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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제약사 머크의 흑인 CEO 트럼프 곁 떠났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을 대표하는 제약회사 머크의 케네스 프레이저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프레이저 CEO는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상무부 산하 제조업 자문위원회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사태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온적으로 대응한 데 대한 항의 표시다.
 프레이저의 사퇴는 그동안 'CEO들의 트럼프 떠나기' 현상의 연장선에 있다. 이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밥 아이거 CEO가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 협약 탈퇴를 선언하자 자문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 자문위원회엔 보잉ㆍ다우케미컬ㆍGEㆍ존슨앤존스의 최고경영진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프레이저는 제조업 자문위원 가운데 유일한 흑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프레이저는 “미국의 지도자는 태생적으로 만민이 평등하다는 미국의 이상에 반하는 증오, 편견, 집단 우월주의 등을 분명하게 거부함으로써 우리의 근본적인 사고를 존중해야 한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머크의 CEO로서, 그리고 개인적인 양심상, 편협성과 극단주의에 맞서 대항해야 할 책임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레이저 CEO의 사임 직후 트위터에 “바가지 약값을 낮추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케네스 프레이저 머크 회장.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케네스 프레이저 머크 회장. [EPA=연합뉴스]

그러나 주변 기업인들은 프레이저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의 메그 휘트먼 CEO는 “프레이저의 결정을 지지한다”면서 “미국에 그 같은 비즈니스 리더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고 트위터에 남겼다.
머크의 전임 CEO인 로이 베이젤로스는 “그를 알고 지낸지 25년이 됐고, 내가 그를 머크로 데려온 사람”이라며 “그의 강한 도덕성에 박수를 보냄과 동시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프레이저의 사퇴 소식에 알려지자 위원회에서 자문위원을 맡던 2명의 CEO도 줄줄이 사퇴를 발표했다. 스포츠웨어 업체인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가 두 번째 사퇴문을 읽었다. 그는 “내 나라와 우리 회사를 사랑한다. 다양성이 하나 되는 스포츠의 힘에 집중하려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플랭크에 이어 2013년부터 인텔의 CEO를 맡아온 브라이언 크르자닉은 블로그에 “우리의 분열된 정치 환경이 미국 제조업의 쇠퇴를 비롯한 심각한 문제를 불러오고 있음을 환기시키기 위해 사임했다”고 올렸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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