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 받고 마약 투약 사실 눈감아 준 '마약 전담' 경찰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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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관이 상습 마약 투약자에게 뒷돈을 받았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강력부는 25일 뇌물수수와 직무유기·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서울의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A 경위(37)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마크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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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경위는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마약사범 B씨(35)에게 "마약 투약 사실을 눈감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4차례에 걸쳐 현금 400만원과 휴대전화 3대 등 67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수사 정보 등을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수원지검, 뇌물수수 등 혐의로 경찰관 A씨 구속 기소 #상습 마약투약자에게 뒷돈 받고 수사 정보 등 넘겨

A 경위와 B씨의 인연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약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A 경위는 2015년 마약관리법 위반 혐의로 B씨를 직접 체포해 구속했다. B씨는 예전에도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약해 여러 차례 교도소를 들락거린 전력이 있었다고 한다. B씨는 그해 말 교도소를 나왔다.
이후 A 경위와 친한 경찰관 C씨와 고향이 같았던 B씨는 어쩌다 A 경위와 술을 마시는 등 친분을 쌓게 됐다.

하지만 B씨는 여전히 마약을 끊지 못했다. B씨는 지난해 1월 A 경위에게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할 때 사용하는 간이 시약기 2개를 구해 달라고 요청하고 그 대가로 200만원을 건넸다.

마약 주사 이미지.[중앙포토]

마약 주사 이미지.[중앙포토]

A 경위는 같은 해 2월엔 B씨로부터 "경찰들이 나를 잡으러 온다.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집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당시 B씨는 마약을 투약한 상태였다. 환각 상태에서 집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을 경찰관으로 착각해 A 경위에게 전화한 것이었다. 그러나 A 경위는 B씨를 체포하는 대신 눈감아주기로 하고 현금 200만원을 받았다.

A 경위의 범행은 더 대담해졌다. 2016년 3월 B씨는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다른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됐다. A 경위는 B씨를 상대로 마약 검사를 한 뒤 양성반응이 나오자 '몸이 안 좋다' 등을 이유로 조사를 며칠 뒤로 미루도록 했다. 그리고 "물을 많이 마시라"고 하는 등 조언했다. A 경위는 B씨에게서 '음성 반응'이 나오자 경찰에 출석하도록 했다고 한다.
또 B씨 지인의 수배 정보를 알리는 등 B씨의 뒤를 봐줬다.

이런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B씨에게서 범행을 자백받고 이달 초 A 경위를 체포했다. 검찰 관계자는 "A 경위의 죄질과 사안이 가볍지 않아서 구속 기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 경위는 "B씨를 정보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마약범죄 관련 정보를 준 적이 있지만 금품을 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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