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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골라드립니다] 일본 거장 감독들의 내 인생을 달군 로망포르노 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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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촬영 기간은 평균 일주일, 상영 시간은 70분 전후. 10분에 한 번 정사 신을 포함할 것. 이것만 지키면 어떤 이야기든 해도 좋다. 일본 영화계의 불황을 몰아내며 1970~80년대를 풍미한 닛카츠 로망포르노의 법칙이다. 지난해 로망포르노 탄생 45주년을 맞아, 새로운 시각의 로망포르노영화 연출에 나선 일본 거장 5인. 그들에게 잊지 못할 단 한 편의 로망포르노 걸작을 청했다.

* 제작연도 | 감독

꽃과 뱀

‘링’(1998) ‘검은 물 밑에서’(2002) 등 호러 장르의 한 우물을 파온 나카다 히데오 감독(사진)이 영화계에 입문한 계기가 바로 로망포르노다. 1985년 니카츠 스튜디오에 입사해 그해 코누마 마사루 감독의 ‘상자 안의 여자’ 조연출로 경력을 시작한 그는, 스승 코누마 감독의 대표작 ‘꽃과 뱀’을 단 한 편의 걸작으로 꼽았다. “SM관계의 부부가 주인공인데, 신체적으로는 부인을 괴롭히는 남편이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부인에게 학대당하며 벗어나지 못한다. 남녀의 복잡한 애정 관계를 아름답게 표현한 장면들, 타니 나오미의 명연기가 40년 넘게 지난 지금 봐도 매혹적이다.”

나카다 히데오 감독

나카다 히데오 감독

아! 여자들 외설 노래

1981 | 쿠마시로 타츠미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로 일본 멜로의 대명사가 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사진). 그는 로망포르노 감독을 꿈꾸며 도쿄로 상경했지만, 하필 닛카츠 스튜디오가 로망포르노 제작을 중단하며 좌절한 과거가 있다. ‘로포리’ 참여작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7월 6일 개봉)로 숙원을 푼 셈.

그는 일본에서 ‘영원한 록커’로 사랑받는 우치다 유야 주연 로망포르노 ‘아! 여자들 외설 노래’에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에서 주인공의 부인이 질투심에 운전 중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설정도 이 영화에 대한 오마주. “우치다가 변두리 레코드가게 거리에서 노래하는 장면은 긴장감 절정”이라고.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 / 사진=라희찬(STUDIO 706)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 / 사진=라희찬(STUDIO 706)

천사의 창자-붉은 춘화

1981 | 이케다 토시하루

로망포르노 리부트(이하 ‘로포리’) 참여 감독 중 가장 도전적인 작품을 내놓은 소노 시온 감독(사진). 제목부터 ‘기존 포르노에 저항한다’는 의미의 ‘안티 포르노’(6월 15일 개봉)다. 여성 해방이라는 강경한 주제를 감각적이고 추상적인 이미지에 녹여냈다.

그런 그가 꼽은 ‘인생 로망포르노’는 ‘천사의 창자-붉은 춘화’. 1878년부터 아홉 편의 속편을 낳은 ‘천사의 창자’ 시리즈 4편으로, ‘가위남’(2004) ‘생령’(2001) 등 기이한 인물들의 심리 밀착 호러로 알려진 이케다 토시하루 감독의 초기작이다. 이유는? “좋아하는 이케다 감독의 작품 중 제일 에로틱하다”고.

소노 시온 감독 / 사진=오렌지 옐로하임

소노 시온 감독 / 사진=오렌지 옐로하임

암고양이들의 밤

1972 | 다나카 노보루

“현 시대를 투영한 로망포르노 제작”을 제안 받고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사진)은 곧바로 다나카 노보루 감독의 로망포르노 ‘암고양이들의 밤’ 현대판을 만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제목하야 ‘암고양이들’(7월 27일 개봉). 유흥업소 여성 종업원 셋이 저마다 사연을 안고 새벽 거리에 모여드는 이야기다. 가게 이름의 ‘극락(極樂)’이란 단어와 할아버지 고객 역 배우 요시자와 켄은 모두 ‘암고양이들의 밤’에서 물려받은 것. “다나카 감독의 작품에는 ‘영화이기에 가능한 표현’에 대한 집념이 느껴진다. 대사와 연기뿐 아니라, 영화 전반에 묻어나는 무언가가 있다.”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

천사의 창자-붉은 교실

1979 | 소네 추세이
‘바람에 젖은 여자’(5월 25일 개봉)에서 섹스에 파격적으로 솔직한 여성 캐릭터를 빚어낸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사진)은 주저 없이 소네 추세이 감독의 작품을 들었다. “그가 그리는 여자들은 늘 광기어린 분위기를 풍긴다.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비극이 시작된다. 이 ‘천사의 창자’ 2편에서 ‘추락하는 여자’(미즈하라 유우키)가 집요하게 잡지 편집장(카니에 케이조)에게 달라붙는 장면에선, 어떤 애정이나 욕망도 없이 오직 육체만이 강렬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설명하기 힘든 공포가 떨칠 수 없는 여운을 남겼다. 그런데 이 영화는 코미디도 훌륭하다. 로망포르노의 저력이다.”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

정리=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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