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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살충제 계란' 파동 개학 첫날 급식서 '계란요리' 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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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개학 한 경기도 수원 남수원중학교의 급식사진. 살충제 계란 파동에 오므라이스에 계란 부침을 뺀 채 급식했다. [사진 남수원중]

16일 개학 한 경기도 수원 남수원중학교의 급식사진. 살충제 계란 파동에 오므라이스에 계란 부침을 뺀 채 급식했다. [사진 남수원중]

16일 오후 1시 15분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남수원중학교 급식실. 개학 첫날인 이날 점심 급식식단 주메뉴로 오므라이스가 예정돼 있었지만, ‘살충제 계란’ 파동에 계란 부침이 빠졌다. 볶음밥에 오므라이스 소스만 곁들여 배식이 이뤄졌다.

개학 첫날 남수원中, 오므라이스 요리서 계란 부침 빼 #인천 한 여고, 부침가루에 계란 넣지 않은 튀김류 내놔 #살충제 계란 파동 학교급식까지 영향...계란 당분간 금지 #경남, 아예 계란 사용하는 빵 종류까지 급식에 금지 조치 #제주, 안전성 확인된 '제주산' 계란만 급식에 사용키로 #본격 개학 앞두고 터진 살충제 파동에 학부모 등 당황

남수원중은 이날 오전 8시쯤 계약 맺은 급식 재료 공급업체로부터 오므라이스용 계란 부침 37㎏(1050명분)을 납품받았다. 급식식단은 통상 일주일 전부터 계약하는 데다 개학 바로 전날인 15일 경기도 내 산란계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fipronil) 등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미처 반품을 요구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학교 김선희(46·여) 영양 교사는 아직 국내 계란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납품받은 오므라이스용 계란 부침을 전량 반품 처리했다. 김 교사는 “날(生)계란은 경기도가 인증하는 우수 농축산물(G 마크)을 공급받는데, 계란 부침은 이미 조리된 채 납품이 이뤄진 터라 반품했다”고 말했다.

16일 인천 한 여고의 급식사진. 계란을 뺀 튀김옷을 돼지고기에 입혀 튀겼다. [사진 독자]

16일 인천 한 여고의 급식사진. 계란을 뺀 튀김옷을 돼지고기에 입혀 튀겼다. [사진 독자]

인천시 남구 도화동 인화여고 역시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점심 급식 메뉴인 ‘수제 돈가스’에 당초 넣기로 한 ‘난백’(계란 흰자)을 넣지 않기로 했다. 다만 ‘수제 돈가스’를 대체할 식재료가 준비되지 않아 계란을 뺀 반죽을 돼지고기에 입혀 튀긴 돈가스를 이날 학생들에게 배식했다.

인근의 인천전자마이스터고는 다음 주 식단을 짜면서 계란을 모두 뺐다. 계란이 들어가는 타르타르 소스와 볶음밥에는 계란을 아예 넣지 않기로 했다. 또 ‘계란 파국’은 ‘소고기미역국’으로 대체했다. 혹시 몰라 ‘메추리알 장조림’도 제외했다.

전국을 덮친 ‘살충제 계란’ 파동에 학교 급식에서도 계란이 빠졌다. 전국 대부분 시·도교육청은 학교급식에 계란 사용 중지에 나선 상태다.

지난 15일 살충제 성분이 발견된 경기도 남양주의 한 양계농장 창고에 출하가 보류된 계란들이 쌓여있다. 남양주=최승식 기자

지난 15일 살충제 성분이 발견된 경기도 남양주의 한 양계농장 창고에 출하가 보류된 계란들이 쌓여있다. 남양주=최승식 기자

경기도교육청은 16일 “우선 안전성이 확보된 계란만 학교급식 식재료로 사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내에서는 3곳(남양주·광주·양주) 산란계 농가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상태지만, 도내 78% 학교에 G 마크(경기도지사 인증) 우수 농축수산물을 공급 중이기 때문이다.

G 마크 인증 업체는 모두 10곳으로, 현재 2곳의 안전이 확인됐다. 이들 업체의 계란은 중단 없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8곳은 조사 중이다.

도교육청은 G마크 계란을 급식재료로 공급받지 않는 22% 학교에 대해서도 문제가 된 농장의 계란을 사용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살충제 성분이 발견된 계란. 08마리라는 출하 산란계 농장이표시돼 있다. [중앙포토]

살충제 성분이 발견된 계란. 08마리라는 출하 산란계 농장이표시돼 있다. [중앙포토]

서울교육청은 이날 공문을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전수조사가 완료되는 17일 이전까지 계란을 사용하는 식단은 계란이 포함되지 않은 식단으로 변경해 급식하라고 당부했다.

또한 교육청은 각 학교에 최근 문제가 된 계란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17일 이후는 검사 결과 ‘적합’ 증명서 여부 확인 등 검수 절차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울산 등 전국 대부분 시·도교육청도 비슷한 금지 조치를 내렸다.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등이 검출된 살충제 계란 파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16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분석실에서 연구원들이 계란을 검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등이 검출된 살충제 계란 파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16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분석실에서 연구원들이 계란을 검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한 발 나아가 계란을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까지 금지한 곳도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빵 종류도 학생들 급식에 내놓지 않기로 했다. 도 교육청은 지난 15일 도내 1100여 개 유치원과 초·중·고교 학교장과 영양사 등에게 전화 등 비상연락망을 통해 학교급식에서 계란 사용을 금지할 것을 지시한 데 이어 이같이 선제적으로 조치했다.

울산시교육청 전경. [중앙포토]

울산시교육청 전경. [중앙포토]

이와 달리 지역내 산란계 농장의 안전성이 확인된 제주의 경우 ‘제주산 계란’만 급식에 사용하기로 했다. 제주도교육청은 16일 오전 급식에 계란 사용 중지 공문을 일선학교에 내렸으나 제주도내 산란계 농가 30곳에 대한 조사 결과 안전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당국의 대응 조치에도 본격적인 개학시기를 앞둔 시점에서 살충제 계란 파동이 터져 나오면서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울산 모 고교 1학년생 아들을 둔 이모(47)씨는 “먹을거리 문제가 나오면 항상 아이들 급식부터 걱정된다”며 “검사가 진행 중인 만큼 계란 사용을 중지했다 다시 쓰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수원의 한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14)군은 “계란을 좋아하는데 안전하다고 해도 꺼려질 것 같다”고 말했다.

폐기하는 계란. [중앙포토]

폐기하는 계란. [중앙포토]

계란을 뺀 급식 식단을 새로 짜야 하는 일선 학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계란이 아닌 대체 식품으로 식단을 조정하고 있으나 이미 계약이 이뤄진데다 상당수 메뉴에 계란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파동과 관련해 교육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각급 학교 급식소와 전국 식재료 공급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일제 점검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조명연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장은 “이번 점검은 개학을 앞두고 하는 정례 점검이지만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관련 사항도 함께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인천·창원·울산·제주=김민욱·임명수·위성욱·최은경·최충일 기자, 이태윤·전민희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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