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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관영매체들이 보도한 북한 ‘전략군 화력타격 계획’ 분석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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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북한의 노동신문은 15일 전략군이 한국 전역을 4개의 권역으로 나눠 미사일 타격권을 설정해놓은 '남조선 작전지대'(붉은 원)를 처음 공개했다. 윗 사진 김정은 위원장 뒤편으로 '남조선 작전지대' '일본 작전지대' '태평양지역 미제 침략군 배치'라고 적힌 지도가 보인다.  [연합뉴스]

북한의 노동신문은 15일 전략군이 한국 전역을 4개의 권역으로 나눠 미사일 타격권을 설정해놓은 '남조선 작전지대'(붉은 원)를 처음 공개했다. 윗 사진 김정은 위원장 뒤편으로 '남조선 작전지대' '일본 작전지대' '태평양지역 미제 침략군 배치'라고 적힌 지도가 보인다. [연합뉴스]

북한의 관영매체 노동신문·조선중앙통신·조선중앙TV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4일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15일 보도하며 여러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 중 김락겸 사령관이 김정은 위원장 오른편에서 책상 위에 놓인 지도를 지시봉으로 가리키며 설명하는 사진이 있다. 이 지도는 괌 포위사격 방안의 내용을 담은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 앞에 놓인 지도를 특수편집한 사진. [사진 네이선 헌트 트위터]

김정은 위원장 앞에 놓인 지도를 특수편집한 사진. [사진 네이선 헌트 트위터]

미국의 민간 연구소 ‘스트러티직 센티널’의 네이선 헌트 연구원은 이 사진의 지도를 특수편집했다. 그랬더니 ‘전략군 타격계획’이란 제목 아래 북한에서 괌까지 검은선이 지도상에 그어져 있다. 김락겸 사령관이 지난 10일 괌 주변 30~40㎞ 해역으로 동시에 네 발을 쏘겠다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예상 비행경로를 표시한 것이다. 검은선은 중간 부분에서 약간 끊겼다. 미사일의 비행 거리ㆍ속도ㆍ최대고도 등을 써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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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발사 지점을 확대하면 함경남도 신포시 북쪽 인근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4월에도 신포에서 두차례 화성-12형을 시험발사했다”고 말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김락겸 사령관의 지난 10일 발표 내용대로 화성-12형은 일본의 시마네(島根)현, 히로시마(廣島)현, 고치(高知)현 상공을 지나도록 계획됐다”고 말했다.

다른 사진엔 김락겸 사령관이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사항을 적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 뒤로 3장의 지도가 벽면에 걸려 있다. 각각 ‘남조선 작전지대’‘일본 작전지대’‘태평양지역 미제 침략군 배치’라는 글이 쓰여 있다. 남조선 작전지대 지도엔 남한에 그어진 네 개의 가로선이 보이고 선의 끝에는 알아보기 힘든 희미한 글씨가 적혀 있다. 신 선임분석관은 “해당 권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기종으로 추정된다”며 “북한이 우리나라에 4개의 미사일 타격권역을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작전지대 지도에선 선이 일본 남쪽 태평양 해상까지 이어져 있다. 일본 전역이 북한 미사일 사정권 안에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락겸 전략군사령관 배경으로 보이는 TV 속에 괌의 앤더슨 미 공군기지 위성사진이 보인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락겸 전략군사령관 배경으로 보이는 TV 속에 괌의 앤더슨 미 공군기지 위성사진이 보인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또 다른 사진에선 김락겸 사령관이 김정은 위원장 건너편에서 지시봉으로 전략군 타격계획을 보고하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김락겸 사령관의 배경으로 벽걸이 TV가 보이며, TV의 화면엔 사진 한 장이 떠 있다. 괌의 앤더슨 미 공군기지의 위성사진이다. 앤더슨 공군기지엔 북한이 가장 두려워 하는 B-1B, B-52H 등 전략 폭격기 편대가 배치돼 있다. 권 전 교수는 “이렇게 자세히 공개하면 요격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현재로선 엄포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북한군 전략사령부 본부 건물(왼쪽)과 내부 벙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북한군 전략사령부 본부 건물(왼쪽)과 내부 벙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전략군사령부의 본부 건물과 지하 벙커 등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전략군사령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운용한다. 미국의 대북 전문 매체인 38노스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은 이 사진들을 종합해 전략군사령부의 위치를 함경남도 성천군 백원리 일대로 짐작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4일 전략군사령부 장병과 기념사진을 찍었다(왼쪽). 위성지도 위 빨간색 표시는 전략군사령부 본부 건물 장소로 추정되는 곳을 나타낸다. 이곳의 다리 건너편 공터에서 왼쪽 기념사진을 찍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구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4일 전략군사령부 장병과 기념사진을 찍었다(왼쪽). 위성지도 위 빨간색 표시는 전략군사령부 본부 건물 장소로 추정되는 곳을 나타낸다. 이곳의 다리 건너편 공터에서 왼쪽 기념사진을 찍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구글]

◇“백두엔진은 암시장에서 조달”=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마이클 엘먼 선임연구원은 14일(현지시간)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성공 비밀’ 보고서에서 “북한이 짧은 시간 안에 ICBM 기술을 발전시킨 것은 외부로부터 고성능 액체추진 엔진(LPE)을 획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ICBM인 화성-14형과 IRBM인 화성-12형은 ‘백두엔진’이라는 액체엔진을 사용한다. 엘먼의 분석에 따르면 백두엔진은 옛 소련 ICBM용 엔진인 RD-250과 유사하다. RD-250은 우크라이나 회사인 유즈마쉬에서 제조한다.

유즈마쉬 회사 로고

유즈마쉬 회사 로고

옛 소련의 액체연료 엔진인 RD-250(제일 왼쪽)과 백두 엔진. [사진 IISS 마이클 엘먼]

옛 소련의 액체연료 엔진인 RD-250(제일 왼쪽)과 백두 엔진. [사진 IISS 마이클 엘먼]

그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RD-250을 암시장에서 조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유즈마쉬는 우크라니아와 러시아간 갈등 때문에 러시아의 주문이 끊기자 2015년 파산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유즈마쉬 측은 엘먼의 주장을 부인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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