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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서 시속 100㎞ 벤츠, 소나타와 '쿵' …법원 "40%만 책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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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고가 벌어진 서강대학교 정문 앞 도로. [네이버 로드뷰 캡쳐]

지난해 사고가 벌어진 서강대학교 정문 앞 도로. [네이버 로드뷰 캡쳐]

지난해 1월 어느 월요일 오전 9시40분. 서강대 정문 앞을 시속 110㎞의 속도로 질주하던 벤츠 E350 차량이 '쿵' 소리와 함께 멈춰 섰다. 서강대 정문 앞 로터리에서 서강대 방향으로 비보호 좌회전을 하던 EF쏘나타 차량의 조수석 앞부분을 그대로 들이받은 것이다. 서강대 앞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60㎞. 벤츠 운전자는 순간적으로 오른쪽으로 운전대를 꺾어 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이 사고로 쏘나타 운전자 김모씨는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벤츠 차량은 전면부가 손상됐지만 운전자는 다치지 않았다.

월요일 출근길 과속 벤츠와 비보호 좌회전 소나타 충돌 #수천만원대 보험금 놓고 양측 보험사 L사와 S사 법정 공방 #법원 "비보호좌회전시 주의의무>제한속도 40㎞ 위반 책임"

사고처리를 마무리 한 쏘나타 측 L보험사는 "벤츠의 과실이 70%이니 쏘나타 차량 수리비 65만원 중 45만 5000원을 달라"고 소송을 냈고, 벤츠 측 S보험사는 "쏘나타의 전적인 과실이니 지급한 보험금 4856만원을 전부 내놓으라"며 맞소송을 냈다.

EF쏘나타 차량. [중앙포토]

EF쏘나타 차량. [중앙포토]

8개월만에 법원은 6대 4의 비율로 소나타의 책임이 더 크다고 결론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0단독(판사 허경호)은 "쏘나타 측 L보험사는 지급한 보험금 65만원의 40%인 26만원에 대해 벤츠 측 S보험사에게 요구할 수 있고, S사는 지급한 보험금 4856만원의 60%에 대해 L보험사에게 요구할 수 있다"며 "L보험사는 S보험사에 2913만 6000원을, S보험사는 L보험사에 26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비보호 좌회전을 하는 운전자의 주의의무가 제한 속도를 시속 50㎞ 가까이 위반한 운전자의 책임보다 크다고 판단한 결과다.

벤츠 E350차량. [중앙포토]

벤츠 E350차량. [중앙포토]

허 판사는 "비보호 좌회전 교차로에서 직진신호에 좌회전 하는 것이 신호 위반은 아니지만 좌회전 차량 운전자로서는 다른 차량의 통행에 방해되지 않는 방법으로 좌회전을 할 의무가 있다"며 "직진 차량이 비보호좌회전 차량을 피하기 위해 교차로 진입 전 일시정지를 하거나 서행할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벤츠 측 보험사가 물게 된 40%의 책임은 어떻게 인정된 것일까.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허 판사는 "벤츠 차량이 시속 106~110km정도로 과속을 하지 않았더라면 제동을 통해 충돌을 피했을 수도 있고, 충돌했더라도 그 정도가 훨씬 덜하였을 것이다"면서 "벤츠 차량의 과속은 피해 확대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했다.

전방 주시 의무를 게을리 한 점도 인정됐다. 허 판사는 "사고 당시 날씨가 맑고 다른 시야 장애 요소도 업어 벤츠 운전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쏘나타가 비보호좌회전을 시도하는 것을 충분히 미리 발견할 수 있었다"며 "사고 발생 직전까지 전방 주시를 게을리 했거나, 쏘나타 쪽이 고속으로 달려오는 차를 보고 좌회전을 단념하리라고 만연히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받아들였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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