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강원도 철원에서 사격 훈련 중 사고로 두 명의 사상자를 낸 K-9은 국산 자주포다. 육군은 K-9외 K-55와 개량형인 K-55A1 등 두 종류의 자주포를 보유하고 있다. K-55 계열은 미국의 자주포인 M109를 국내에서 라이선스 생산한 자주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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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은 1999년 1000여 문이 백령도ㆍ연평도 등 서북 도서와 최전방 지역을 중심으로 배치됐다. 최대 사거리 40㎞와 빠른 발사 속도(분당 6발) 때문에 세계 정상급 자주포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 때문에 2001년 터키(10억 달러)와 2014년 폴란드(3억 1000만 달러), 올해 핀란드(1억 4500만 유로)와 인도에 각각 수출이 성사됐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1000대 생산, 4개국에 수출한 국산 자주포 #2009년 이후 잇따른 비리와 결함 발견돼 #현대 전쟁의 주력은 스스로 달리는 자주포
그러나 이번 사고로 K-9 수출길에도 먹구름이 끼게 됐다. 2009년 이후 잇따라 불량이 발생하고 납품 과정에서의 비리가 적발됐다.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때 당시 해병대가 연평도에 배치했던 K-9 6문 중 2문이 작동하지 못했다. 1문은 포사격 훈련 중 불발탄이 끼어 사격 불능 상태였고, 1문은 북한 포탄이 자주포 근처에 터지면서 그 충격으로 사격 통제장치에 이상이 생겼다. 지난해 국감에선 최근 5년간 1708회의 고장이 났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양욱 한국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K-9이 5년간 1700여 회 고장났다면 1대가 5년 동안 2번 미만 고장을 겪었다는 셈”이라며 “자가용도 5년 굴리다보면 연간 1~2번은 크고 작은 고장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사고 원인이 K-9 자체 결함일 수도 있지만 장약(추진제)의 불량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발 달린 포 ‘자주포’=대포는 발명 이후 강력한 무기라는 사실은 틀림이 없지만 약점이 있었다. 너무 무거워 이동이 어려웠다는 점이다. 오스만 투르크가 1453년 비잔티움 제국(동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할 때 사용한 대포는 길이가 8m가 넘었고, 무게는 19t이었다. 이를 수송하기 위해서 30대의 수레와 60마리의 소, 200명의 인원이 동원됐다. 17세기 30년 전쟁을 겪으면서 대포는 가벼워져 말들이 끌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장군들은 말보다 더 힘세고 더 빠르면서 거친 지형도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수단을 계속 찾았다.
최초의 자동차는 이런 과정에서 탄생했다. 1769년 프랑스에서 조세프 퀴뇨가 증긱기관을 이용한 ‘탈것’을 만들었다. 바퀴 3개짜리 이 운송수단은 대포를 옮길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속도는 시속 4~5㎞ 정도로 느렸고, 15분마다 물을 보충해줘야 했다. 차를 세우는 브레이크가 없고 조종이 힘들어 시험 주행 도중 벽에 부딪히는 사고를 냈다.
19세기 이후 내연기관이 발달하면서 점점 자주포의 형태가 갖춰졌다. 최초의 자주포는 1차 세계대전 때 영국 육군이 사용한 마크-1이었다. 1917년 나온 이 자주포는 최초의 탱크인 마크-1 위에다 포를 얹은 형태였다. 필요할 때 포를 탱크에서 내린 뒤 쏠 수도 있었다.
현대 전쟁에서 포병의 주력은 자주포다. 자주포는 스스로 움직이는(自走) 포다. 반대말은 견인포다. 트럭에 끌려 가는(牽引)포와 달리 자주포는 동력기관이 내장돼 다른 운송수단의 도움이 필요 없다. 요즘과 같이 정찰수단이 발달한 세상에서 한 곳에서 계속 머무르면서 포를 쏠 수가 없다. 바로 대포병 탐지 레이더나 무인정찰기(UAV)로 위치를 파악한 적의 대(對)포병사격으로 반격하기 때문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