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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 "시국사건 과오 사과"…역대 총장 중 처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무일(56·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이 8일 과거 시국사건 등의 잘못된 수사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앞으로는 검찰 업무를 공개하고 외부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재심서 무죄난 역대 사건 잘못에 대해 사과 #수사기록 공개 확대·대법원 상고 포기 방침 #검찰개혁위·수사심의위·감찰 검증단 설치 #외부 참여 넓히고 수사관행 개선 방안 내놔

문 총장은 이날 취임 후 처음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 등에서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15층 회의실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15층 회의실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검찰총장이 과거 사건에 대해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은 2008년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이 사법부 60주년 기념식에서 "사법부가 헌법상 책무를 충실히 완수하지 못함으로써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드린 데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검찰은 2008년 임채진 검찰총장이 "수사결과에 대한 의욕이 지나쳐 수사절차의 적법성과 적정성을 소홀히 한 적도 있다"며 유감을 표명한 정도였다. 2013년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잘못된 과거에 대한 반성은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취임하면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할지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취임 7개월 만에 혼외자 파문으로 퇴진하면서 실행되지 않았다.

문 총장은 잘못 처리한 과거 사건의 대표적인 사례로 인혁당 사건과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등을 꼽았다. 모두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된 사건들이다.
 문 총장은 “잘못 처리된 사건의 수사기록도 검토를 거쳐 공개 범위를 전향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또 재심 사건과 관련한 재판에서 "1, 2심의 일관된 판결이 나오면 더이상 법률적으로 다투지 않는 등 구체적인 조치를 하겠다"고도 했다.

검찰 개혁·수사 관행 개선 외부 참여 확대

이날 간담회에서 문 총장은 검찰 업무를 공개하고 외부의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의 자체 개혁 방안들을 내놨다. 그는 ‘바르고, 투명하고, 열린' 검찰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우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에 대해 수사·기소 전반을 점검하는 '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사회 원로와 전문가들에게 수사와 기소의 적절성 평가를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런 공론화 과정을 거쳐 과잉수사나 편파수사 논란 등을 피해가겠다는 게 문 총장의 생각이다.

또 사회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검찰개혁위원회를 발족하고 이를 지원할 검찰개혁추진단을 설치하겠다고도 밝혔다. 검찰개혁위는 다양한 검찰개혁방안과 피조사자의 방어권 보장 등 인권 보호대책을 논의한다. 위원회를 지원하는 추진단장의 기수를 높여 조직 내 위상도 높이기로 했다.

검찰 공무원의 비리 감찰과 수사에 대해서도 외부의 점검을 받기로 했다. 가칭 ‘점검단’을 구성해 사회 원로 등에게 감찰 기록을 공개하는 방안이다.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총장의 국회 출석을 약속한 것도 “국민의 대표로부터 직접 통제받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의지”라고 문 총장은 설명했다.

특별수사·정보수집 기능 축소

반면 검찰의 특별수사와 범죄정보 수집 기능은 축소한다. 첫 수술대에 오른 부서는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특수단)이다. 특수단은 2013년 4월 중앙수사부(중수부)가 폐지된 뒤 특별수사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신설됐다. 기존 검사장이 맡던 단장을 고검 검사(차장검사급)로 낮추고 부장검사도 한 명만 두기로 했다. 검찰총장의 하명 수사, 대검의 직접 수사기능을 줄이려는 취지다.

지청 단위의 특별수사기능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검찰의 특별수사 총량을 줄여 갑작스런 상황이 생겼을 때 여유 있는 수사 역량을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의 기능 재편과 관련해서도 문 총장은 “검찰은 정보기관이 아닌데 왜 이런 식으로 운영될까 하는 의문이 있었고 근본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범정기획관의 새로운 모습과 역할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문 총장은 “수사권 조정의 대원칙은 범죄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 논의에 필요할 경우 검찰도 참여하고, 논의가 모아져 법률이 통과되면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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