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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범’ 목소리의 공포, 딱 오프닝신까지 (리뷰)

중앙일보

입력


[매거진M] '장산범' 영화 리뷰 


감독‧각본 허정 출연 염정아, 박혁권, 허진, 신린아, 방유설, 이준혁 촬영 김일연 조명 김민재 미술 전수아 사운드 김석원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상영 시간 100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8월 17일

'숨바꼭질'(2013)로 데뷔한 허정 감독의 두 번째 호러 '장산범'. 주인공(염정아)의 딸 준희(방유설, 사진 왼쪽)와 같은 이름의 정체 불명 소녀(신린아, 사진 오른쪽)가 등장하며 '목소리의 공포'가 엄습한다.

'숨바꼭질'(2013)로 데뷔한 허정 감독의 두 번째 호러 '장산범'. 주인공(염정아)의 딸 준희(방유설, 사진 왼쪽)와 같은 이름의 정체 불명 소녀(신린아, 사진 오른쪽)가 등장하며 '목소리의 공포'가 엄습한다.

★★☆ 오프닝 신은 제대로 홀린다. 한밤중 인적 드문 산속에서 죄를 짓고 돌아서는 남녀를, 결코 들려서는 안 되는 목소리가 붙잡는다. 그런데 그 음산한 목소리가 스크린 너머 관객의 귀까지 내리꽂힌다. 마치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생생하게. 목소리를 흉내 내 먹잇감을 홀린다는 호랑이를 닮은 존재 장산범 괴담을 소름 돋게 체험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사운드의 마법은 여기까지다.

5년 전 아들을 잃고 우울증을 앓는 희연(염정아)은 가족과 함께 괴담이 떠도는 장산 산골로 이사한다. 숲을 헤매는 소녀(신린아)이 잃어버린 아들 같다고 여긴 그는 소녀를 집에 데려오지만, 그때부터 가족이 하나둘씩 실종된다. 사람들이 사라질 때마다 그들을 약하게 만드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문제는, 정체불명의 사운드가 주는 공포를 충분히 느끼기도 전에 비주얼이 맥을 끊으며 끼어든다는 것. 목소리가 누군가를 홀릴 때마다 카메라는 어김없이 그 소리의 출처를 신속하게 ‘보여주는’ 과잉 친절을 베푼다. 목소리 자체의 효과도 그리 공포스럽지 않다.

'장산범'에서 아들 잃은 엄마 역을 맡은 염정아의 열연이 흡인력을 발휘하며 극을 지탱한다.

'장산범'에서 아들 잃은 엄마 역을 맡은 염정아의 열연이 흡인력을 발휘하며 극을 지탱한다.

딱 필요한 만큼만 작동하는 몇몇 설정도 몰입을 깬다. 희연의 애견 펜션에 사는 반려견들은 어떤 위급한 상황에도 짓지 않고 소품처럼 자리를 지킨다. 장산범에 관한 충고가 필요한 순간마다 나타나는 눈먼 무녀 역시 극 중 세계의 견고한 일부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후반부 장산범이 출몰하는 법칙도 일관성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잃어버린 아들에 대한 희연의 집착적인 모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자주 방치되는 딸 준희(방유설)는 감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평면적인 캐릭터로만 묘사한 것 역시 현실감을 갉아먹는다.

영화의 토대가 된 건 2013년 웹툰 소재로 활용되기도 한 부산 해운대 장산 지역에 대한 괴담. 장산범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풀기에는 무난한 만듦새일지 모른다. 주연배우 염정아와 박혁권의 호연도 흡인력 있다. 그러나 560만 관객을 오싹하게 만든 허정 감독의 데뷔작 ‘숨바꼭질’(2013)에 비하면 아쉬움이 크다. 그의 세 번째 괴담을 기다린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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