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요즘 핫한 스타필드와 롯데 '그로서란트' 직접 체험해봤다

중앙일보

입력

최근 새롭게 문을 연 고양 스타필드 몰과 롯데마트 서초점에는 공통점이 있다. 식재료를 구입한 곳에서 바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그로서란트’의 도입이다. 

그로서리(grocery·식재료)와 레스토랑(restaurant·음식점)을 결합한 그로서란트에서는 원하는 고기나 해산물을 고른 후 물건 값에 일정 수준의 추가 요금을 내면 즉석에서 바로 조리한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조리를 해줄 뿐더러 매장에 테이블까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직접 고른 재료라 그 어떤 식당보다 믿을 만한 데다 일반 식당보다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과거에도 이런 형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수산시장이나 정육식당이 딱 이런 방식이다. 그런데 유독 최근 생긴 그로서란트에 대한 관심이 더 높다.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편의성이다. 일부러 노량진이나 정육식당을 찾을 필요없이 쇼핑간 김에 쉽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하나는 선택의 폭이다. 노량진에선 해산물만, 정육식당에선 고기밖에 먹을 수 없지만 그로서란트에선 푸드코트처럼 다양하게 골라 먹을 수 있다. 새로 생긴 깔끔한 고급 마트이니 가격이 더 비쌀 것 같지만 재료비 외에 요리를 위한 추가비용도 별로 비싸지 않다.

편한데 가격 경쟁력까지 

일반 식당과 비교해보면 가장 큰 장점이 가격 경쟁력이다. 스테이크(한우 1등급)는 조리비용을 포함해 200g기준 2만~2만원대 중반 가격이면 먹을 수 있다. 스테이크 전문점보다 훨씬 저렴하다. 예컨대 서울 한남동 '부첼리하우스'의 등심 스테이크 200g은 8만원이다. 바닷가재도 마찬가지다. 그로서란트 매장에선 조리비용을 포함해 500g 안팎의 바닷가재 한 마리를 1만7300원~3만원이면 맛볼 수 있다.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바닷가재를 파는 뉴욕바닷가재(550~700g 한 마리 5만5000원)와 비교해도 훨씬 저렴하다.
최근 문을 연 스타필드 고양점(8월 17일 프리오픈)과 롯데마트 서초점(7월 26일 오픈)에 가서 그로서란트 매장을 직접 체험하고 비교해봤다.

조리비용까지 포함해 1만7300원에 받아든 롯데마트 서초점의 바닷가재구이. 송정 기자

조리비용까지 포함해 1만7300원에 받아든 롯데마트 서초점의 바닷가재구이. 송정 기자

어라, 술까지? 스타필드

스타필드 고양점 지하 1층 'PK마켓'의 씨푸드바. 수조에 있는바닷가재를 고르면 즉석에서 요리해준다. 송정 기자

스타필드 고양점 지하 1층 'PK마켓'의 씨푸드바. 수조에 있는바닷가재를 고르면 즉석에서 요리해준다. 송정 기자

스타필드 고양점이 프리오픈한 8월 17일 정오 무렵 지하 1층 PK마켓을 찾았다. PK마켓의 씨푸드바 수족관엔 살아있는 바닷가재가 가득 들어있었다. 이중 한 마리를 골라 요리를 부탁했다. 조리비용 5000원을 포함해 총 3만원을 결제하니 진동벨을 줬다.

부위별로 스테이크용 고기가 담겨있는 진열대. 이곳에서 원하는 고기를 골라 맞은편 계산대에 가져가면 조리해준다. 송정 기자

부위별로 스테이크용 고기가 담겨있는 진열대. 이곳에서 원하는 고기를 골라 맞은편 계산대에 가져가면 조리해준다. 송정 기자

스테이크를구워주는부처스테이블은 철판과 바가 마주하고 있어 조리하는 과정을 눈으로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다.송정 기자

스테이크를구워주는부처스테이블은 철판과 바가 마주하고 있어 조리하는 과정을 눈으로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다.송정 기자

진동벨을 들고 스무 걸음쯤 걸으니 스테이크용 고기가 담긴 진열대가 나왔다. 시즈닝(향신료·허브로 미리 양념한 것) 된 채 팩에 담겨있는 스테이크용 등심을 골라 맞은 편 '부처스테이블'로 향했다. 부처스테이블 계산대 옆엔 스테이크를 굽는 4대의 철판이 있고 여기서 요리하는 모습을 보며 식사할 수 있는 바와 테이블이 있다. 고깃값 1만7424원에 조리비용 8000원을 추가로 결제한 후 진동벨 하나를 더 받았다. 식품관을 구경하는 사이 바닷가재 조리 완료를 알리는 진동벨이 울렸다. 주문한 지 딱 20분 만이었다.

바닷가재와 함께 홍합, 감자튀김, 코울슬로를 함께 준다. 송정 기자

바닷가재와 함께 홍합, 감자튀김, 코울슬로를 함께 준다. 송정 기자

스테인리스 그릇엔 바닷가재와 함께 홍합·바지락, 그리고 감자튀김까지 수북하게 담겨있었다. 코울슬로(양배추 샐러드)와 2종의 소스도 함께 제공했다. 스테이크는 바닷가재를 다 먹을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주문 전 문의했을 때 10~15분 정도 소요된다던 안내와는 다르게 주문 30분 만에 진동벨이 울렸다. 하얀 그릇엔 스테이크와 숙주 볶음, 단호박·통마늘·파프리카·브로콜리구이, 3종의 소스가 담겨 있었다. 씨푸드바와 부처스테이블 모두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어 와인·맥주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다만 포장은 불가다.

선택의 폭 넓은 롯데

롯데마트 서초점 지하 2층 식품관의 '스테이크 스테이션'. 한 팩당 1500원의 조리 비용을 추가로 내면 매장에서 구매한 고기를 구워준다.[사진 롯데마트]

롯데마트 서초점 지하 2층 식품관의 '스테이크 스테이션'. 한 팩당 1500원의 조리 비용을 추가로 내면 매장에서 구매한 고기를 구워준다.[사진 롯데마트]

같은 날 오후 5시30분 롯데마트 서초점을 찾았다. 지하 2층 식품관으로 내려가자 고기 굽는 냄새가 났다. 냄새를 따라가자 스테이크 스테이션이 나왔다. 먼저 조리공간 옆쪽의 진열대에서 스테이크용 고기를 골랐다. 1500원의 조리비용과 함께 고깃값을 결제하고 진동벨을 받았다. 스타필드의 씨푸드바에선 바닷가재만, 부처스테이블에선 양념된 스테이크만 즉석 조리를 해주는데 이곳에선 양념된 불고기도 1500원만 추가하면 덮밥이나 버거로 만들어준다. 보다 메뉴가 다양한 셈이다.

씨푸드 코너엔 바닷가재를 비롯해 연어, 새우, 장어 등도 준비돼 있다. [사진 롯데마트]

씨푸드 코너엔 바닷가재를 비롯해 연어, 새우, 장어 등도 준비돼 있다. [사진 롯데마트]

다시 걸음을 옮겨 안쪽에 자리한 씨푸드 스테이션에 갔다. 바닷가재를 주문하자 직원이 수족관 앞에 걸린 집게와 바구니를 가르키며 ‘직접 담아오라’고 했다. 물이 가득찬 수족관에서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꺼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물에 젖는 건 둘째치더라도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2~3분쯤 수족관 앞에 서서 머뭇거리자 직원이 나와 바닷가재를 꺼내갔다. 원하는 바닷가재를 물어본 후 직접 꺼내주던 스타필드의 친절함이 생각났다. 하지만 강점은 확실했다. 앞서 말한대로 바로 종류다. 바닷가재는 기본이고 냉동새우, 조리하기 편하게 손질된 장어와 연어가 각각 팩에 담겨있었다. 스테이크와 마찬가지로 조리 비용은 팩당 1500원.
얼마 지나지 않아 스테이크 진동벨이 울렸다. 주문한 지 10분 만이었다. 1회용 용기에 스테이크와 아스파라거스, 채소볶음, 소스 2종이 담겨 있었다. 조리대 앞에 있는 플라스틱 일회용 포크와 나이프를 직접 챙겨 테이블로 돌아왔다. 고기는 큼직하게 썰어져 있었지만 한 입에 넣기엔 컸다. 스타필드는 제대로 된 나이프를 줬지만 이곳에선 플라스틱 나이프로 힘겹게 썰어야 했다. 스테이크를 다 먹은 후에도 바닷가재 진동벨은 울리지 않았다.
주문한 지 32분 만에 벨이 울렸다. 마찬가지로 일회용 용기에 바닷가재와 소금, 소스가 들어있었다. 500g으로 비슷한 크기의 바닷가재가 3만원이었던 스타필드와 비교하면 1만7300원으로 2만원도 되지 않으니 절반이 조금 넘는 가격이다. 가성비만 따지자면 훨씬 좋은 편이다. 게다가 포장도 된다.

온라인과 경쟁 위한 고육지책  

그로서란트의 장점은 직접 재료를 고르면 조리까지 해준다는 점이다. 조리 과정도 직접 볼 수 있어 신뢰할 수 있다. [사진 롯데마트]

그로서란트의 장점은 직접 재료를 고르면 조리까지 해준다는 점이다. 조리 과정도 직접 볼 수 있어 신뢰할 수 있다. [사진 롯데마트]

이처럼 유통회사들이 앞다퉈 식품관에 그로서란트를 도입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점점 커지는 온라인 시장과의 경쟁을 꼽는다.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는 17일 프리오픈한 스타필드 고양점 기자간담회에서 “온라인에 빠진 고객이 오프라인으로 나와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이끄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방향성이 식품관에도 반영된 것이다. 실제 그로서란트는 식품 매출 발생 효과뿐 아니라 고객이 매장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 추가 매출 발생을 기대할 수 있다. 롯데마트 역시 국내 마트 최초로 그로서란트 개념을 도입한 이유로 온라인과의 경쟁을 꼽았다. 윤지윤 홍보팀 대리는 “최근 편의성을 무기로 한 온라인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 입장에선 온라인 시장의 편의성에 매력을 느끼는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기 위해 우리만의 강점이 필요했고 직접 식재료를 보고 구입하고 즐길 수 있는 그로서란트가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갤러리아는 못 넘은 그로서란트의 미래는

그로서란트는 식재료를 파는 공간뿐 아니라고른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먹을 수 있어 점점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스타필드 고양점은 부처스테이블의 규모르를 하남점보다2배 넓혔다.송정 기자

그로서란트는 식재료를 파는 공간뿐 아니라고른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먹을 수 있어 점점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스타필드 고양점은 부처스테이블의 규모르를 하남점보다2배 넓혔다.송정 기자

그로서란트의 미래는 어떨까. 아직은 도입 초기인 만큼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다. 요리연구가 문인영씨는 “그로서란트는 레스토랑 보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 내가 고른 신선한 재료로 요리해주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다”며 “또 내가 요리하지 않아도 되고 뒷처리도 편리해 찾는 사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이용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스타필드는 1년 전 하남점 오픈 당시 PK마켓 안에 그로서란트인 부처스테이블을 도입했는데 마켓 고객 10% 정도가 이용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때문에 고양점은 부처스테이블 규모를 아예 2배로 확대했다. 롯데마트 서초점은 오픈 한 달만에 주말엔 30분 이상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2012년 국내에서 최초로 그로서란트 서비스를 실시한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의 고메이494가 1년 만에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중단한 예도 있다. 음식 콘텐트 기획자 김혜준씨는 “유통업체들이 한 단계 높은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그로서란트를 도입하고 있지만 주요 고객은 좋은 걸 찾아 먹는 30~40대”라며 “앞으로 더 많은 연령대를 흡수할 수 있는 메뉴나 다양한 서비스가 보완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스테이크와 가재를 2만~3만원이면 먹을 수 있는데 #일부선 반주까지 곁들일 수 있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