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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희의 맛따라기] 꽃처럼 아름다운 밥상 … 맛있는 친환경 밥집 ‘꽃, 밥에 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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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식재료로 만드는 맛있고 아름다운 음식을 추구하는 ‘꽃, 밥에 피다’의 대표음식인 보자기 비빔밥. 내용물을 싼 계란 지단을 펼치자 음식이 대접과 어우러져 활짝 핀 꽃처럼 보인다. 밥은 자연재배 현미 20~30%에 유기농 백미를 섞어 지었고, 지단은 무항생제 방사 유정란으로 부쳤다. 5가지 나물(무생채, 느타리버섯·애호박·당근 채 볶음, 콩나물무침)도 모두 친환경·유기농 재료들이다.

건강한 식재료로 만드는 맛있고 아름다운 음식을 추구하는 ‘꽃, 밥에 피다’의 대표음식인 보자기 비빔밥. 내용물을 싼 계란 지단을 펼치자 음식이 대접과 어우러져 활짝 핀 꽃처럼 보인다. 밥은 자연재배 현미 20~30%에 유기농 백미를 섞어 지었고, 지단은 무항생제 방사 유정란으로 부쳤다. 5가지 나물(무생채, 느타리버섯·애호박·당근 채 볶음, 콩나물무침)도 모두 친환경·유기농 재료들이다.

인사동 꽃길에 건강·신뢰의 한식 레스토랑

세상에, 서울 도심에 이런 골목이 있다니. 50m쯤 되는 골목은 수목원 샛길을 걷는 느낌이다. 무성한 장미는 만개했고, 씨가 날아와 싹튼 어린 오동나무와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도 씩씩하게 자란다. 양쪽으로 도열한 음식점들은 제각기 집 앞에 꽃·허브·대나무·포도나무 등을 심었다. 골목 한 곳에 차일처럼 넝쿨을 뻗은 포도나무는 포도 송이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야생초도 군데군데 자리를 잡았다. 500년 됐다는 인사동 상궁골목이다. 중간에 상호가 눈길을 끄는 음식점이 있다. ‘꽃, 밥에 피다(서울 종로구 인사동16길 3-6/전화 02-732-0276)’. 친환경 한식 프리미엄 레스토랑을 표방한 신감각 음식점이다.

앞집 화단은 장미원이고 ‘꽃, 밥에 피다’의 화단은 허브원이다. 음식점이 밀집한 골목이지만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 골목을 꽃길로 가꿨다. 지난 토요일(15일) 모습이다. 오동나무 씨도 날아와 싹이 터 두 번째 맞는 여름에 처마 밑까지 자랐다.

앞집 화단은 장미원이고 ‘꽃, 밥에 피다’의 화단은 허브원이다. 음식점이 밀집한 골목이지만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 골목을 꽃길로 가꿨다. 지난 토요일(15일) 모습이다. 오동나무 씨도 날아와 싹이 터 두 번째 맞는 여름에 처마 밑까지 자랐다.

2015년 12월, 개업을 일주일쯤 앞둔 ‘꽃, 밥에 피다’와 앞 골목 풍경. 위 사진과 비교해보면 그때가 겨울인 걸 감안해도 1년 7개월 사이에 골목 표정이 많이 바뀌었다. [사진 꽃, 밥에 피다]

2015년 12월, 개업을 일주일쯤 앞둔 ‘꽃, 밥에 피다’와 앞 골목 풍경. 위 사진과 비교해보면 그때가 겨울인 걸 감안해도 1년 7개월 사이에 골목 표정이 많이 바뀌었다. [사진 꽃, 밥에 피다]

한옥을 개조한 식당의 길가 처마 밑에는 좁지만 기다란 화단을 만들고 여러 가지 풀들을 키우고 있다. 들여다보니 아스파라거스·공심초·한련화·라벤더·스피아민트·바질·박하 등이 자라고 있다. 식용 허브들이다. 오동나무와 양버즘나무는 씨가 싹터 두 번째 여름을 맞았다고 한다. 바깥 출입문을 들어서면 보자기만 한 중정(中庭)이 있다. 꽃을 먹을 수 있다는 맨드라미, 라벤더, 참비름, 파프리카, 할미꽃 등을 심었고 잡초인 바랭이 풀도 한 자리 차지했다. 실내는 한옥 기둥과 들보·서까래 등 보꾹 구조는 그대로 살리고 홀 전체를 현대적 인테리어로 꾸몄다. 길 쪽 벽은 전체를 유리창으로 시야를 개방해 풀과 나무들이 보이게 했다. 현관문을 들어가면 먼저 완전 개방형 주방이 보인다. 얼마든지 들여다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겠다.

‘꽃, 밥에 피다’의 화단에는 허브와 채소가 10가지쯤 자란다. 오른쪽부터 아스파라거스·공심초·한련화·라벤더·스피아민트·바질·박하 등이 보인다. 좁은 땅을 알차게 활용했다.

‘꽃, 밥에 피다’의 화단에는 허브와 채소가 10가지쯤 자란다. 오른쪽부터 아스파라거스·공심초·한련화·라벤더·스피아민트·바질·박하 등이 보인다. 좁은 땅을 알차게 활용했다.

음식점으로 들어가는 현관 중간에 있는 작은 중정(中庭)에는 화초·허브·나물·잡초가 평화롭게 섞여 자란다. 식탁 꽃꽂이 소임을 다한 꽃들은 말려 바깥 화단과 중정에 거름으로 쓴다.

음식점으로 들어가는 현관 중간에 있는 작은 중정(中庭)에는 화초·허브·나물·잡초가 평화롭게 섞여 자란다. 식탁 꽃꽂이 소임을 다한 꽃들은 말려 바깥 화단과 중정에 거름으로 쓴다.

이 음식점은 ‘건강하고 따뜻한 신뢰의 밥상’을 모토로 ‘음식 하나하나가 꽃처럼 피어나는 아름다운 밥상’을 추구한다. 식재료의 95% 이상을 유기농·친환경 농축산물로 쓴다. ▷무농약∙유기농 쌀 ▷무농약·유기농·자연재배·친환경 과일 및 채소류 ▷전통 간장∙된장·고추장만 사용하고 ▷유전자 조작 농산물 배제(Non GMO) 원칙도 지킨다. 이런 재료들로 맛있고 멋있는 음식을 만들어 이름 값을 하겠다고 다짐하며 2015년 12월 23일 문을 열었다.

밥과 꽃을 짝지은 사람은 스스로를 ‘꽃밥지기’라고 소개하는 송정은(47)씨다. 그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친환경이 좋다고 아무리 얘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음식인 이상 맛있고 멋이 있어야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다고 봐요. ‘맛있고 멋도 있는데 친환경이래’, 이런 공감을 이끌어내야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음식이 가진 가치를 식탁에 표현하고 싶어서 시작한 음식점이니 만큼 재료와 맛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잖아요. 재료의 아름다움은 친환경 자연재배 생산물로 충족하고, 그것으로 조리를 잘 해서 식탁에 꽃처럼 차리면 맛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거겠죠. 가공 소스나 화학조미료 안 쓰고도 맛있는 음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꽃, 밥에 피다’의 1인 용 테이블 세팅. 식탁마다 꽃병이 놓여있다.

‘꽃, 밥에 피다’의 1인 용 테이블 세팅. 식탁마다 꽃병이 놓여있다.

한복 저고리 모형으로 예약석 표시를 한 테이블 세팅이 앙증맞다.

한복 저고리 모형으로 예약석 표시를 한 테이블 세팅이 앙증맞다.

메뉴는 점심으로 ▷한우떡불고기(200g 1만9000원) ▷보자기 비빔밥 세트(저녁엔 안 됨) ▷제육덮밥 세트 ▷사찰식 배냉면 세트(이상 각 1만5000원) ▷제육덮밥 ▷사찰식 배냉면(각 1만1000원) ▷우리밀만두국+현미밥(8000원/여름), 굴국밥(9000원/겨울) ▷황태만두국+현미밥(1만2000원). 세트에는 메인에 감자수프와 수퍼푸드 샐러드가 함께 나간다.

저녁에는 식사도 가능하지만(값이 약간 오름) 주로 안주용 단품요리가 많다. ▷알배추겉절이(1만원) ▷수퍼푸드샐러드 ▷무항생제 순대볶음 ▷바지락에 쏙 빠진 우동 ▷황태탕(이상 각 1만5000원) ▷묵과일무침 ▷무항생제 족발냉채(이상 각 1만8000원) ▷모듬전 ▷제육볶음(이상 각 2만5000원) ▷흑산도 우럭찜(3만3000원) ▷지중해식 가자미 술국 ▷한우떡불고기(이상 각 3만5000) 등이다.

3가지 코스 음식도 있다. ▷텃밭상(저녁 2만9000원, 점심 2만5000원) ▷흑산도 우럭찜이 중심이 되는 초록여신상(3만9000원) ▷한우떡불고기가 메인으로 올라오는 방목한우불고기상(5만5000원). 술은 전통주 10여 종과 내추럴 와인 8가지(4만5000~9만5000원)가 있다.

보자기 비빔밥 세트 중 밥보다 앞서 나온 양파가 들어간 감자수프와 슈퍼푸드 샐러드.

보자기 비빔밥 세트 중 밥보다 앞서 나온 양파가 들어간 감자수프와 슈퍼푸드 샐러드.

보자기 비빔밥에는 된장국과 2가지 반찬, 무항생제 돼지고기를 넣고 볶은 약고추장, 들기름·참기름을 섞은 비빔 기름이 함께 나온다. 색실로 상호를 새긴 수저집도 예쁘다.  

보자기 비빔밥에는 된장국과 2가지 반찬, 무항생제 돼지고기를 넣고 볶은 약고추장, 들기름·참기름을 섞은 비빔 기름이 함께 나온다. 색실로 상호를 새긴 수저집도 예쁘다.  

‘맛있고 멋있는’을 추구하는 관점에서 성공작이자 ‘꽃밥’의 대표 음식은 ‘보자기 비빔밥’이다. 수프·샐러드를 곁들여 세트(1만5000원)로 나온다. 이걸 먹으러 오는 젊은 커플이 많은데 저녁엔 안 하는 메뉴여서 실망하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잦다. 나도 이 집에서 처음 먹은 음식이 보자기 비빔밥 세트였다.

먼저 양파가 들어간 감자수프가 앙증맞은 종지에 검은깨 몇 알을 뿌려서 나왔다. 식기는 대부분 여주 도자기 작가들이 만든 생활자기다. 음식 전개 스타일은 서양식이다. 밑반찬 먼저 깔리고 음식이 순서대로 나오는 한식 방식이 아니다. 이어서 슈퍼푸드 샐러드가 나왔다. 국산 콩으로 직접 쑨 두부에 삶은 쥐눈이콩을 넣어 만든 새콤한 맛의 소스를 바닥에 깔고 토마토(계절과일, 철 따라 바뀜)·새싹채소 얹은 다음 견과류 올리고 치즈를 갈아 뿌렸다. 상큼하고 깔끔한 맛이다.

보자기 비빔밥은 밥과 5가지 나물을 계란 지단으로 싸고, 채소 한 잎과 꽃 한 송이를 질러 김을 자른 검은띠로 묶었다. 선물 포장이 떠오르는 모습이다.

보자기 비빔밥은 밥과 5가지 나물을 계란 지단으로 싸고, 채소 한 잎과 꽃 한 송이를 질러 김을 자른 검은띠로 묶었다. 선물 포장이 떠오르는 모습이다.

지단을 나이프로 자르고 속을 열면 저렇게 가지런한 차림이 꽃이 피어나듯 드러난다.

지단을 나이프로 자르고 속을 열면 저렇게 가지런한 차림이 꽃이 피어나듯 드러난다.

다음에 아욱된장국·2찬(열무김치·양파장아찌)에 약고추장·들-참기름과 보자기 비빔밥이 나왔다. 비빔밥은 밥과 5가지 나물(무생채, 느타리버섯·애호박·당근 채 볶음, 콩나물무침)을 보자기로 네모 반듯하게 선물 보따리처럼 쌌다. 중간을 가는 김 띠로 묶고, 파란 채소 잎 한두 장과 꽃 한 송이를 띠에 질렀다. 꽃은 식용이다. 약고추장은 경북 영양의 ‘영양 산마을’ 전통 고추장에 무항생제 돼지고기를 넣고 볶았다. 지단은 여주 에덴농장에서 생산한 무항생제 방사 유정란으로 부쳤다. 상호를 색실로 수놓은 수저집에 넣어 나온 나이프로 지단을 가르고 보자기를 열자 속에서 꽃이 피어나듯 화려한 자태의 비빔밥이 드러났다. ‘꽃, 밥에 피다’라는 상호는 밥에 꽃을 꽂아서가 아니라 밥이 상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욕을 함축하고 있음을 알겠다.

비빔 고추장은 ‘영양 산마을’ 전통 고추장에 무항생제 돼지고기를 넣고 볶은 약고추장이다.

비빔 고추장은 ‘영양 산마을’ 전통 고추장에 무항생제 돼지고기를 넣고 볶은 약고추장이다.

비빔 기름은 들기름·참기름을 반씩 섞었다.

비빔 기름은 들기름·참기름을 반씩 섞었다.

밥은 자연재배 현미 20~30%에 유기농 백미를 섞어 지었다. 자연재배는 땅을 갈아 씨 뿌린 후 사람이 거름이나 농약은 뿌리지 않고 벼가 저절로 자라도록 키우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논에 물 대고 잡초가 자라면 김 매주는 정도만 사람이 한다. 나머지는 작물이 알아서 싹 트고 자라고 결실한다. 이런 농사를 17년 동안 지은 김태중 농부가 있다. 유기농 인증은 20년 전에 받았다. 그는 음식점 ‘꽃밥’의 본사인 농업회사법인(주)네니아의 상무이기도 하다. 주말에만 장성에 가서 농사를 짓는다. 수확한 벼는 현미 또는 5분도미로 도정해 판매한다. 품종은 ‘백진주’인데 맛은 좋지만 소출이 적어 농민들이 재배하기 꺼린다. 멥쌀인데 찰기가 좋아 현미로 먹어도 거친 느낌이 적어 현미식 하는 사람들은 좋아한다.

활짝 핀 꽃 모양의 보자기 비빔밥 위에 약고추장을 얹으니 꽃술이 솟은 듯하다.

활짝 핀 꽃 모양의 보자기 비빔밥 위에 약고추장을 얹으니 꽃술이 솟은 듯하다.

비빔밥에 묶여서 나온 채소 잎과 꽃은 모두 식용이다. 비빈 다음 밥에 올려 먹으면 된다.

비빔밥에 묶여서 나온 채소 잎과 꽃은 모두 식용이다. 비빈 다음 밥에 올려 먹으면 된다.

쌀을 보여주는데 한 포대가 8㎏이다. 보통 쌀집에서 보면 포장단위가 5㎏, 10㎏, 20㎏으로 돼 있다. 방앗간 집 아들로 자란 내 얼굴에 미소가 퍼졌다. 쌀 8㎏이 전통 도량형으로 한 말[斗]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자연재배 현미 한 말 값은 4만2000원이다.

거름이나 농약을 따로 뿌리지 않고 키워 수확한 자연재배 현미. 농민은 논에 물 대고 갈아 씨 뿌리고 잡초가 자라면 김만 매준다. 17년 동안 이렇게 농사를 짓는 장성의 김태중 농부 쌀이다. 한 포대엔 전통 도량형으로 한 말(10되)인 8㎏을 담았다.

거름이나 농약을 따로 뿌리지 않고 키워 수확한 자연재배 현미. 농민은 논에 물 대고 갈아 씨 뿌리고 잡초가 자라면 김만 매준다. 17년 동안 이렇게 농사를 짓는 장성의 김태중 농부 쌀이다. 한 포대엔 전통 도량형으로 한 말(10되)인 8㎏을 담았다.

점심에 먹은 코스음식 텃밭상(1인 2만5000원/2인 이상 가능)은 메뉴판에는 ①뜨끈한 죽 또는 수프 ②슈퍼푸드 샐러드 ③모듬전 ④토핑 또는 롤(저녁에는 새우찜) ⑤생선요리 ⑥현미밥+된장국(배냉면을 선택할 수도 있음) ⑦후식(유기농 아이스크림 또는 따끈한 차) 순으로 나온다고 적혀 있었다.

점심 텃밭상 코스를 시작하는 감자수프.

점심 텃밭상 코스를 시작하는 감자수프.

코스의 두 번째 음식인 슈퍼푸드 샐러드. 모든 세트와 코스 음식에 동일한 샐러드가 나간다.

코스의 두 번째 음식인 슈퍼푸드 샐러드. 모든 세트와 코스 음식에 동일한 샐러드가 나간다.

모듬전 플레이팅도 세세한 데까지 신경을 많이 썼다. 오른쪽 큰 것부터 동태전, 고추장떡, 애호박전, 취나물과 고기전.

모듬전 플레이팅도 세세한 데까지 신경을 많이 썼다. 오른쪽 큰 것부터 동태전, 고추장떡, 애호박전, 취나물과 고기전.

'실콩과 파프리카'는 실째 먹는 청국장 콩과 파프리카라는 뜻이다. 청국장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게 생 마, 과일, 유자청으로 버무려 파프리카에 올렸다. 민트 잎을 장식으로 꽂았다. 청국장 발효취가 전혀 없다. 전주 함씨네 청국장을 쓴다.

'실콩과 파프리카'는 실째 먹는 청국장 콩과 파프리카라는 뜻이다. 청국장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게 생 마, 과일, 유자청으로 버무려 파프리카에 올렸다. 민트 잎을 장식으로 꽂았다. 청국장 발효취가 전혀 없다. 전주 함씨네 청국장을 쓴다.

코스의 메인 요리인 생선구이와 현미밥·된장국. 생선은 삼치다.

코스의 메인 요리인 생선구이와 현미밥·된장국. 생선은 삼치다.

유기농 바닐라아이스크림이 후식으로 나왔다. 말린 꽃으로 장식한 뚜껑이 닫힌 상태로 나올 때는 만두나 딤섬을 생각했는데 보기 좋게 빗나갔다.

유기농 바닐라아이스크림이 후식으로 나왔다. 말린 꽃으로 장식한 뚜껑이 닫힌 상태로 나올 때는 만두나 딤섬을 생각했는데 보기 좋게 빗나갔다.

후식 택일 선택지 중 하나인 따끈한 차는 말린 코스모스 꽃차였다.

후식 택일 선택지 중 하나인 따끈한 차는 말린 코스모스 꽃차였다.

수프와 샐러드는 보자기 비빔밥과 같았다. 모듬전은 동태·애호박·취나물고기전과 고추장떡이 한 점씩 나왔다. 토핑 순서에는 실콩과 파프리카(낱개는 4000원)가 나왔다. 실째 먹는 청국장을 파프리카에 담았다는 뜻의 이름이다. 청국장을 일본 낫또처럼 먹도록 개발했다. 전주 함씨네 청국장에 깍뚝썰기한 생 마, 유기농 과일, 유자청을 버무려 세 쪽으로 가른 파프리카에 담아서 낸다. 청국장 냄새는 전혀 없고, 하나씩 씹히는 콩의 구수한 청국장 맛은 진하다. 생선요리는 삼치구이가 밥과 아욱된장국·3찬(멸치땅콩볶음·양파장아찌·열무김치)들과 함께 나왔다.

내 입에는 음식마다 맛의 편차가 컸다. 멸치볶음·양파장아찌는 좋았다. 김치는 간이나 익은 정도가 약했다. 된장국은 약간 부담스러운 향이 났다. 말린 새우 가루를 넣었다고 하는데 건조 과정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후식으로 나온 차는 말린 코스모스 꽃을 우린 꽃차였다. 유기농 바닐라아이스크림도 맛보라며 내줬다.

점심 메뉴인 ‘둘이 먹는 꽃밥’에는 7가지 나물이 들어가고 6가지 식용 꽃을 꽂았다. 2명이 먹는 모둠 비빔밥이다. 시중에 흔한 양푼 비빔밥과 아이디어는 같지만 차림새는 다르다.

점심 메뉴인 ‘둘이 먹는 꽃밥’에는 7가지 나물이 들어가고 6가지 식용 꽃을 꽂았다. 2명이 먹는 모둠 비빔밥이다. 시중에 흔한 양푼 비빔밥과 아이디어는 같지만 차림새는 다르다.

자연재배 현미 20~30%에 유기농 백미를 섞어서 지은 현미밥. 밥알이 하나하나 살아있다.

자연재배 현미 20~30%에 유기농 백미를 섞어서 지은 현미밥. 밥알이 하나하나 살아있다.

둘이 먹는 꽃밥(2인용 한 그릇 1만5000원)은 나물비빔밥이다. 점심에만 된다. 보자기 비빔밥에 들어가는 5가지 나물에 취나물무침, 잘게 썬 생 미나리 줄기가 더 들어갔다. 식용 꽃도 6송이 꽂았다. 거기에 아욱된장국, 약고추장, 참·들기름을 섞은 기름이 함께 나간다. 약고추장에 살짝 뿌린 검은깨는 단양에서 재배한 토종 깨를 썼지만 생산량이 많지 않아 소진됐다. 한 농가에서 재배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량 사온 것을 다 썼다. 가을에 다시 깨를 수확할 때까지는 아쉬운 대로 국산 무농약 검은깨를 쓰고 있다. 다른 작물도 토종이 있다는 얘기만 들리면 무조건 사들인다.

초록여신상 코스를 한 상에 차린 사진이다. 실제 이렇게 한 상으로 나오지는 않고 순서대로 나온다. 흑산도 우럭찜(가운데 흰 그릇)이 메인으로, 붉은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을 위해 구상했다. [사진 꽃, 밥에 피다]

초록여신상 코스를 한 상에 차린 사진이다. 실제 이렇게 한 상으로 나오지는 않고 순서대로 나온다. 흑산도 우럭찜(가운데 흰 그릇)이 메인으로, 붉은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을 위해 구상했다. [사진 꽃, 밥에 피다]

우럭찜은 흑산도에서 직송한 반건조 우럭에 통도라지·연근·마·당근 등 뿌리채소와 배를 껍질째 올리고 떡처럼 쪘다. 따로 간은 하지 않고 꿀과 함께 상에 낸다. [사진 꽃, 밥에 피다]

우럭찜은 흑산도에서 직송한 반건조 우럭에 통도라지·연근·마·당근 등 뿌리채소와 배를 껍질째 올리고 떡처럼 쪘다. 따로 간은 하지 않고 꿀과 함께 상에 낸다. [사진 꽃, 밥에 피다]

초록여신상(1인 3만9000원/2인 이상 가능)은 붉은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을 위해 구상했다. 코스의 중심은 흑산도 우럭찜이다. 흑산도에서 직접 조달한 반건조 우럭을 양념하지 않고 통도라지·연근·마·당근 등 뿌리채소를 껍질까지 올려서 떡처럼 함께 찐다. 간은 생선 제간으로 충분하다. 꿀을 함께 낸다. 이 음식점은 뿌리째, 껍질까지, 통곡물 등 매크로바이오틱(macrobiotic) 원리도 일부 응용하고 있다. 그 쪽에 관심이 있는 동화작가 유바카씨가 초기 메뉴 개발에 참여하고 1년 정도 주방작업을 같이 해서 영향이 있었다.

매크로바이오틱은 동양의 자연사상과 음양원리에 뿌리를 둔 식생활법이다. 제 땅에서 난 식재료을 강조하는 신토불이(身土不二), 뿌리·잎·껍질을 통째로 먹는 것을 요체로 하는 일물전체(一物全体)의 원칙을 중심으로 유기농·채식을 권한다. 1927년 일본에서 시작해 국제적으로 퍼진 음식문화운동이다.

사찰식 배냉면에는 육수가 따로 들어가지 않는다. 100% 배 과즙에 생 배를 갈아 섞고 양념을 해 쌀국수를 말아서 낸다. 물 반, 비빔 반 냉면이다. 들기름·집간장에 볶은 표고와 고춧가루·식초·통깨·소금이 양념의 전부다.

사찰식 배냉면에는 육수가 따로 들어가지 않는다. 100% 배 과즙에 생 배를 갈아 섞고 양념을 해 쌀국수를 말아서 낸다. 물 반, 비빔 반 냉면이다. 들기름·집간장에 볶은 표고와 고춧가루·식초·통깨·소금이 양념의 전부다.

여름 추천메뉴로 사찰식 배냉면(1만1000원/세트는 1만5000원)을 꼽는다. 순수하게 배만으로 국물을 만든다. 상품으로 나온 100% 배즙에 생 배를 과육만 갈아 넣는다. 마른 표고를 불려서 기름으로 볶다가 집간장 넣고 꼬들꼬들하도록 볶는다. 들기름과 고춧가루를 넣고 약불에서 다시 볶는다. 갈아놓은 배즙에 볶은 버섯과 식초·통깨·소금을 넣어 간을 맞춘 다음 냉장한다. 이렇게 하면 비빔양념도 아니고 육수도 아닌 소스가 된다. 1mm 쌀국수를 삶아 그릇에 담고 소스를 얹는다. 국수 위에 오이와 배 채로 고명을 올린다. 음식을 만드는 윤유진 세프에게 물어보니 사찰에서 스님들이 해먹던 냉면이라고 한다. 물냉면인지 비빔냉면인지 묻자 “반반”이라고 했다. 쌀국수[米麵]는네니아 제품이다. 찰기가 좋은 ‘고아미’ 품종의 쌀 100%로 만든 냉동 숙면이어서 1분 30초만 삶으면 된다.

지중해식 가자미찜은 가자미와 바지락에 국물을 자작하게 잡아 냉이·미나리 같은 제철 채소, 말린 토마토, 매운 고추를 넣고 뭉근하게 끓인다. [사진 꽃, 밥에 피다]

지중해식 가자미찜은 가자미와 바지락에 국물을 자작하게 잡아 냉이·미나리 같은 제철 채소, 말린 토마토, 매운 고추를 넣고 뭉근하게 끓인다. [사진 꽃, 밥에 피다]

저녁 단품요리로 지중해식 가자미찜(3만5000원)이 인기다. 바지락 국물에 다시마를 넣어 재차 우린 국물을 자작하게 잡아 가자미를 넣고 뭉근하게 끓인 맑은 국이다. 미나리(철에 다라 냉이), 말린 토마토, 매운 고추 등을 넣어 향과 감칠맛, 칼칼한 맛을 낸다.

친환경, 자연 지향 음식을 추구하다 보니 소스도 기성품 안 쓰고 모두 직접 만든다. 간장은 시중 양조간장 일절 안 쓰고 국산 콩으로 만든 전통 집간장을 쓴다. 간장·된장은 지리산 솔뫼농원 제품이다. 그밖에도 ‘영양 산마을’ 전통 고추장, 진도 ‘가가호호공동체’의 죽염 멸치, 완도 다시마 등 최상의 재료를 쓴다. 밑국물 내는 게 하루 일 중 가장 먼저 하고, 가장 중요한 일과다. 멸치·다시마와 양파 껍질째 넣고, 뿌리채소도 통째로 넣고 끓인다.

제육덮밥은 현미밥에 무항생제 돼지고기볶음과 무농약 새싹채소를 얹어서 낸다.

제육덮밥은 현미밥에 무항생제 돼지고기볶음과 무농약 새싹채소를 얹어서 낸다.

도토리묵에 방울토마토와 파프리카, 땅콩, 잎채소를 넣고 집간장 양념으로 무친 묵과일무침. [사진 꽃, 밥에 피다]

도토리묵에 방울토마토와 파프리카, 땅콩, 잎채소를 넣고 집간장 양념으로 무친 묵과일무침. [사진 꽃, 밥에 피다]

황태만두국은 현미밥과 함께 나온다. 만두는 화학 합성품이나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무농약 우리밀, 무항생제 돼지고기와 생 채소만 넣어서 빚는다. [사진 꽃, 밥에 피다]

황태만두국은 현미밥과 함께 나온다. 만두는 화학 합성품이나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무농약 우리밀, 무항생제 돼지고기와 생 채소만 넣어서 빚는다. [사진 꽃, 밥에 피다]

음식점이 있는 골목은 내게는 아주 익숙한 곳이다. 한정식 집이 밀집한 곳이어서 30년 가까이 종종 드나들었다. ‘꽃밥’ 자리에 있던 ‘시천주’라는 음식점도 자주 다녔다. 원래 시천주(侍天主)는 인간 속에 내재한 하느님을 모신다는 말로 최제우(崔濟愚)가 세운 동학의 근본사상이다. 무슨 연관이 있어 그 음을 따왔는지 모르겠지만 음식점 이름은 한자가 달랐다. ‘詩泉酒’라고 썼다. 2001년쯤 녹색대학 창립위원회가 수익사업으로 시작했다.

‘꽃밥지기’ 송씨는 그때 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개업을 지켜보고 관계를 계속 유지했다. 녹색대학 측에서 2~3년 뒤 음식점 사업을 접고, 당시 매니저였던 사람이 인수해 13년간 운영했는데 2015년 8월 그가 제주도로 내려간다며 가게를 내놨다. 마침 송씨가 전무이사로 일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주)네니아가 북촌 한옥마을에 유기농 매장을 열면서 가까운 곳에 우리밀이나 친환경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좋아할 만한 밥집을 아울러 운영하면 시너지가 있을 것 같아 ‘시천주’ 자리에 ‘꽃밥’을 열었다. 2004년 설립한 네니아는 친환경·우리농산물 먹거리를 만들어 학교급식에 공급하는 기업이다. 2016년 이름을 바꾸기 전에는 (주)우리밀급식이었다. 현재 전국의 각급 교육기관 4000여 곳에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500년 됐다는 인사동 상궁골목은 꽃길이다. 대나무·오동나무·양버즘나무가 자라고 목을 쑥 뺀 장미도 만개했다. 포도 넝쿨에는 포도 송이가 주렁주렁 열렸다. 잎이 우산만 한 오동나무 두 그루가 자라는 오른편이 ‘꽃, 밥에 피다’ 음식점이다.

500년 됐다는 인사동 상궁골목은 꽃길이다. 대나무·오동나무·양버즘나무가 자라고 목을 쑥 뺀 장미도 만개했다. 포도 넝쿨에는 포도 송이가 주렁주렁 열렸다. 잎이 우산만 한 오동나무 두 그루가 자라는 오른편이 ‘꽃, 밥에 피다’ 음식점이다.

한옥의 기둥·들보·서까래와 보꾹 구조를 그대로 살려 활용한 ‘꽃, 밥에 피다'의 실내 모습.

한옥의 기둥·들보·서까래와 보꾹 구조를 그대로 살려 활용한 ‘꽃, 밥에 피다'의 실내 모습.

음식점 준비를 하면서 4개월 넘게 전국의 친환경 음식점을 돌아봤다. 재료는 좋은데 그 가치를 제대로 살리는 식당이 없었다. 동네 밥집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친환경만 내세울 게 아니라 음식도 디자인이 필요하다, 식탁에서 음식이 빛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대학로에서 동화처럼 음식을 차려내는 동화작가 유바카씨가 하는 음식점을 알게 됐다. 좋은 재료를 쓰고 음식의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이 있는 사람이었다. 개업부터 1년간 플레이팅과 메뉴 개발을 함께 했다.

송씨와 친환경 음식의 인연은 사연이 길다. 대학에서 아동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를 하면서 대안교육·놀이치료에 관심을 갖고 공부했다. 대안교육단체인 성미산 참나무어린이집에 창립 교사로 참여해 1년간 일했다. 대안학교에서 제일 먼저 바꾸는 게 식품이다. 이 일이 인연이 돼 2000년부터 녹색대학 쪽 활동을 하게 됐다. 2003년 함양 백전면에 국내 최초의 대안대학인 녹색대학(2008년 ‘온 배움터’로 개명)이 개교했다. 송씨는 2002년 미리 초등학생 딸과 함께 함양에 합류했고, 공동육아를 담당했다.

대학에서 학교 앞에 유기농 매장을 열려고 하는데 맡을 사람이 없어 그 일도 하게 됐다.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하는 ‘녹색구멍가게’였다. 친환경 유통 쪽에 발을 담그게 된 것이다. 1년 뒤 서울로 올라온 그는 친환경 농산물 산지를 많이 아는 것을 자산으로 그 분야 일을 계속했다. 없어졌지만, 2003년 설립한 ‘유기농녹색가게 신시’ 창립멤버로 참여해 2008년까지 근무했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친환경 급식에 관한 기획·개발과 OEM 제조, 공급을 하는 네니아에서 급식사업을 맡고 있다. 회사의 문영진 대표는 함양 녹색구멍가게, 유기농녹색가게 신시에 우리밀을 공급해준 인연으로 함께 일하게 됐다. 그는 우리밀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유통업을 해왔다.

사회활동보다 앞서 딸(22)이 아토피가 있어서 1997년쯤 식생활을 완전히 바꿨다. 집에서 고기·우유·계란·밀가루를 끊었다. 가공식품 먹지 않고 전통 장·청국장만 먹었다. 아이 간식도 현미를 빻아서 직접 만들어 먹였다. 직장 다니면서 딸 초등학교 6년간 도시락을 싸 보냈다. 학교급식과 바깥음식을 먹이지 않았다. 여행을 가도 도시락을 싸 보냈다. 자연먹거리요법이었다. 그렇게 1~2년 하니까 딸은 몸이 정상을 되찾아 아토피가 없어졌다. 이후 지금까지 20년 동안 치과 말고는 병원에 간 일이 없다. 감기가 걸려도 면역체계가 튼튼해 하루 이틀 만에 스스로 낫지 약 먹는 일은 없었다. 학교에서 밥을 따로 먹으면 왕따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어느 날 친구들도 ‘까만밥’ 좋아한다며 여러 명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 ‘까만밥’은 현미잡곡밥을 아이들이 일컫는 말이었다. 현미·흑미·보리·수수·차조·기장을 섞어 지은 밥이다. 통곡물을 먹이려고 노력했다. 과일도 껍질째 먹는다.

지금도 집에 붉은 고기를 들이지 않는다. 생선은 먹지만 육류는 안 먹는다. 축산업이 유발하는 환경문제를 생각하는 소비운동 차원의 고려도 있다. 5~6년은 철저히 먹지 않았는데 음식사업을 하려니 아주 안 먹기는 어려워 국물은 조금씩 먹는다. 덕분에 몸은 아주 좋아졌다.

‘꽃, 밥에 피다’를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이 열린 주방 앞에 나란히 섰다. 왼쪽부터 ‘꽃밥지기’ 송정은씨, 홀 담당 여직원, 찬 음식과 반찬 담당 윤유진 셰프, 이태리요리 경력 18년의 불 음식 담당 심해균 셰프, 일식당 경력 5~6년의 창업멤버 유돈철 매니저.

‘꽃, 밥에 피다’를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이 열린 주방 앞에 나란히 섰다. 왼쪽부터 ‘꽃밥지기’ 송정은씨, 홀 담당 여직원, 찬 음식과 반찬 담당 윤유진 셰프, 이태리요리 경력 18년의 불 음식 담당 심해균 셰프, 일식당 경력 5~6년의 창업멤버 유돈철 매니저.

송씨의 구상을 뒷받침하는 주방은 3명이 지킨다. 홀 서빙과 주방 유사시 대타 역할을 겸하는 유돈철 매니저는 일식 출신이다. 개업 날 우연히 만나 대화를 하다가 관심사가 비슷한 걸 알고 함께 일하자고 요청해서 합류했다. 기타리스트가 되려고 뉴욕에 유학 갔다 돌아온 지 얼마 안 됐다. 뉴욕에서 학비 조달을 위해 5~6년간 일식 요리를 했다. ‘꽃밥’ 메뉴 개발부터 참여했다. 영화음악을 전공한 부인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주방에서 뜨거운 요리를 담당하는 30대 중반 신해균씨는 이태리요리 경력 18년의 요리사다. 서양요리만 하다가 한국음식을 해보고 싶다며 3개월 전에 주방을 맡았다. 찬 음식과 반찬들은 한정식과 사찰음식 경력이 5~6년 되는 20대 후반의 윤유진씨가 담당한다.

송씨는 “지금은 주방이 안정됐지만 사람 구하기가 참 어려웠어요. 실력·경력을 갖춘 인력이 흔하지 않거든요. 주5일제가 관건이에요. 5일제를 하기는 해야죠. 6일 내리 요리에 매몰돼 있다가 하루 쉴 때는 피곤하다고 잠만 자다 보면 연구와 창의적 생각은 어디서 하겠어요. 쉬고 많이 보고 해야죠. 애초부터 생각은 있었지만 경영 여건 상 어려워 고민하다가 지난달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면서 단행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교대로 쉬면서 5일만 근무하고 있어요”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손님들은 음식 값이 비싸다고 하는데 경영이 어려워 한때 이태리 음식점으로 바꿀까 고민도 했다. 활성화가 안 되면 그럴 생각이었다. 장사가 잘 안 되니까 주방 사람들은 자괴감에 계속 있어도 되는 건지 의구심을 갖고 흔들렸다. 요즘은 손님이 조금 늘어 고비는 넘긴 듯하고 주방도 안정이 됐다. ‘꽃밥’은 창업 18개월 만인 지난 6월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휴가철인 7, 8월이 또 걱정이지만 일단 오른 궤도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한다.

손님들은 부산·제주 심지어 일본·이탈리아에서도 예약하고 찾아오는데 동네 손님들은 반응이 좀 늦었다. 출근시간에 잘 찍은 사진에 음식 비법까지 담아 만든 홍보용 카드를 자주 돌리고 하면서 최근에야 발길이 늘었다. 일본 손님들이 특히 많은 편이다. 개업 초기 일본의 한 가족이 왔었다. 잘 먹었다면서 돌아가면 어디엔가 올리겠다며 명함을 가지고 갔다. 그 후 일본 잡지 3곳에서 취재를 해갔다. 기사를 들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 음식을 아주 좋아한다.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 일본에서 예약 전화가 올 때도 있고 호텔에서 택시 타고 찾아오기도 한다.

주변 직장인들에게 음식점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 돌린 홍보 카드. 뒷면에는 메뉴판이나 음식 만드는 법을 인쇄했다. 디자인 감각이 엿보인다.

주변 직장인들에게 음식점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 돌린 홍보 카드. 뒷면에는 메뉴판이나 음식 만드는 법을 인쇄했다. 디자인 감각이 엿보인다.

여성들은 음식점을 선택하는 기준 가운데 화장실이 중요한 요소다. 벽장식 소품이나 세면대 등을 보면 화장실에도 공을 많이 들인 태가 난다. 개업 일주일 전쯤 찍은 사진이다. 지금은 장식품이 더 늘었다.[사진 꽃, 밥에 피다]

여성들은 음식점을 선택하는 기준 가운데 화장실이 중요한 요소다. 벽장식 소품이나 세면대 등을 보면 화장실에도 공을 많이 들인 태가 난다. 개업 일주일 전쯤 찍은 사진이다. 지금은 장식품이 더 늘었다.[사진 꽃, 밥에 피다]

출입구에 설치한 손 씻는 세수대. 세심하게 준비한 이 공간을 손님들은 신기해 하기도 하고 좋아한다. 날이 맑을 때는 들어오거나 나갈 때 손을 씻는 사람이 많다.

출입구에 설치한 손 씻는 세수대. 세심하게 준비한 이 공간을 손님들은 신기해 하기도 하고 좋아한다. 날이 맑을 때는 들어오거나 나갈 때 손을 씻는 사람이 많다.

얘기를 듣고 홍보용 카드 몇 장을 보니 여느 음식점 홍보 전단과 차원이 달랐다. 작가가 찍은 음식 사진에 요리법을 정리해 담았다. 그리고 내용 맨 끝에 작은 글씨로 상호·주소·전화번호를 적어 놓았다. 섬세한 디자인 감각이 빛나는 ‘작품’이었다. 인테리어도 신경을 많이 썼고 테이블마다 꽃꽂이며 예약석 표시하는 한복 모양의 소품, 화장실 치장, 손을 씻고 들어오도록 입구에 설치한 설치한 세수(洗手)대 등 세세한 곳까지 신경을 참 많이 썼다. 외부 화단과 중정의 식물이 탐스럽게 잘 자라고 있어 물어보니 식탁 장식으로 꽃꽂이 했던 꽃을 말려서 겨우내 거름으로 줬더니 그렇다고 했다. 친환경을 넘어 자연을 지향하는 삶이 보였다.

영업시간 낮 12시~오후 10시30분(주문은 점심 2시, 저녁 9시 마감), 브레이크 타임 오후 3시~6시. 금·토요일엔 저녁 마감 30분씩 연장. 일요일은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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