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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첨단 이지스함, 두 달 만에 또 상선과 충돌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 해군의 첨단 이지스함이 일반 상선과 충돌하는 사고가 두 달 만에 또 발생했다.
지난 6월 일본 해역에서 피츠제럴드함이 상선과 충돌해 7명의 사상자를 낸 이유에 대한 명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최대 1000km 떨어져 있는 항공기를 추적할 수 있는 최첨단 레이더 장비까지 갖춘 군함이 상선과의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이 미스터리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24분쯤 미 해군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인 ‘존 S.매케인’함(8300t급)이 싱가포르 동쪽 말라카 해협에서 라이베리아 국적의 유조선 ‘알닉MC’호(3만t급)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 7함대는 이 사고로 승조원 10명이 실종되고 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7함대 소속 매케인함, 10명 실종되고 5명 부상 사고 #“최첨단 장비 갖춘 군함이 느린 상선 왜 못 피했나”의문 # “당직 기능에 구멍”“젊은 장교들 훈련 부족” 등 추측 # 지난 6월 일본 해역 피츠제럴드함 충돌 원인도 불투명 #

말라카 해협에서 유조선과 충돌한 매케인함. 큰 충돌 흔적이 보인다. [말레이시아 해군 트위터 켭쳐]

말라카 해협에서 유조선과 충돌한 매케인함. 큰 충돌 흔적이 보인다. [말레이시아 해군 트위터 켭쳐]

충돌 사고 후 싱가포르 창이항에 도착한 매케인함의 측면에 큰 충돌 흔적이 남아 있다. [AFP=연합뉴스]

충돌 사고 후 싱가포르 창이항에 도착한 매케인함의 측면에 큰 충돌 흔적이 남아 있다. [AFP=연합뉴스]

7함대에 따르면 충돌은 매케인함이 싱가포르 소재 항구에 정박하기 위해 항해하던 중 발생했다. 7함대는 “심각한 손상으로 승조원 침상과 기계실, 통제실 등이 침수됐다”고 설명했다. 사고 후 싱가포르 창이항에 도착한 매케인함의 좌측 후미쪽에는 커다란 충돌 흔적과 구멍이 나 있었다. 네이비 타임스는 파손 상태로 봐서 알닉MC호의 뱃머리가 매케인함의 측면을 들이받았다고 보도했다. 알닉MC호는 길이 183m에 배수량이 매케인함의 3배가 넘기 때문에 충돌 때 매케인함이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신문은 추정했다.

매케인함이 유조선과 충돌한 사고 지점. [CNN 캡쳐]

매케인함이 유조선과 충돌한 사고 지점. [CNN 캡쳐]

미 언론들은 이번 충돌의 원인에 대해서는 대부분 매케인함 쪽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고가 난 말라카 해협은 전 세계 상선의 4분의 1이 이 해역을 통과할 정도로 혼잡한 지역이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이 해협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복잡한 해로다. 전 미 태평양사령부 연합정보국 작전국장이었던 칼 슈스터 하와이 퍼시픽 대학 교수는 CNN에 “이런 곳에서 항해할 때는 매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유조선의 경우 항로를 바꾸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매케인함쪽에 충돌의 책임이 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CNN의 군사 분석가인 릭 프랭코나는 “최첨단 장치를 갖춘 미 구축함이 어떻게 10노트 속도로 천천히 움직이는 3만t급의 상선의 움직임을 파악해서 피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현직 고참 장교의 말을 인용해 “매케인함 같은 전함의 야간 당직 책임은 종종 22∼24세인 젊은 장교가 지게 되는데 이들은 선교 내의 레이더 감시 장교나 선교 밑에 위치한 지휘센터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며 “이런 일련의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해외로 파견되는 젊은 장교들이 예전처럼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아야한다”는 현역 장교의 말을 전했다.
미 해군의 과도한 업무수행이 불러온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998∼2015년 미 해군의 군함 수가 20% 줄어든 반면 해외 파병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승조원들의 업무부담이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미 존 S. 매케인함과 충돌한 유조선 알닉MC호. [베슬파인더 자료사진 캡쳐]

미 존 S. 매케인함과 충돌한 유조선 알닉MC호. [베슬파인더 자료사진 캡쳐]

이날 사고가 난 매케인함은 지난 10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의 중국 인공섬 미스치프 암초 근해에서 ‘항해의 자유’ 작전을 실시하는 등 미 해군의 주력 전투함 중 하나다.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 의원의 조부와 부친을 기념해 명명했다.

미 해군 구축함이 태평양에서 상선과 충돌한 것은 올 들어 두번째다. 지난 6월 17일 새벽 이지스 구축함인 피츠제럴드함(9000t급)이 일본 인근 해상에서 필리핀 컨테이너선 ACX크리스탈호(2만9000t급)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승조원 7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 해군은 지난 17일 예비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피츠제럴드함 함장인 브라이스 벤슨 중령 등 지휘관 3명을 해임했다. 미 해군은 두 배가 충돌할 당시 피츠제럴드함에서 ‘상황인식(situational awareness)’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1차 결론 내렸다. 충돌의 책임이 피츠제럴드함에 있는지 여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지난 6월 17일 새벽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호가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인근 해상에서 필리핀 컨테이너 선박과 충돌해 손상된 모습. [연합뉴스]

지난 6월 17일 새벽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호가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인근 해상에서 필리핀 컨테이너 선박과 충돌해 손상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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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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