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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권위 행보는 성공적 … 적폐 청산 넘어 새 비전 제시할 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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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호 06면

앞으로의 행보와 과제는

문재인 정부 100일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대선에서 승리해도 6개월을 버티기 힘들 것”이란 보수 진영의 전망은 80%를 웃도는 대통령 지지도에 묻혀 버렸다. 청와대와 내각 인선, 새 정부 안착과 지지도 유지, 한·미 동맹과 북한 리스크 관리, 국민과의 소통 등 쉽지 않은 과제들을 무난히 해냈다는 평가다. 이전 정부의 적폐 청산을 이슈화하는 데도 성공하면서 촛불 민심의 기대감을 상당 부분 충족시켰다는 분석도 적잖다.

이전 정부 반사이익만으론 한계 #구체적인 개혁 청사진 선보여야 #야당은 물론 지지 세력 내에서도 #인사 논란, 대북 노선에 우려 커져 #靑 “초심 유지, 서두르지 않을 것”

이제 관심은 문재인 정부의 향후 행보에 모이고 있다. 100일의 성과를 어떻게 이어 가느냐가 초점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1단계 로켓이 세간의 우려와 달리 성공적으로 점화됐다면 향후 최대 관건은 순항을 위해 꼭 필요한 2단계 로켓이 제대로 작동될지 여부”라고 진단했다. 여권 내부에도 지금까진 문 대통령의 탈권위·소통 행보가 주목을 끌면서 높은 지지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도 ‘이미지 정치’만 앞세워서는 국내외적으로 산적한 난관을 헤쳐 나가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냉정한 상황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문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던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은 “어찌 보면 지금까지 문 대통령의 행보는 ‘비정상의 정상화’에 집중돼 있었고 이것만으로도 국민은 환호하며 성원을 보내줬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젠 적폐 청산을 넘어 문재인 정부만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전 정부가 남긴 각종 폐해에 따른 반사이익만 챙겨서는 국정의 주도권을 계속 쥐고 나가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준비한 자신만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때가 됐다는 얘기다.

청와대도 이 같은 여권 내부의 분위기를 반영해 연말까지 2단계 개혁 드라이브에 나서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무엇보다 검찰과 군·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적폐 청산은 제도화를 병행해 지속적인 개혁 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 9월 정기국회에서 각종 개혁 입법을 통과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등 향후 예상되는 굵직한 정치 이슈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이 오는 22일부터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으며 토론회를 열기로 한 것도 분야별로 마련한 구체적 개혁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실행을 독려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진 청와대가 정국을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내각이 중심을 잡고 장관 책임하에 보다 실질적인 개혁을 추진해 나가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100일 이후 2단계 개혁이 내실 있게 추진될 수 있을지에 대해 여권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끊이질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선 기간 문재인 캠프는 복수의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대선 후 100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정국을 떠맡아야 하는 상황에서 새 정부의 조기 안착을 위한 초반 포석을 나름 정교하게 준비한 셈이다. 하지만 100일 이후 2단계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까지 짜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비록 정부 출범 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두 달 넘게 준비해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내놓았지만 이것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야당의 지리멸렬한 현실도 양날의 칼이다. 역대 정권 초기에 이처럼 야당이 무기력한 적이 없었지만 그런 만큼 높은 지지도에 안주하기 쉽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약한 야당과 강한 대통령이란 착시효과에 빠져 탈원전과 인사 논란 등에서처럼 아마추어식 일처리와 무리한 대응을 반복할 경우 여론이 순식간에 등을 돌리면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집권 세력 스스로 이미지 정치의 유혹을 떨쳐내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야당뿐 아니라 문 대통령 지지 세력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에 이어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 일부 인선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불거진 게 대표적이다. 최근엔 청와대의 대북 강경 노선에 대해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외교부 등 기존 관료 그룹에 벌써부터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제기되는 안팎의 우려와 제언을 귀담아 듣고 있다”며 신발끈을 다시 조여 매는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때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삼아 두 번 실패는 하지 않겠다는 각오”라며 “개혁의 방향과 초심은 잃지 않되 결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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