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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여력비율 150% 지켜라 지점·직원 줄여 군살 빼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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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호 18면

마른 수건 짜는 보험사들

#1. 흥국생명은 지난 5월 구조조정에 나섰다. 생산성은 낮고 임대비 등 고정비 지출이 큰 지점들을 통폐합해 140개 오프라인 지점을 80개로 줄였다. 이에 앞서 3월엔 신종자본증권 350억원, 후순위채 150억원 등을 잇달아 발행해 자본금을 늘렸다. 이뿐이 아니다. 투자금융·리스크관리·방카영업 등을 이끌던 임원진을 교체했다.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12명의 임원이 물러났다.

저금리 따른 수익성 악화 직격탄 #MG손보 등 4곳 권고기준 못 맞춰 #새 회계기준 도입 땐 부채 더 늘어 #책임준비금 추가 적립 등 대안 마련

#2. KDB생명은 지난달 45세 이상 또는 20년 이상 근무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신청자는 220여 명으로 전체 직원(약 900명)의 30%에 이른다. 퇴직금으로 최대 24개월치 월급이 지급되지만 초기 신청률은 저조했다. 결국 회사는 임금 삭감, 복지 축소 등의 카드를 꺼냈다. 이에 불안을 느낀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면서 200명을 넘어섰다.

중소형 보험사들이 잇따라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RBC는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처럼 보험 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지표다. 최근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RBC비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생명보험사의 평균 RBC 비율은 246.6%로 1년 전보다 38%포인트 하락했다. 손해보험사는 같은 기간 19.2%포인트 낮아진 232.2%다. 이마저도 회사 규모마다 차이가 크다. 보험업법상 RBC 비율은 100%를 넘기면 되지만 금감원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해 왔다. 올 1분기 기준 KDB생명(124.3%)·현대라이프생명(149.5%)·흥국생명(148.5%)·MG손해보험(118.6%) 등 4곳이 당국 권고기준보다 낮았다. 지난 5월 주요 은행은 흥국생명을 포함해 RBC 비율이 150% 이하인 보험사의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 보험사들이 150% 이상의 RBC 비율을 유지하는 게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보험 업계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기 때문이다. IFRS17은 보험의 자산과 부채를 원가 대신 현재 시점의 시장금리로 계산하는 시가로 평가한다. 그동안 시가로 평가했던 자산은 문제가 없다. 부채가 걸림돌이다. 대부분 보험사는 보험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돈(부채)을 과거에 약속한 이율로 계산했다. 하지만 고금리 시절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팔아온 보험사들은 저금리 환경에서 역마진을 겪고 있다. IFRS17을 적용하면 부채 규모가 더 늘어나 RBC 비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RBC를 유지하려면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데 단기적으로 시장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돼 후순위채권이나 신종자본증권 등의 채권을 발행해 자본을 늘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매출 규모도 쪼그라들 수 있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수입보험료를 전부 매출로 포함했던 현재와 달리 IFRS17에선 저축보험료와 같이 보장 서비스가 포함되지 않는 항목은 수익으로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축보험은 계약 해지 시 계약자에게 도로 돌려주는 적립금이라는 점에서 부채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 당국은 IFRS17 시행을 앞두고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제도(LAT)를 강화할 계획이다. LAT는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평가해 부족액이 발생하면 책임준비금을 추가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다. 앞으로 시가로 평가할 부채 부담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우선 미래 보험부채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을 2019년까지 점차 낮출 예정이다. 조재린 보험연구원 금융전략실장은 “미래 현금을 현재가치로 평가할 때 지금은 보험사의 자산운용수익률 수준의 할인율을 사용하지만 앞으로 3년간 무위험수익률에 기초한 할인율로 낮춰 책임준비금을 늘려가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말에는 2016년 할인율 대비 95%, 내년 말에는 92.5%, 2019년엔 87% 수준이다. 할인율이 낮아지면 보험부채는 커지기 마련이다. 안전 장치도 마련했다. 보험부채 증가로 RBC가 100% 미만으로 악화될 경우 금융감독원과 재무건정성 확보 협약을 체결한다. 해당 보험사는 1년간 부채 추가적립대상에서 제외된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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