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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드는 세상] 식재료 나누는 앱 ‘푸드클라우드’ … 음식 만들어 전하는 주방 ‘LA 키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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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남은 음식에 대한 고민은 세계 공통이다. 각국의 식자재 운반 차량 운전사, 요리사, 수퍼마켓 주인들은 어쩔 수 없이 남게 된 음식을 보고 안타까움을 갖게 된다. 나라마다 노숙자, 굶는 아이들, 독거 노인 등이 있기 때문이다. 남은 음식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은 휴머니즘의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외국도 음식 공유 움직임 활발

그러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굶주린 사람을 찾고 음식을 전달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남은 음식을 나누고 싶은 사람과 배고픈 사람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유다. 지역 공동체가 나서 음식을 모으고, 요리를 만들어 전달하기도 한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학생들은 간단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도 만들었다.

아일랜드의 모바일 음식 기부

모바일 앱 푸드클라우드를 통해 남은 식재료를 입력하면 자선단체에서 수거해 간다. [사진 각 사 홈페이지]

모바일 앱 푸드클라우드를 통해 남은 식재료를 입력하면 자선단체에서 수거해 간다. [사진 각 사 홈페이지]

아일랜드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대학생 이졸데 워드는 빈곤층과 수퍼마켓·빵집·식당을 연결하기 위해 푸드클라우드(foodcloud)라는 앱을 만들었다. 푸드클라우드 회원으로 등록한 가게는 자선단체와 연결되는데, 가게 영업이 끝나면 앱에 그날 남은 음식의 수량·종류·신선도 등을 입력한다. 자선단체는 접수된 내역을 보고 수거할 음식을 선택하고 가게에 방문해 수거해 간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의 몇몇 가게에서 출발한 푸드클라우드의 음식 나눔은 영국계 유통업체 테스코와 손잡으면서 전국으로 확대됐다. 현재 아일랜드에 200개 이상의 수퍼마켓이 모바일 앱을 통해 매일 빈곤층과 음식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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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채우고 꺼내는 스페인 ‘나눔 냉장고’

스페인 비스카야주의 작은 마을 갈다카오의 길가에는 특별한 냉장고가 서 있다. 배고픈 사람들이 수시로 이 냉장고를 찾아와 식재료를 꺼내 먹는다. 지역 주민과 식당이 남은 식재료를 채워 넣는 ‘나눔 냉장고’다. 냉장고에는 못 생겨서 팔리지 않았지만 먹는 데는 지장 없는 과일과 채소, 팔고 남은 햄·빵 등이 들어 있다.

누구나 음식을 기부하거나 가져갈 수 있지만 나름의 운영 규칙이 있다. 생선이나 계란 등 쉽게 상할 수 있는 음식은 넣지 못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기부할 수 없고 조리된 음식은 만든 날짜를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

요리 수업하고 음식 나누는 미국 LA 키친

LA 키친에선 다양한 사람들이 남은 식재료로 요리해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한다. [사진 각 사 홈페이지]

LA 키친에선 다양한 사람들이 남은 식재료로 요리해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한다. [사진 각 사 홈페이지]

미국 LA에는 남은 식재료를 모아 따뜻한 식사를 만드는 주방이 있다. ‘LA 키친’은 지역 농장과 식자재 유통 창고에서 발생한 잉여 식재료를 기부받는다. 이 식재료로 LA 키친에서 요리 수업을 진행하고 음식을 만들어 배고픈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이들의 신조는 ‘음식도 사람도 버려져서는 안 된다(Neither food nor people should ever go to waste.)’이다. 그 믿음대로 LA 키친의 요리사 중에는 한때 사회에서 소외됐던 사람이 많다. 사회 적응 중인 교도소 출소자, 직장을 잃고 구직 활동을 하며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요리사, 학교를 자퇴한 청소년 등이 주방에서 함께 일한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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