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선심 '퍼붓는' 여성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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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과 일부 국장의 발언은 "국민이 여성가족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장 장관은 16일 "아버지 출산휴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올해 업무 보고를 하기에 앞서 열린 기자브리핑에서다. 하지만 주무 부처 격인 노동부는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우리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 "장 장관이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버지 출산휴가제가 도입되면 당장 대체 인력이 필요하다. 기업의 부담이 뒤따르는 데다 정부는 이에 대한 보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 역시 고려해야 한다.

그뿐 아니다. 장 장관은 "직장 생활을 하는 부모를 배려해 야간 학부모 회의를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역시 교육부와는 협의하지 않은 것이다.

이날 오후에 발표된 '중장기 보육계획안'에서도 여성가족부의 공약 (空約) 남발은 이어졌다. 내년부터 민간 어린이집에 다니는 모든 유아에게 보육료를 지원하겠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맞벌이 부부에게도 보육료를 지원하겠다" "보육재단을 설립하겠다"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관련 부처와는 어떻게 협의하고 필요한 돈은 어디서 나오느냐는 질문에 장 장관은 "의지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변했다.

장 장관은 정치인이 아니라 정책 책임자다. 실현 가능성이 불확실한 공약을 마구 쏟아놓는 게 장관의 역할이 아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정책들은 육아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들에겐 귀가 번쩍 뜨일 만한 내용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불발로 끝나버리면 허탈감도 그만큼 클 것이다. 그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여성가족부는 장밋빛 공약 남발에 앞서 관계 부처를 설득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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