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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순근의 간이역(5) 지옥훈련 받던 북파대원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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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부대 앞 해변. [사진 김순근]

실미도 부대 앞 해변. [사진 김순근]

지금 한반도는 미국과 북한의 극한 대치 속에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는 대북작전의 일환으로 김정은을 제거하는 참수작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실제 8월 말 열리는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에 대테러 전담 특수부대와 미 산악사단 부대가 대규모로 참가할 예정이어서 ‘참수작전’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판 참수부대'가 폭동일으킨 비극의 현장 실미도 #당시 훈련장 흔적 돌아보는 역사체험 여행지로 인기

그런데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목적의 참수작전이 계획된 적이 있다. 영화 ‘실미도’로 일반에 널리 알려진 ‘실미도 북파 부대’가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김정은 참수 부대의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실미도' 포스터. [중앙포토]

영화 '실미도' 포스터. [중앙포토]

‘한반도 8월 위기설’ 등 전에 없는 격동의 시기를 맞고 있는 8월은 46년 전 ‘실미도 사건’이 발생한 달이기도 해 한국판 참수 부대인 실미도 북파 부대는 되새겨봐야 할 가치 있는 과거사라 할 수 있다.

굴곡의 현대사 현장인 실미도를 찾아 북파 부대가 창설된 시대적 배경을 떠올리고 현재의 상황과  비교하며 우리 자신을 다잡아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한국판 참수 부대’ 훈련장소 

부대가 있던 자리엔 풀이 무성하다. [사진 김순근]

부대가 있던 자리엔 풀이 무성하다. [사진 김순근]

1968년 4월 창설된 실미도 북파 부대(일명 '684부대')는 같은 해 1월 김신조를 비롯한 북한의 특수부대 소속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서울에 침투해 ‘1·21사태’를 일으킨 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 창설되었으며, 북한에 잠입해 김일성을 죽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때문에 극단적 남북대치의 산물로 창설된 ‘김일성 참수작전’의 실미도 북파 부대와 작금의 북미 대치 속에 거론되는 ‘김정은 참수작전’의 미국 참수 부대는 그 배경이나 목적에서 유사점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밀물 때의 실미도. [사진 김순근]

밀물 때의 실미도. [사진 김순근]

실미도 북파 부대의 ‘참수작전’은 실행도 해보지도 못하고 많은 인명피해를 내는 비극적 결말로 끝났다.
북파 부대원은 1·21사태를 일으킨 북한 특수부대원 숫자와 같은 31명으로 구성돼 인천 무의도 옆 무인도인 실미도에서 지옥훈련을 받으며 인간병기로 길들여졌다. 훈련이 얼마나 혹독했는지 훈련중 모두 7명이 사망했을 정도.

북파 부대원들은 이후 남북간 화해 분위기 조성에 따라 북파가 지연되는 가운데 계속되는 혹독한 훈련과 열악한 보급및 보수미지급 등에 불만을 품고 1971년 8월23일 실미도 사건을 일으킨다. 북파 부대원들은 이날 오전 6시 기간병 24명중 18명을 사살한뒤 섬을 나와 버스를 탈취해 청와대로 가던중 출동한 군대가 저지하자 자폭해 24명중 20명이 현장에서 죽고, 나머지 4명은 1년뒤 사형되는 등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바위 등으로 된 해안은 걸어서 트레킹 할 수 있다. [사진 김순근]

바위 등으로 된 해안은 걸어서 트레킹 할 수 있다. [사진 김순근]

실미도는 무의도와 불과 100여 미터 떨어져 있는데, 매일 썰물때마다 두 섬을 이는 바닷길이 생겨 걸어서 오갈수 있다. 섬 대부분이 해발고도 80m 이하의 야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섬 둘레가 6km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크고 작은 바위와 개펄로 이뤄진 해안을 따라 섬을 트레킹 할 수 있는데 1시간 30분 정도면 섬을 한바퀴 돌수 있다.

실미도 사건 발생후 46년이 지나는 동안 실미도 주변은 말 그대로 상전벽해가 됐다. 배를 타고 가야했던 영종도에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고 육지와 다리가 놓여 자동차가 다니는 섬아닌 섬이 됐고 서울 도심과 영종도를 잇는 공항철도(서울역~인천공항역)도 운행하고 있는 등 이젠 고립무원의 섬이 아닌 언제든 마음 먹으면 갈수 있는 편리한 섬이 됐다. 특히 2003년 실미도 사건을 다룬 영화 ‘실미도’가 상영되면서 역사체험 여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미도 부대 앞 해변. [사진 김순근]

실미도 부대 앞 해변. [사진 김순근]

늦여름 휴가를 겸해 지인, 가족들과 실미도를 찾아 46년 8월의 긴박했던 현장을 떠올려보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김정은 참수작전’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눠보자.

섬 주변은 몰라보게 달라졌지만 실미도는 막사 등 훈련시설만 사라졌을뿐 46년의 세월속에 변함없는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24명의 부대원중 7명이 훈련중 사망할 정도로 생지옥 같았던 당시의 모습을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 평화로운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썰물때 징검다리가 드러나 걸어서 오갈 수 있다. [사진 김순근]

썰물때 징검다리가 드러나 걸어서 오갈 수 있다. [사진 김순근]

무의도의 실미해수욕장에서 손에 잡힐듯 바라보이는 실미도는 매일 썰물때면 바닷물에 잠겨있던 징검다리가 드러난다. 20m 남짓 짧은 징검다리를 지나면 단단한 모래톱이어서 신발이 더럽혀질까 걱정을 안해도 된다. 실미도 부대원들이 훈련을 받던 장소는 섬 뒤쪽에 있다. 섬에 들어선 뒤 왼쪽으로 계속 걸어가면 해변이 끝나는 지점에 영화 촬영지 안내판이 있는데 이곳에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유격훈련장은 사진촬영 명소로 변해 

영화 ‘실미도’는 상당부분을 실제사건이 발생한 실미도에서 촬영해 촬영세트장도 설치되었으나 영화 촬영후 세트장은 모두 철거되고 입구에 영화가 촬영됐다는 안내만 남아있다.

해변 오른쪽에 있는 특이한 바위. [사진 김순근]

해변 오른쪽에 있는 특이한 바위. [사진 김순근]

10분 정도 완만한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평탄한 숲길이다. 숲길을 조금 걸어가면 시야가 탁트인 능선 아래로 작은 해변이 펼쳐진다. 해변으로 내려가는 좌우 경사면은 막사 등의 건물과 북파 부대원들이 최종 목표로 삼았던 김일성 주석궁 축소도 등이 있던 장소로, 당시의 훈련장 흔적을 어렴풋이나마 떠올릴수 있다.축대만 남은 건물터, 고된 훈련후 타는 목마름을 달랬을 우물 등 당시를 떠올릴수 있는 흔적들이 조금씩 남아있다. 수중 훈련을 받았던 작은 해변은 평화롭기 그지없고 유격훈련이 펼쳐졌던 오른쪽의 기이한 바위는 관광객들의 사진촬영 명소가 됐다.

능선에서 바라본 해변 전망. [사진 김순근]

능선에서 바라본 해변 전망. [사진 김순근]

당시 실미도 부대가 있던 경사면과 해변까지 둘러보는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작고 텅빈 해변에 부대 자리에는 수풀만 무성하니 별로 볼것이 없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배경만 보고 주인공들을 빼놓았기 때문이다. 북파 부대원들의 거친 숨소리와 악에 받친 구호소리, 기간병들의 호루라기와 다그치는 고함소리, 바다건너 육지를 바라보며 가졌을 애타는 향수, 그리고 부대원들이 18명의 기간병들을 사살하는 비극적 사건 등 그날들을 떠올리며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대비한다면 좋은 교훈으로 다가올 역사의 현장이 될 것이다.

썰물로 바닷길이 난 실미도. [사진 김순근]

썰물로 바닷길이 난 실미도. [사진 김순근]

실미도는 썰물때에만 들어갈수 있어 물때를 확인하고 가도록 하자.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내 바다갈라짐 코너에서 실미도의 자세한 바다갈라짐 시간대를 알수 있다.

실미도 가는길

무의도 실미해변에서 바라본 실미도. [사진 김순근]

무의도 실미해변에서 바라본 실미도. [사진 김순근]

▶ 공항철도(서울역~인천공항역)와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인천공항역~용유역. 무료운행)를 연계해 이용하면 아주 편리하다. 공항철도 인천공항역 하차후 인천공항역 2층 자기부상철도 → 용유역 하차 → 도보 20분 →잠진도 선착장→카페리호 5분→무의도 도착후 실미도행 버스.

▶인천공항역에서 인천공항 3층 7번 승강장에서 222, 2-1번 버스를 타고 잠진도선착장으로 가도 된다.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선박에 자동차를 실을 수 있다.
▶무의도해운(032-751-3355)에서 잠진도~무의도간 선박을 운항하고 있으며, 운임은 왕복기준으로 중학생이상 3,800원(초등생 이하 2,700원), 승용차 승선료(왕복) 2만원.

김순근 여행작가 sk4340s@hanmail.net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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