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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수, "최순실이 일방적으로 말 교환"…"최씨 배경 때문에 끌려다녔다"

중앙일보

입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가 ‘정유라 승마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말 세탁’을 최순실씨가 일방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피고인 신문 #"최씨 말 거스르면 나쁜일 생길까 염려"

황 전 전무는 최씨의 요구를 들어준 이유를 “최씨의 배경 때문에 끌려다닌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31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임직원 5명에 대한 재판에서 황 전 전무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황 전 전무는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을 지내며 정씨 지원 과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인물이다.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가 31일 자신의 피고인 신문이 예정된 자신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가 31일 자신의 피고인 신문이 예정된 자신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재판에서 황 전 전무는 정씨에게 제공 됐던 ‘비타나·라우싱·살시도’ 등 말 세 필을 ‘블라디미르·스타샤’로 바꾼 이른바 ‘말 세탁’ 의혹에 대해 “최씨가 (말 판매상) 안드레아스에게 교환을 하자고 해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은 이를 알지 못했고 최씨가 몰래 계약했다는 취지다.

황 전 전무는 “당시 최씨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항의를 했는데 최씨가 거의 무시하는 분위기였다”며 “안드레아스에게 ‘딜(거래)을 인정할 수 없으니 원래 계약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법정에서 보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황 전 전무는 ‘살시도’의 이름이 ‘살바토르’로 바뀐 경위에 대해서도 “최씨가 이름 바꾸는 것을 좋아해 ‘바꿔도 되겠’냐고 문의해서 그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주장은 앞서 증인으로 나온 정유라씨의 증언과 배치된다. 정씨는 “엄마가 말을 바꿔야 한다고 하면서 ‘삼성이 바꾸라고 한다’고 했다”며 “어떻게 (삼성이 말 세탁을) 모를 수 있었는지가 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살시도 이름을 바꿀 때도 ‘삼성이 시키는 대로 해야하니 토 달지 말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외에도 황 전 전무는 “2012년 12월 말 최씨가 ‘삼성이 지원하는 승마 선수를 뽑는 것을 지연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언론 등에서 정씨에 대한 승마 특혜 지원 의혹을 제기하자 최씨가 “4월 총선(2016년) 때 야당에서 정씨를 위해 포장하는 거라고 문제제기할 수 있으니 미뤄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황 전 전무는 “최씨가 하자는 대로 삼성이 다 내버려둔 것이냐”는 질문에 “최씨의 배경 때문에 끌려다닌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문체부 국장과 과장이 경질되고, 승마협회 파견 직원들이 겪는 일련의 사태 뒤에 최씨가 있는 것을 파악했다”며 “그의 말을 거스르면 회사에 나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염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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