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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고추장 국물에 태안 직송 자연산 미꾸라지 … 지금이 맛볼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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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맛대맛 다시보기 │ 원주추어탕

직접 담근 고추장으로 깊은 맛을 내는 원주추어탕은 37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직접 담근 고추장으로 깊은 맛을 내는 원주추어탕은 37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경록 기자]

매주 전문가 추천과 독자 투표로 1, 2위 두 집을 소개했던 ‘맛대맛 라이벌’. 2014년 2월 5일 시작해 1년 동안 모두 77곳의 식당을 소개했다. 그 집이 지금도 여전할까, 값은 그대로일까. 맛대맛 라이벌에 소개했던 맛집을 돌아보는 ‘맛대맛 다시보기’. 이번 회는 추어탕(2014년 4월 2일 게재)이다.

서울 역삼동 교보타워 맞은편 골목. 높은 빌딩 숲 사이에 40여 년 세월을 혼자 비켜간 듯 옛 모습 그대로 낡은 건물이 있다. 역삼동에서만 37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원주추어탕 건물이다. 가게는 이남수(48) 사장의 어머니인 김옥란(79)씨가 열었다.

강원도 원주시에 살던 김씨는 당시 집 앞에 있던 추어탕집 사장과 친해 바쁠 때마다 일손을 도왔다. 그러다 1977년 가족이 서울로 이사 오면서 그때 어깨너머 배운 솜씨로 서울 미아리에서 추어탕 장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3년 후인 80년 역삼동으로 옮겼다. 첫날부터 손님이 몰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손님은 더 많아졌고 식당도 점점 넓어졌다. 처음엔 같은 건물에 갈비집과 수퍼마켓·정육점·치킨집 등이 함께 있었는데 이젠 그 자리를 모두 쓰고 있다. 80년대 말 건물 주인이 부도를 내 건물이 은행에 넘어가게 되자 빚을 내 건물을 인수한 것이다.

직접 담근 고추장으로 깊은 맛을 내는 원주추어탕은 37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직접 담근 고추장으로 깊은 맛을 내는 원주추어탕은 37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경록 기자]

아들 이 사장은 27세이던 96년 식당에 합류했다. 원래 볼링 선수였지만 ‘우리 전통음식인 데다 건강 음식인 추어탕을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부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뛰어들었다. 처음 해본 식당일이 고됐지만 무엇보다 국내산 미꾸라지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추어탕 가게에서 파는 90% 이상이 중국산일 것”이라고 말했다. 토종 미꾸라지를 배양하는 것도 힘든데 그 배양한 한 마리가 다 크는 데 2년 정도 걸리니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수남 사장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자연산 미꾸라지를 찾았다. 다행히 13년 전부터 자연산 미꾸라지가 많이 나오는 7월 초~8월 초 한 달간은 자연산 미꾸라지를 충남 태안군에서 공수해오고 있다.

원주추어탕은 된장을 넣는 전라도나 경상도식과 다르게 고추장으로 맛을 낸다. 그만큼 고추장이 중요하다. 직접 고추장을 담그는 것도 이 때문이다. 3~5년에 한 번씩 큰 고무 대야로 100통이 넘는 고추장을 담그고 강원도 홍천군에 있는 숙성 창고에 보관한다.

맛대맛에 소개된 3년이 지났지만 추어탕 가격은 그대로다. 이 사장은 “추어탕 한 그릇 가격이 9000원인데 1000원만 올려도 1만원”이라며 “손님들이 느낄 부담이 너무 클 것 같아 당분간 가격 올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만든 추어탕을 잘 지켜서 100년 가는 식당을 만들 겁니다. 아이들이 대를 잇겠다고 하니 든든합니다.”

송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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