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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길 코너 운전에 유용? 방송에 나왔다고 무작정 따라하면 큰일 날 '톱질' 운전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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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빗길 코너 운전에 유용하다"며 소개된 운전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스티어링휠을 좌우로 '톱질하듯' 움직이는 테크닉인 소잉(Sawing) 운전법이 바로 논란의 중심이다.

[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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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SBS의 '맨 인 블랙박스' 16일자 방송에서 소개됐다. 빗길 미끄럼 사고에 대한 대책을 다루는 과정에서다. 방송은 이날 다양한 빗길 미끄럼 사고 사례를 보여주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운전법이 있다며 소잉을 소개했다.

소잉은 실제 카레이싱에서 사용되는 테크닉 중 하나다. 타이어 접지력의 한계를 넘어서 바깥으로 밀려나는 언더스티어 상황에서 스티어링휠을 풀었다 감았다를 빠르게 반복하는 것이다. '덜 돌면 더 감아야지 왜 푸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접지력의 회복'이다. 때문에 감속과 동시에 타이어의 접지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소잉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소잉을 할 필요가 없게 적절한 속도로 코너에 진입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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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해당 방송이 미끄럼 사고의 사례로 든 부분에 있다. 방송에서 소개된 사고는 모두 오버스티어에 따른 사고였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도중 갑작스럽게 과도하게 차가 돌아나가며 중심을 잃은 것이다. 오버스티어는 언더스티어보다 대처가 더 까다롭고, 더 빠른 반응 속도를 요구한다.

젖은 코너에서 갑작스럽게 차가 더 돌아가는 오버스티어 상황에서 소잉을 하면 어떻게 될까. 차량의 무게중심이 이미 흐트러진 상태에서 미끄러지는 방향과 상관없이 무작정 스티어링휠을 왔다갔다 하는 행위는, 게다가 이를 빠르게 반복적으로 하는 행위는 위험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이런 경우에 필요한 것은, 소잉이 아닌 카운터 스티어(Counter steer)다.

[사진 카어드바이스닷컴]

[사진 카어드바이스닷컴]

오버스티어 상황에서 자동차는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을 돌린 것보다 더 많이 돌아나가고 있다. 전륜이 설정한 각도를 따라 차량이 움직여야 하는데, 차량 뒷부분에 작용하는 구심력이 더 커지는 상황인 것이다.

뒷바퀴의 구심력이 더 커지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자동차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로 봤을 때, 차량 뒷부분에 하중이 실리지 않아 코너링 과정에서 관성에 따라 날아가는 경우. 스티어링휠을 꺾은 상태에서 차량이 정상적으로 코너링을 하고 있을 때, 순간적으로 후륜에 출력이 쏠려 미끌어지는 경우다.

쉽게 설명하면, ① 순간적으로 차량의 뒷부분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고, ② 갑자기 코너의 안쪽이 운전자의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이 바로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는 순간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어떻게 될까.

[사진 드라이빙패스트닷넷]

[사진 드라이빙패스트닷넷]

이론적으로는 ① 운전자의 시선을 진행하고자 하는 방향에 고정하고, ② 스티어링휠을 진행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조작하는 것이 오버스티어를 벗어나는 방법이다. 그마저도 소용이 없다면 "신이시어, 스티어링휠을 그대에게 맡깁니다"라고 외쳐야 할까. 그땐 무조건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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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인 해결방법을 풀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좌측으로 선회하던 도중 오버스티어로 과도하게 차량이 돌아서 미끌어진다면, 미끌어진 만큼 우측으로 돌리는 것이다. 반대로 우측으로 선회하던 도중 오버스티어가 발생한다면, 미끌어진 만큼 좌측으로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것. 이를 '카운터 스티어링(Counter steering)'이라고 일컫는 이유다.

젖은 노면에서의 카운터 스티어링. [중앙포토]

젖은 노면에서의 카운터 스티어링. [중앙포토]

또, 카운터 스티어링을 통해 차량의 거동이 안정될 경우, 재빠르게 스티어링휠을 원위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반대 방향으로의 오버스티어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문제해결보다 예방이다.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 모두 접지력과 관련된 만큼, 타이어의 마모상태를 상시 점검하고, 적절한 공기압을 유지해 타이어의 접지면적을 일정하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빠른 속도의 좁은 도로에서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가 발생한다면 카레이서 할아버지가 와도 속수무책인 만큼 기상 상태와 노면 상태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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