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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넥타이 풀었는데 … 왜 여전히 아재스럽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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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무더위를 피하고 사내 문화를 바꾸기 위한 일환으로 남성 일상복에 노타이가 늘어나고 있다. [중앙포토]

무더위를 피하고 사내 문화를 바꾸기 위한 일환으로 남성 일상복에 노타이가 늘어나고 있다. [중앙포토]

남자들 목에서 타이가 사라졌다. 요즘 같은 찜통 더위엔 더욱 그러하다. 오피스타운엔 헐렁한 회색·감색 바지에 타이를 매지 않은 흰색 반팔 셔츠가 열 중 여덟아홉. 이른바 ‘쿨비즈(Cool Biz·시원하고 간편한 비즈니스 복장)’의 전형이다. 넥타이와 재킷만 던져도 체온이 2~3도 내려간다는 과학적 근거가 패션에 작용했다. 꼭 더위 탈출이 아니라도 타이 실종의 이유는 더 있다. 유연한 조직, 소통이 잘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미로 점점 더 많은 기업이 노타이를 권장한다.

노타이 차림 제대로 멋내려면 #흰 셔츠 대신 줄무늬·블루 셔츠를 #접어 입더라도 반팔 대신 긴 소매 #깃 주저앉지 않는 버튼다운 무난 #정장화 말고 로퍼·스니커즈로 매치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7월 1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 보고 대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7월 1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 보고 대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근 뉴스는 일반 기업뿐 아니라 국가 지도층도 비슷하다는 걸 보여준다. 7월 19일 문재인 정부 5년의 로드맵을 발표하는 국정과제 보고대회가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물론 참석자 모두가 노타이 차림이었다. 사실 이런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은 아예 후보자 시절부터 이미 목이 허전했다. 이들 모두 ‘여름철 공무원 복장 간소화 지침’이라는 공식적 이유 외에 ‘소통의 정부’ ‘혁신의 리더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노타이 복장을 시도했다.

최신 타이 트렌드? 노타이!

파란 스트라이프 셔츠로 포인트를 준 노타이 패션.

파란 스트라이프 셔츠로 포인트를 준 노타이 패션.

사실 노타이는 요즘 남성복의 대세다. “요즘 가장 핫한 타이 트렌드는 노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제냐·아르마니 같은 대표적 남성복 브랜드에서조차 타이로 신사의 품격을 갖춘 옷이 확 줄었다. 타이를 매지 않는 대신 슈트 안에 티셔츠를 받쳐 입거나 드레스 셔츠가 아닌 화려한 꽃무늬 셔츠로 대신하기도 한다. 관람객 대다수가 신사복의 정석을 보여주는 세계 최대 남성복 박람회인 이탈리아 피렌체 ‘피티워모’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발견할 수 있다. 매년 이 행사를 찾는 남성패션지 ‘루엘’의 박정희 기자는 “클래식 슈트에 매듭이 두툼한 타이를 맨 신사는 2~3년 전부터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격식을 따지지 않는 길거리 패션이 유행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흰색 셔츠의 노타이 차림엔 밝은색 슈트로 무거움을 덜어낸다.

흰색 셔츠의 노타이 차림엔 밝은색 슈트로 무거움을 덜어낸다.

이런 영향으로 최근에는 가장 보수적이라는 정계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감지된다. 6월 29일에는 복장 규정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영국 의회가 ‘비즈니스 룩에 넥타이를 매는 건 필수가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비즈니스 패션’의 드레스 코드가 달라진 셈이다. 앞서 6월 27일 프랑스에서는 극좌 정당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소속 남성 의원들이 하원 개원식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캐주얼 복장으로 등원하기도 했다.

스프레드 칼라 셔츠도 노타이룩에 좋아

타이 대신 재킷 주머니에 포켓스퀘어를 꽂아 멋을 냈다.

타이 대신 재킷 주머니에 포켓스퀘어를 꽂아 멋을 냈다.

어쨌거나 노타이는 더위도 이기면서 조직 분위기도 바꾸고, 트렌드도 따르는 일석삼조 스타일링이 됐다. 하지만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뭐든 노력이 따르는 법. 단순히 타이만 생략하는 노타이는 그저 ‘아재 패션’일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업그레이드해야 할까.

남성 클래식 패션 전문가인 편집숍 ‘알란스’의 남훈 대표는 “정장 슈트에 노타이는 애초 맞지 않는 격식”이라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정 타이를 하지 않겠다면 화이트 드레스 셔츠만은 피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검정 슈트 안에 노타이 화이트 셔츠를 입으면 문상 가는 우중충한 이미지를 준다”며 “차라리 줄무늬 화이트나 블루 셔츠가 백배 낫다”고 말했다.

노타이에는 정장 슈트보다 치노 팬츠와 갈색 가죽벨트가 더 어울린다.

노타이에는 정장 슈트보다 치노 팬츠와 갈색 가죽벨트가 더 어울린다.

상·하의를 따로 입는 재킷 차림이나 아예 재킷을 입지 않을 때도 전제가 있다. 어울리는 셔츠를 제대로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맞춤 셔츠 전문점 스테디스테이트 안은진 대표는 “일단 접어 입더라도 긴 소매는 기본”이라며 “일정하게 힘을 받아 무너지지 않는 칼라(깃)의 셔츠를 고르라”고 말한다.

한국의 대다수 ‘아재’들이 덥다고 반팔 셔츠에 타이까지 풀어버리면 ‘쿨’한 패션이 아니라 그저 ‘아재 패션’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칼라 끝을 잡아주는 버튼다운 셔츠.

칼라 끝을 잡아주는 버튼다운 셔츠.

노타이에 가장 무난하고 기본적인 것이 버튼다운 셔츠다. 양쪽 칼라 끝에 단추가 붙은 셔츠로, 목 단추를 풀더라도 칼라가 흐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세미 캐주얼을 대표하는 아이비룩(미국 북동부 명문 대학생들이 즐겨 입는 패션)에서도 옥스퍼드 소재의 버튼다운 셔츠는 단골 아이템이다.

목 뒤와 칼라를 따로 잘라 붙이지 않고 한 피스로 만든 원피스 셔츠.

목 뒤와 칼라를 따로 잘라 붙이지 않고 한 피스로 만든 원피스 셔츠.

스프레드 칼라 셔츠 역시 노타이룩에 좋은 대안이다. 칼라 사이가 넓게 벌어져 타이를 매지 않을 때 여유로운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디자인이다. 여기에 안 대표가 추천하는 건 요즘 많이 출시되는 원피스 칼라 셔츠다. “뒷목 부분의 칼라밴드와 칼라가 하나로 이어져 꺾임이 자연스러운 데다 첫 단추가 없는 형태가 많아 노타이에 최적화한 셔츠”라는 게 안 대표의 설명이다.

여기에 ‘아재 탈출’에 좀 더 욕심을 내자면 바지·벨트·구두까지 자연스럽게 노타이룩에 맞게 바꿔 보자. 갤러리아백화점 남성 편집숍 ‘지 스트리트 494 옴므’의 이여름 바이어는 “펑퍼짐한 정장 바지보다 슬림한 치노팬츠, 또 딱딱한 정장 구두보다는 로퍼나 스니커즈가 어울린다”고 추천했다. 벨트 역시 대표적 ‘아재 패션 아이템’인 금속 버클의 검정 가죽띠에서는 벗어나는 게 좋다. 그는 “노타이는 비즈니스 캐주얼의 일종”이라며 “타이만 안 매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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