내려가자 고기 굽는 냄새가 났다. 냄새를 따라가자 스테이크 스테이션이 나왔다. 먼저 조리공간 옆쪽의 진열대에서 스테이크용 고기를 골랐다. 1500원의 조리비용과 함께 고기 값을 결제하고 진동벨을 받았다. 스타필드의 시푸드바에선 바닷가재만, 부처스테이블에선 양념된 스테이크만 즉석 조리해 주는데 이곳에선 양념된 불고기도 1500원만 추가하면 덮밥이나 버거로 만들어 준다. 좀 더 메뉴가 다양한 셈이다.

다시 걸음을 옮겨 안쪽에 자리한 시푸드 스테이션에 갔다. 바닷가재를 주문하자 직원이 수족관 앞에 걸린 집게와 바구니를 가리키며 ‘직접 담아 오라’고 했다. 물에 젖는 건 둘째 치더라도 살아 있는 바닷가재를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2~3분쯤 수족관 앞에 서서 머뭇거리자 직원이 나와 바닷가재를 꺼내 갔다. 하지만 강점은 확실했다. 바로 종류다. 바닷가재는 기본이고 냉동새우, 조리하기 편하게 손질된 장어와 연어가 각각 팩에 담겨 있었다. 스테이크와 마찬가지로 조리비용은 팩당 1500원.

바닷가재.

바닷가재.

얼마 지나지 않아 스테이크 진동벨이 울렸다. 주문한 지 10분 만이었다. 1회용 용기에 스테이크와 아스파라거스, 채소볶음, 소스 2종이 담겨 있었다. 조리대 앞에 있는 플라스틱 1회용 포크와 나이프를 직접 챙겨 테이블로 돌아왔다. 고기는 큼직하게 썰어져 있었지만 한입에 넣기엔 컸다. 스타필드는 제대로 된 나이프를 줬지만 이곳에선 플라스틱 나이프로 힘겹게 썰어야 했다. 주문한 지 32분 만에 벨이 울렸다. 마찬가지로 1회용 용기에 바닷가재와 소금, 소스가 들어 있었다. 1만7300원으로 2만원도 되지 않으니 가성비만 따지자면 롯데마트가 훨씬 좋은 편이다. 게다가 포장도 된다.

그로서란트의 미래는 어떨까. 요리연구가 문인영씨는 “그로서란트는 레스토랑보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 내가 고른 신선한 재료로 요리해 주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다”며 “찾는 사람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2012년 국내에서 최초로 그로서란트 서비스를 실시한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의 고메이494가 1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한 예에서도 볼 수 있듯 장밋빛 미래만 낙관할 수는 없다. 음식 콘텐트 기획자 김혜준씨는 “더 많은 연령대를 흡수할 수 있는 메뉴나 다양한 서비스를 보완하지 않으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글=송정 기자, [사진 각 업체]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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