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자들 재테크는 부동산, 평균 보유 규모 29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1978년 반포 모습. 부자들은 70~80년대에 주로 강남에서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다. [자료 서울역사박물관]

1978년 반포 모습. 부자들은 70~80년대에 주로 강남에서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다. [자료 서울역사박물관]

한때 아파트 10채를 보유했던 재력가 이모(66·서울 반포동)씨. 지금은 투자용으로 보유한 아파트 2채에서 나오는 월세를 연금 삼아 생활한다. 자녀 명의로 아파트를 추가로 사기 위해 여전히 분양시장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가 처음 부동산 투자에 눈뜬 건 1982년 대치동 미도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서부터다. 6000만원에 분양받았던 미도아파트를 2010년 20억원에 팔았다. 오피스텔과 땅에도 투자한 적 있지만 역시 유동성이 좋은 아파트 투자를 선호한다. 이씨는 “분양권 전매 금지로 예전처럼 투자하긴 어려워졌다”며 “그래도 시중에 워낙 돈이 많이 풀려 주택시장은 상승 추세가 이어질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KB금융, 금융재산 10억 이상 설문 #투자용 부동산으론 아파트 1위 #수퍼리치들은 빌딩·토지에 관심

한국 부자의 부동산에 대한 애정과 신뢰는 각별하다. 부동산을 통해 성공적으로 자산을 불려 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부자들은 부동산 자산을 어떻게 형성해 왔을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1일 발표한 ‘2017 한국 부자(富者) 보고서’에서 이를 심층 분석했다. 여기에서 부자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개인’으로 총 400명을 설문조사했다.

조사에 참여한 한국 부자의 보유 부동산 규모는 평균 28억6000만원에 달했다. 이들이 부동산을 최초로 구입한 시기는 1990년대 후반(21.6%)이 가장 많았고, 2000년대 초반(17.6%), 90년대 초반(16.9%) 순이었다. 첫 부동산 구입 당시 연령은 1970, 80년대엔 20대가 70%를 차지했지만 2000년대 이후엔 30대로 늦춰졌다.

첫 부동산 구입 지역은 시기에 따라 달랐다. 80년대 중반까지는 서울 강남 비중이 가장 컸다. 강남 개발이 본격화한 시기다. 노원구·마포구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건설된 80년대 후반엔 서울 강북이, 분당·일산 등 신도시가 건설된 90년대 초반엔 경기도 지역을 많이 샀다. 2000년대 들어선 다시 강남 비중이 증가했다. 80년대에 부자들이 처음 산 부동산 가격은 평균 7000만원 수준이었다. 이후 90년대 1억6000만원, 2000년대 4억원, 2010년 이후엔 5억3000만원으로 상승했다.

부자들에게 부동산은 매력적인 투자처다. 다양한 투자자산 중 수익률 높은 자산을 꼽았을 때 ‘국내 부동산’이란 응답(43.6%, 1+2순위)이 가장 많았다. 손실 위험까지 고려한 종합 선호도에서도 국내 부동산은 53.1%로, 국내 주식(34.7%)을 크게 앞섰다. 서정주 KB경영연구소 차장은 “부자들의 개인 경험이 반영되다 보니 투자자산 선호도에서 국내 부동산이 매년 1위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부자들은 어떤 부동산에 투자할까. 투자용 부동산으로 따졌을 때 아파트 보유율(49%)이 가장 높고 토지·임야(48.7%), 빌딩·상가(42.5%) 순이었다. 총자산 50억원 이상인 ‘수퍼리치’의 경우엔 아파트(46.9%)보다 빌딩·상가(62.5%)와 토지·임야(54.2%) 비중이 큰 게 특징이다. 한국 부자의 부동산 자산 규모는 2012~2014년엔 전년 대비 감소세였지만 2015년 이후엔 모든 지역에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향후 부동산 경기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긍정(27.2%)과 부정(28.2%)의 전망이 비슷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부 또는 일부를 처분하겠다’는 응답은 20.2%에 그쳤다. 현 상태를 유지(39.4%)하거나 전·월세 등 임대 형태를 바꾸겠다(22.3%)며 투자를 지속한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유망한 투자용 부동산으로는 재건축 아파트(27.7%, 1순위)를 첫손으로 꼽았다. 강남 3구에 살고 있는 부자 중엔 이미 투자용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 중이란 응답이 23.6%에 달했다. 빌딩·상가를 유망한 투자처로 답변한 비율도 26.2%에 달한다. 재건축 아파트는 자산 50억원 미만 그룹이, 빌딩·상가는 50억원 이상 수퍼리치가 선호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