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사러 우체국 앞 대기 중입니다"…새벽부터 줄선 '문재인 우표' 구매 행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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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번 고객님, 9번 창구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17일 오전 10시쯤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자 회사원 김미지(30)씨가 잰걸음으로 창구를 향해 걸어나갔다. 문재인 대통령 기념 우표를 사기 위해 김씨는 우체국 문이 채 열기도 전인 오전 8시쯤부터 줄을 섰다고 했다. 그는 "투표권을 갖고 나서 이번에 처음으로 내가 뽑은 대통령이 당선됐다. 여러모로 기념이 될 것 같아 오전부터 서둘러 우표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우체국에서 시민이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우표를 사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는 가운데 우체국 직원이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번호표를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우체국에서 시민이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우표를 사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는 가운데 우체국 직원이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번호표를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10시쯤 문 대통령 기념 우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건물 모퉁이를 돌고서도 줄은 길게 이어졌다. 홍상지 기자

17일 오전 10시쯤 문 대통령 기념 우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건물 모퉁이를 돌고서도 줄은 길게 이어졌다. 홍상지 기자

우정사업본부가 문 대통령의 취임 기념 우표 온·오프라인 판매를 시작한 17일 오전 광화문우체국 앞에는 사람들의 줄이 정문 모퉁이를 돌아 길게 이어졌다.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대기표는 360번대를 넘어섰다. 대기표를 나눠주던 우체국 직원은 "새벽부터 시민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고 들려줬다. 누군가는 직원을 향해 "이렇게 줄 서면 우표 받긴 하는 겁니까?"라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우정사업본부가 문 대통령 기념 우표 판매를 시작한 17일 아직 문 열지 않은 우체국 앞에 붙은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우정사업본부가 문 대통령 기념 우표 판매를 시작한 17일 아직 문 열지 않은 우체국 앞에 붙은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미 오전 9시30분쯤 문 대통령 기념 우표첩은 동이 나 우표를 사러 온 사람들은 우표첩 예약 구매서까지 작성하고 있었다. 경기도 동두천에서 왔다는 한모(67)씨는 "지난해 촛불집회를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촛불'이 만든 대통령인 만큼 기쁜 마음으로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우표를 사면 자식·손주들에게도 다 나눠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취임 기념 우표는 당초 2만 부를 발행키로 돼 있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자 1만2000 부를 추가 발행하기로 했다. 발행된 우표는 기념우표 500만 장, 소형시트 50만 장, 기념 우표첩 2만 부다. 특히 기념 우표첩은 문 대통령의 어린 시절부터 참여정부 및 제18대 대통령 후보 시절, 취임식 날 모습까지 담겨 있어 인기가 가장 높았다. 우표첩 발행 계획이 알려진 지난 9일부터 우체국 홈페이지에서는 사전 신청이 쏟아지고 '사재기' 현상도 일어났다. 결국 우정사업본부는 사전판매를 중단하고 우표첩의 1인 구매수량은 1인 1부로 한정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기념해 발행된 우표들. 김경록 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기념해 발행된 우표들. 김경록 기자

[중앙포토, 중고나라 캡처]

[중앙포토, 중고나라 캡처]

한때 20만원까지 치솟았던 제19대 대통령 취임 기념 우표첩. 현재 해당 판매 글은 삭제돼 있다.[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때 20만원까지 치솟았던 제19대 대통령 취임 기념 우표첩. 현재 해당 판매 글은 삭제돼 있다.[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카페 '중고나라'에서는 정식 판매가 개시되기도 전에 우표첩 판매 글이 올라왔다. 원래 정가는 2만3000원이지만 한때는 20만원까지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17일 "문재인 대통령 기념 우표첩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며 11만원에 물건을 내놨다.

'인터넷 우체국' 홈페이지는 17일 오전 접속 폭주로 사이트가 잠시 마비되기도 했다.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1~2위도 '문재인 우표' '우체국' 등 관련 단어가 차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네티즌들이 각자 사는 동네 총괄 우체국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네티즌들은 "동작우체국인데 오전 7시40분부터 줄 서서 번호 51번이다""강서우체국. 8시쯤 왔는데 대기표 100번 받았다" "이니 굿즈 한 번 사기 힘들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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