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신병기 미녀응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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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베이징(北京) 6자회담은 없고 북한 '미녀 군단'만 있다."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참가한 북한 응원단에 대한 남북한 언론들의 이상 열기를 본 일부 외신의 보도다. 그것도 6자회담 참가국인 미국과 일본의 언론 중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는 뉴욕타임스와 아사히(朝日)신문의 지적이다.

◆북한의 신무기 '미녀 응원단'=미국 뉴욕타임스는 24일 '북한이 응원단이라는 신무기를 풀어놨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TV가 유니버시아드 대회 참가차 온 5백여명의 북한 선수단과 미녀 응원단 열기에 휩싸여 있다"고 전했다.

며칠 뒤면 한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베이징 6자회담에서 북한을 상대로 핵포기를 협상해야 할 상황인데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투였다.

신문은 "남북한 선수단이 함께 한반도기를 흔들면서 입장하자 한 방송사는 '우리는 하나'라고 감격했다"면서 "남자배구와 여자축구 같은 북한 선수들이 벌이는 경기의 입장권은 동났고 카메라는 젊은 여성들로 구성된 북한 응원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중앙일보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민은 63%가 경제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 답했고, 북핵 문제는 19%만이 주요 관심사라고 답해 노사문제에 이어 세번째였다"며 한국민이 북핵 문제에 무관심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북한 응원단의 웃음은 정치적"이라며 "개막식에서 미국과 일본 선수단이 입장할 때 이들은 환호를 멈췄다"고 보도했다.

◆"북 언론, 응원단 활약상 소개"=일본 아사히신문은 "미녀 응원단이 한국 사회에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는 내용을 북한 방송이 집중 보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대학생 응원단의 발랄한 모습이 대구 시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국의 관중은 북한 응원단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으며, 북한 선수가 득점할 때마다 함성을 지른다"며 응원단의 활약상을 상세히 전했다. 북한 응원단을 소개하는 한국 TV 보도를 인용하기도 했다.

22일 밤에는 북한 여자 축구팀의 독일전을 녹화 방영했으며, 남북한 선수가 동시 입장하는 개막식도 하루 뒤 방영하는 등 북한이 이례적으로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북한 언론은 한반도의 최대이슈인 6자회담이나 만경봉호의 니가타(新潟)항 입항 거부 등의 주요 뉴스는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 방송은 국내 선전용 색채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도쿄=김종혁.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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