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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해외 서점가] 얇은 밧줄 하나 뿐인데 서커스단 코끼리는 왜 탈출 생각조차 안 할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죽을 정도라면 회사를 
그만두지'가 안 되는 이유
(「死ぬくらいなら会社辞
めれば」ができない理由)
시오마치 코나 지음·
유키 유 감수
아사(あさ)출판

'죽을 정도라면 회사를 그만두지'가 안 되는 이유

서커스단 코끼리가 있다. 굵은 발목에 얇은 밧줄이 하나 묶여있다. 조금만 힘을 쓰면 땅바닥에 박힌 말뚝을 뽑아낼 수 있으련만 도망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묶여 살면서 ‘저항해봐야 소용없다’는 무력감이 큰 탓이다.

‘학습성 무력감’이란 심리학 용어가 있다. 불쾌한 스트레스를 계속 받고 있는데 벗어나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노력하면 탈출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발적 시도를 포기한다.

2015년 크리스마스. 일본 광고회사 덴쓰(電通)의 24세 신입사원 다카하시 마쓰리가 목숨을 끊었다. 월 최고 200시간 이상 시간외 근무, 53시간 연속 근무 등 과로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도쿄대를 졸업한 젊은 여성의 비극에 일본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죽을만큼 힘든데 왜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는지 의문과 안타까움도 컸다.

저자 시오마치 코나 역시 광고 제작회사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시절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 매일밤 전철이 끊기기 직전까지 일을 했던 그는 다음날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당시 경험을 만화로 그려 트위터에 올렸고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었다. 지난 4월 책으로 펴냈다. 정신과 의사 유키 유는 과로사 또는 과로 자살에 내몰리는 사람이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를 쉽게 설명한다. 마음이 보내는 SOS에 귀를 기울이고 너무 열심히 일하지 않을 용기도 가지라고 충고한다. 남이 아닌 본인의 삶을 살라고 무력감에 빠진 이들을 위로한다.

일본 베스트셀러 (7월 9일~15일, 인문 분야)

① 환생의 마을(生まれ変わりの村)4, 모리타 겐 지음, 가와데쇼보신샤(河出書房新社)=중국에 실존하는 환생의 마을 이야기. 애완동물의 환생과 무의식. 깨달음.

② 운명의 역전(運命の逆転), 다카하시 게이코 지음, 삼포(三宝)슈판=운명은 바꿀 수 없는 것일까. 기적은 하나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인생 진화의 법칙.

③ 실천 윤회전생 명상법(実践輪廻転生瞑想法)3, 기리야마 세이유 지음, 히라카와슈판샤(平河出版社)=고도의 집중과 명상. 꽃의 명상법. 네가지 훈련법.

④ 3천 세계 한번 피는 매화(三千世界一度に開く梅の花), 오모토 본부 편찬, 덴세이샤(天声社)=19세기 말 교토에서 시작돼 일본 정부의 탄압을 받은 오모토교 이야기.

⑤ 메이지 유신의 정체(明治維新の正体), 스즈키 소이치 지음, 마이니치완즈(毎日ワンズ)=에도 막부 마지막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 메이지 유신 이끈 사이고 다카모리 이야기.

※집계=야에스(八重洲)북센터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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