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양가 상한제 부활 예고…치솟는 분양가 '콧대' 꺾일까

중앙일보

입력

"고분양가로 인한 주택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지역은 필요하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지난 2일 브리핑)

정부, 민간택지 상한제 지정 요건 완화 추진 #9월 주택법 시행령 개정 후 10~11월 시행 예정 #강남 재건축 위주로 아파트 뜀박질 영향 #상한제 적용되면 고분양가 제동 기대 #집값 상승 등 부작용도 만만찮아

정부가 이르면 오는 10월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 분양가를 규제할 전망이다. 이번 8·2 부동산 대책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요건 개선' 내용을 포함하면서다. 분양가 상한제는 땅값과 건축비 등을 반영해 분양가를 책정한 뒤 그 가격 이하로 아파트를 공급하도록 한 제도다. 이로 인해 지난 2~3년간 천정부지로 치솟던 분양가가 진정될지 관심을 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국토교통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국토교통부]

국토부는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지정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상한제는 공공택지에 의무적으로 적용되고, 민간택지는 일부 시장 과열 지역만 골라 탄력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민간택지에 상한제가 적용된 사례는 아직 없다. 정량적 요건이 엄격하게 규정돼 있어서다. 현재 ▶직전 3개월간 아파트값 상승률 10% 이상인 지역 ▶직전 3개월간 월평균 아파트 거래량이 전년 대비 3배 이상인 지역 ▶3개월간 평균 청약경쟁률 20대 1을 초과한 지역 등 세 가지 기준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상한제 적용 대상이 된다.

김영국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거래량과 청약경쟁률 기준을 완화하는 등 상한제 적용지역의 지정 요건을 현실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달 중 주택법 시행령을 고쳐서 고분양가가 우려되는 지역엔 상한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르면 오는 10~11월 시행된다.

정부가 이런 결정을 한 이유는 지난 2~3년간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뜀박질해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4월부터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한 상한제를 폐지한 뒤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일반분양가를 줄줄이 인상해온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2200만1000원으로 2015년 3월 말(1938만원)보다 13.5% 올랐다.

예비 청약자가 체감하는 가격 상승 폭은 훨씬 가파르다. 1년도 안 된 기간에 앞서 분양한 단지보다 3.3㎡당 수백만원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달 말 서울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에서 분양한 '신길센트럴자이'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51만원이었다. 지난 5월 인근에서 나온 '보라매 SK뷰'(1946만원)보다 5.4%, 지난해 10월 분양한 '신길뉴타운 아이파크'(1771만원)와 비교하면 15.8% 비싼 가격이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 등 사업은 일반분양가를 올려 조합 수익이 늘어나면 조합원이 내는 부담금이 그만큼 줄게 된다"며 "조합원들이 분양가 인상에 적극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센트럴자이' 견본주택.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신길센트럴자이' 견본주택. [연합뉴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고분양가 행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범위를 정한 건축비 이하로 가격을 정해야 하기 때문에 건설사 등이 분양가를 올리기 어려워져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가격 상한선을 둔다는 점에서 분명 분양가 진정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10월 이후 일반분양 예정인 강남 재건축 단지 조합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3.3㎡당 4500만~5000만원대 고분양가가 예고된 강남구 개포주공8단지와 청담삼익, 서초구 삼호가든맨션 3차 등은 상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청담삼익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일단 시장 상황과 정부 정책을 좀 더 지켜본 뒤 분양가 수준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한제를 적용하면 당장 분양가는 낮게 책정되겠지만, 그만큼 분양 후 가격이 확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가격을 묶어놓으면 재건축 등 사업성이 떨어져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고, 공급 물량도 줄면서 집값이 오히려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덕례 실장은 "인위적인 가격 통제로 시장 왜곡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정부는 부작용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