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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이 식당] 살 단단해 씹는 맛 좋은 여름 전복, 여기서 먹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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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 들판 그리고 사계절이 있는 한국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제철 맞은 식재료가 넘쳐난다. 봄엔 주꾸미·미나리, 여름엔 갈치·복숭아, 가을엔 꽃게·새우, 겨울엔 꼬막·귤처럼 저마다 제맛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가 따로 있다. '제철 이 식당'은 매달 제철 맞은 식재료 한 가지를 골라 산지와 전문가 추천을 받은 맛집을 소개한다. 8월엔 전복이다.

바다의 산삼 전복

전복은 더운 여름이 제철이다. 살이 단단해져 씹는 식감이 좋아진다. [중앙포토]

전복은 더운 여름이 제철이다. 살이 단단해져 씹는 식감이 좋아진다. [중앙포토]

해산물은 대부분 찬바람이 불어야 살이 통통하게 오른다. 하지만 전복은 무더위가 한창인 8월이 제철이다. 백운게장 이우원 사장은 “기온이 올라갈수록 전복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여름 전복은 살이 단단하고 씹는 맛이 좋다”고 설명했다.
전복은 비타민·칼슘이 풍부한 데다 피로 해소에 효과적인 타우린이 오징어보다 3배나 많이 들어 있다. 여름철 원기회복에 이만한 식재료가 없다. 오죽하면 '바다의 산삼' '바다의 황제'로까지 불릴까.
전복은 크기에 따라 분류하는데 단위로는 미(尾)를 쓴다. 1kg당 전복 마릿수를 뜻한다. 예를 들어 8미는 1kg에 8마리, 22미는 1㎏에 22마리를 뜻한다. 좀더 쉽게 설명하자면 8미는 전복 한 마리의 무게가 120g으로 크기가 성인 손바닥과 비슷하다. 10미는 100g, 20미는 50g 정도다. 숫자가 낮을수록 전복 크기가 크다는 얘기다.
전복이 신선한 지를 알아보려면 손으로 눌러보면 된다. JW메리어트 서울의 일식당 미카도의 박종희 셰프는 “손으로 전복 살을 눌렀을 때 살이 쫙 오그라드는 것이 신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관할 때는 전복 위에 젖은 다시마를 올려놓는다. 냉장고에서 2일 정도 신선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전복 산지는 청정 지역으로 꼽히는 제주도와 완도다. 두 곳 중 육지에서 많이 쓰는 건 완도산이다. 이동이 편리한 데다 양식장도 많아 공급량이 많기 때문이다. 미카도 박 셰프는 “완도는 청정지역이면서 다시마·미역 등 전복의 먹잇감도 많아 전복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해산물 중매·도매업을 하는 지민권·지영현씨가 완도에서 직접 전복을 받는 식당 3곳을 추천했다.

등갈비에 전복, 성수등갈비찜

된장물에 데쳐 비린 맛을 잡은 전복과 돼지등갈비, 채소, 버섯 등을 넣고 끓여낸 등갈비찜. [사진 성수등갈비찜]

된장물에 데쳐 비린 맛을 잡은 전복과 돼지등갈비, 채소, 버섯 등을 넣고 끓여낸 등갈비찜. [사진 성수등갈비찜]

20년 동안 이탈리안·프렌치 레스토랑의 메뉴 개발을 맡아온 이성주 사장이 2017년 4월 서울 성동구 뚝섬역 인근에 연 등갈비 전문점이다. 등갈비집에서 왜 전복 요리를 파나 싶지만 이 집의 모든 메뉴엔 전복이 들어간다. 그중 대표 메뉴가 등갈비찜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간장 양념, 그리고 입 안이 얼얼해질 정도의 매콤한 매운 양념 2가지가 있는데 둘 다 등갈비에 전복 2~3마리가 들어간다. 전복은 특유의 비린 맛을 잡기 위해 된장 푼 물에 한번 데쳐 내장을 제거한 후 사용한다. 이 사장은 “등갈비만으로는 건강식이라고 하기엔 약한 것 같아 대표적인 보양 식재료인 전복을 넣게 됐다”고 말했다. 먼저 버섯·채소·등갈비·전복을 먹은 후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먹으면 된다. 가격은 2~3인용 중자 2만8000원, 4~5인용 대자는 3만9000원이다.

점심 시간 인근 직장인들에게 인기인 전복된장찌개. 반찬으로 생선구이 또는 제육볶을 주는데 가격은 7000원이다. [사진 성수등갈비찜]

점심 시간 인근 직장인들에게 인기인 전복된장찌개. 반찬으로 생선구이 또는 제육볶을 주는데 가격은 7000원이다. [사진 성수등갈비찜]

이집은 심지어 점심 메뉴 순두부와 된장찌개에도 전복이 한 마리씩 들어있다. 생선구이 또는 제육볶음을 함께 줘 인근 직장인들에게 특히 인기다. 가격은 7000원씩.

전복장 맛집, 백운게장

경기도 의왕시 '백운게장'에서 파는 전복장. 간장게장을 담근 간장양념에 전복을 넣고 4일 정도 숙성시킨다. [사진 백운게장]

경기도 의왕시 '백운게장'에서 파는 전복장. 간장게장을 담근 간장양념에 전복을 넣고 4일 정도 숙성시킨다. [사진 백운게장]

경기도 의왕시 백운호수 인근에 있는 백운게장은 게·새우·전복 등을 간장에 담가 숙성시켜 만드는 장 전문 요리점이다. 이우원·민기 부자가 운영하는데 아버지는 경영을, 아들은 해산물 매입과 요리를 맡고 있다. 아들 민기씨는 “해산물은 재료가 좋아야 맛을 제대로 낼 수 있기 때문에 살아있는 것만 쓴다"며 “특히 전복은 살아있어야 내장에서 씁쓸한 맛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집 대표 메뉴는 간장게장과 전복장이다. 전복장은 간장게장을 담갔던 비법 간장에 4일 이상 숙성시킨다. 비법 간장은 간장에 오미자·황기·표고버섯 등 15가지 재료를 넣고 끓여 식힌 후 다시 꽃게를 넣고 72시간 숙성시켜 만드는데, 꽃게 특유의 단 맛이 간장에 녹아 짜지 않으면서 풍미가 살아있다. 본격적으로 전복장을 담그기 전에 먼저 팔팔 끓는 비법 간장에 전복을 넣어 살짝 데쳐낸다. 이렇게 해야 전복에 붙은 불순물이 제거되면서 보기 좋은 모양이 유지된다. 전복 데치는 데 사용한 간장은 버린다. 전복장 가격은 2만원(5마리)이다.

전복해장국, 아라전복

수원시에 있는 전복요리 전문점 '아라전복'의 전복해장국. 새우와 콩나물, 조개를 넣고 끓인 맑은 국물의 해장국에 살아있는 전복을 올려준다. [사진 아라전복]

수원시에 있는 전복요리 전문점 '아라전복'의 전복해장국. 새우와 콩나물, 조개를 넣고 끓인 맑은 국물의 해장국에 살아있는 전복을 올려준다. [사진 아라전복]

손병철 사장이 아내와 함께 2015년 경기도 수원 매탄동에 연 전복요리 전문점. 인근 직장인들에겐 해장하기 좋은 해장국 맛집으로 소문이 나있다. 이집의 전복해장국 때문이다. 1인용 뚝배기에 새우·조개·콩나물을 넣어 맑게 끓이고 마지막으로 살아있는 전복 한 마리를 뚝배기에 담아 손님상에 낸다. 멸치 대신 가쓰오로 육수를 내 마치 일본 우동 국물과 비슷한 맛이 난다. 국물과 다른 재료를 먼저 먹는 사이 전복이 먹기 좋게 익는다. 가격은 8000원.

회식 메뉴로 인기인 전복삼겹살의 재료들. 삼겹살을 구우며 나오는 기름이 고소한 맛을 더한다. [사진 아라전복]

회식 메뉴로 인기인 전복삼겹살의 재료들. 삼겹살을 구우며 나오는 기름이 고소한 맛을 더한다. [사진 아라전복]

이집의 또 다른 대표 메뉴는 전복삼겹살이다. 돌판에 삼겹살과 살아있는 전복, 냉동새우, 양파, 호박 등을 함께 구워먹는 메뉴다. 손 사장은 “삼겹살을 구우며 나온 기름이 전복에 배어 버터구이처럼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가격은 2인용 3만, 3인용 4만, 4인용 5만원이다. 주방 안에 수족관이 있어 그때그때 살아있는 전복을 꺼내 사용한다.

전복장에서 해장국까지…대표 맛집 3곳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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