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분규 못견디겠다" 한국네슬레 서울사무소 직장 폐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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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종합식품 업체인 네슬레의 한국법인이 노사 분규를 견디지 못하고 직장 폐쇄 조치를 단행했다.

50일째 노조가 파업 중인 한국네슬레는 파업근로자의 청담동 서울사무소 출입을 25일부터 막기로 하고 지난 22일 지방노동위원회에 이에 관한 직장 폐쇄 신고서를 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 들어 파업에 대한 대항조치로 직장 폐쇄를 한 외국계 기업은 KGI증권 등에 이어 5개사로 늘게 됐다.

회사 측은 "파업이 더 길어질 경우 청주 공장과 전국 영업점의 폐쇄 여부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네슬레 노조는 11.7% 임금 인상(회사 측은 5.25% 제시)과 함께 조합원의 이동.전환 배치 때와 외주.하도급을 줄 때는 노조와 합의할 것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7일부터 파업을 벌여왔다.

회사 측은 직장 폐쇄 신고서에서 "노조의 조업 방해 등 위법 행위로 손실이 크고, 직원들 간에 반목이 커지는 등 부작용도 생겨 파업 기간에 직장을 폐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이삼휘 사장은 "계속된 임금 인상 등으로 청주 공장의 커피 생산 원가가 이제는 독일 사업장보다 높아지기에 이르렀다"며 "여기에 인사권 등 경영권에 대한 합의를 요구하고, 고용 안정을 서면으로 보장해 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가 많아 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李사장은 "이런 노사 문화가 지속되면 외자 유치는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며 "외국계 기업들 사이에선 요즘 '한국 근무가 가장 힘들다'는 여론이 팽배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준호 노조 부위원장은 "회사 측이 대화와 교섭을 포기하고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며 "조합원 간의 분열을 조장하는 등 부당 노동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네슬레는 지난해 매출 규모 6백50억달러로 85개국에 5백여개 사업장을 둔 세계 최대 종합식품 업체다.

◆직장 폐쇄=법률(노동쟁의조정법)로 정한 사용자의 대항 수단이다. 노조 측의 파업 .태업에 대해 사측은 노조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사업장 출근 투쟁을 저지할 수 있다.

쟁의행위가 종료되면 노사관계가 회복된다는 점에서 폐업이나 집단 해고와는 다르다.

홍승일.강병철 기자

*** 반론보도문

8월 25일자 한국네슬레 서울사무소 직장폐쇄 기사와 관련해 네슬레 노동조합(위원장 전택수)은 노조 파업의 쟁점은 임금 인상안을 포함한 구조조정에 있으며, 노조가 주장하는 임금 인상안은 9.5%로 기사에 언급된 11.7%는 자동 승급분 2.5%가 포함된 것이라고 밝혀 왔습니다. 또 네슬레 노조는 전세계 사업장과 비교해 생산성이 높은 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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