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아람의 미주알고주알] 프로도 '단수'를 착각하네요

중앙일보

입력

※ '미주알고주알(바둑알)'은 바둑면에 쓰지 못한 시시콜콜한 취재 뒷이야기를 편하게 다루는 코너입니다.



▶프로도 '단수(單手)'를 착각하네요

부천판타지아의 김종준 7단과 음성인삼의 김동엽(오른쪽) 9단. 마지막에 단수를 착각한 김동엽 9단이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바둑TV 캡쳐]

부천판타지아의 김종준 7단과 음성인삼의 김동엽(오른쪽) 9단. 마지막에 단수를 착각한 김동엽 9단이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바둑TV 캡쳐]

25일 오전 서울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열린 2017 시니어바둑리그 정규리그 1라운드. 음성인삼의 김동엽(60) 9단과 부천판타지아의 김종준(65) 7단이 맞붙은 대국에서 뜻밖의 장면이 나왔다.

마지막 끝내기에서 김동엽 9단이 어이없는 단수 착각을 한 것!!! (영상 0:58)

당황한 김동엽 9단이 돌을 물려보려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김종준 7단이 돌을 제자리에 놓으라고 하면서 조용한 대국장이 소란스러워졌고, 심판이 중재에 나서면서 원상 복귀하는 것으로 사태가 정리됐다.

이로써 김종준 7단은 막판에 대어를 낚았다. 바둑이 불리했던 상황에서 뜻밖에 횡재를 한 거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거다. 반면 김동엽 9단은 얼마나 속이 쓰렸을까. 순간의 착각으로 다 이긴 판을 그르쳤으니.

마지막 끝내기 수순.

마지막 끝내기 수순.

자충수를 두는 김동엽 9단.

자충수를 두는 김동엽 9단.

처참한 결과. 

처참한 결과. 

사실 아마추어들끼리 두는 바둑에선 이런 장면이 종종 나온다. 기력이 낮으면 상대의 손을 따라 생각 없이 두다가 간단한 단수를 착각해서 판을 그르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진다.

하지만 프로는 다르다. 프로 바둑에서 간단한 단수 착각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만큼 이번 시니어리그에서 나온 착각은 귀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아래 영상 역시 프로기사의 유명한 단수 착각. 2006년 있었던 나카노 야스히로 9단과 이시다 요시오 9단의 대국 장면이다. 흑을 잡은 나카노 야스히로 9단이 자충수를 둔 다음 착각을 깨닫고 당황해서 머리를 긁적거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알파고'가 아니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한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 벌어지는 반전 드라마. 이게 바로 사람 바둑의 묘미가 아닐까.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