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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 남성 새 삶 준 '손·팔' 이식, 법적 보장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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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국내 최초로 왼팔 이식에 성공한 손진욱씨. 그는 "새 생명을 얻었다"고 말한다. [사진 삼성 라이온즈]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왼팔 이식에 성공한 손진욱씨. 그는 "새 생명을 얻었다"고 말한다. [사진 삼성 라이온즈]

손진욱(36)씨는 2015년 공장에서 일하다 불의의 사고로 왼쪽 팔이 절단됐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팔 치료에 전념해야 했다. 그러다 올 2월 영남대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팔 이식 수술을 받았다. 손씨는 "수술이 끝나고 눈을 뜨니 의료진과 부모님이 보여 펑펑 울었다. 그날 이후 새 생명을 얻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그는 이제 운전·빨래 등을 할 수 있다. 21일엔 대구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삼성-LG전에 시구자로 나선다.

지난 2월 왼팔 이식받은 손진욱씨, 건강 회복 #손·팔도 이식 장기 범위 포함시키기로 #상지절단장애 7000명 이식 필요 추정 #손·팔 이식 까다로워 세계서 100여 건 성공 #의료계 "연구와 수술 활성화될 것" 환영 #백혈병 치료 돕는 '말초혈'도 이식 대상 추가

  이번 팔 이식 수술 성공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손·팔(수부) 이식이 법적으로 보장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21일 밝혔다. 앞으로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손과 팔은 이식 대상 장기에 포함되지 않아 '합법성' 논란이 있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식할 수 있는 장기 범위에 손·팔이 새로 포함된다. 기존에는 ▶신장·간장·췌장·심장·폐·골수·안구 등 7개 장기, 그리고 ▶소장을 이식하면서 함께 따라오는 위장·십이지장만 이식 대상 장기로 규정됐다.
  이번 개정은 손·팔 이식 수술이 성공한 데다 향후 이식을 원하는 환자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손과 팔을 이식받을 수 있는 대상은 상지절단장애 1·2급인 7021명(지난해 말)으로 추정된다.

이식 수술을 받고 회복된 환자의 손과 팔. [중앙포토]

이식 수술을 받고 회복된 환자의 손과 팔. [중앙포토]

  의료기관에서 손과 팔을 이식하기 위한 구체적 조건도 마련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재활치료실이나 물리치료실을 갖춰야 하고 수술용 미세현미경도 있어야 한다. 또한 수술을 담당할 수 있는 인력도 정형외과 또는 성형외과 의사, 그리고 국내·외에서 장기이식 훈련 과정을 6개월 이상 수료한 외과·내과 전문의로 한정된다.

  손·팔 이식은 뼈·신경·혈관·힘줄·피부 등을 다함께 옮기기 때문에 매우 까다로운 수술 중 하나로 꼽힌다. 치료비가 비싸고 면역억제제를 평생 쓴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손 대신에 의수나 발을 쓰는 것에 비해 부상 이전의 일상생활을 거의 되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1998년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이식했으나 면역거부반응으로 실패했고, 이듬해 미국의 매슈 스콧(당시 37세)이 첫 성공 사례가 됐다.

1999년 전 세계에서 최초로 팔 이식 수술에 성공한 매슈 스콧(당시 37세). 그해 4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1999년 전 세계에서 최초로 팔 이식 수술에 성공한 매슈 스콧(당시 37세). 그해 4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 후로 전 세계에서 100여 건의 이식 수술이 성공했다. 지난 2015년 미국에선 자이언 하비(당시 8세)가 양손을 이식받으면서 최연소 성공 환자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중국·말레이시아·대만에 이어 아시아에서 4번째로 이식에 성공했다.

  의료계는 이번 개정안을 환영했다. 최태현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손과 팔 이식이 법적으로 보장되면 국내의 관련 연구와 이식 수술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식을 원하는 환자가 아직 많지는 않지만 추가적인 수술 성공 사례도 곧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 팔 이식의 미래는...

  한편 백혈병 등 난치성 혈액 종양을 치료할 수 있는 말초혈도 장기 이식 대상으로 함께 추가된다. 말초혈은 기증자에게 촉진제를 투여한 뒤 골수 내에 있는 조혈모세포를 뼈 밖으로 유도해 헌혈과 같은 방식으로 채취한 혈액을 뜻한다. 이는 말초혈 이식이 골수 이식보다 더 보편화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장기를 기증할 경우 유급휴가 보상금을 신청하는 절차도 간소화된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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