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신의승(20)씨는 지난해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아랍어 과목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는 아랍어를 전혀 모른다. 수능 아랍어 문제(전체 30문항)를 모두 찍었다. 그럼에도 전체 9등급 가운데 중간보다 높은 4등급을 받았다.
문 대통령이 내세운 대선 공약 #아랍어 1등급 비율 가장 적어져
신씨처럼 지난해 수능에서 아랍어를 본 수험생은 모두 5만2626명. 아랍어를 포함한 제2외국어 영역 전체 응시자(7만3968명)의 71%에 달했다. 일본어(5987명), 중국어(3982명), 프랑스어(1288명), 스페인어(1263명) 등 나머지 언어를 합친 숫자의 두 배가 넘는다.
하지만 새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이 같은 ‘아랍어 쏠림’ 현상이 사라질 전망이다. ‘아랍어 로또’는 상대평가에서 나온다. 응시자 대부분이 신씨처럼 아랍어를 공부한 적 없는 수험생이어서 운 좋게 잘 찍으면 높은 등급을 받는다. 신씨는 “내 친구도 아랍어를 다 찍었는데 2등급을 받았다. 아랍어는 일종의 로또”라고 말했다.
아랍어는 그동안 다른 외국어에 비해 낮은 점수로도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본지가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함께 지난 3년간 수능 제2외국어 과목의 등급컷 점수(원점수 50점 만점 기준)를 분석한 결과 일본어나 중국어·독일어·프랑스어 등은 45~48점을 넘어야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반면 아랍어는 23~31점만 넘으면 1등급이었다.
그런데 외국어 영역에 절대평가를 적용하면 아랍어에서 ‘로또’가 사라지고 오히려 다른 언어보다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렵게 될 것이 확실하다. 지난해 수능 채점 결과에 절대평가를 적용하면 아랍어는 1등급 비율이 전체 외국어 중 제일 적어진다. 절대평가 기준 1등급(원점수 40점 이상) 수험생 비율이 독일어는 30.4%, 프랑스어는 25%, 중국어는 24.8%인 데 반해 아랍어는 2.3%로 확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경일 대신고 교사(일본어)는 “수험생이 공부하지도 않은 아랍어를 선택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서·이태윤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