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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국민연금 문건에 삼성 승계 지원 검토한 내역 포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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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이 생산한 문건 300여 건에 대해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이 생산한 문건 300여 건에 대해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14일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문건 및 메모 300여 건 가운데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청와대가 밝힌 주요 내용 #의결권 행사 관련 조항·지침 등 거론 #정부서 영향력 행사 가능한 점 담겨 #‘문체부 국·실장 전원 검증’ 문건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 추정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구두로 문건 및 메모의 내용을 설명하는 형식이었다. 박 대변인은 “자료 중 일부는 소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청와대는 개별 문건의 작성시점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문건 작성 시기는 2013년 3월부터 2015년 6월 24일까지라고 포괄적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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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국민연금 의결권과 삼성 경영권=청와대는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조사’라는 제목의 문건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해당문건에는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조항 및 지침 ▶찬반 입장 ▶언론 보도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2015년 7월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한 내용에 찬성 의결한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국민연금관리공단이 합병에 찬성함으로써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구도를 점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6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 의결을 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박 대변인은 “국민연금 의결권과 관련한 문건 안에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을 검토한 내역이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 ‘삼성의 당면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경제 민주화 관련 법안 대응. 금산분리원칙 규제 완화 지원’이란 대목이 담겨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을 동원해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 결정을 내리도록 지시한 정황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정 농단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이 부회장의 승계에 청와대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②블랙리스트=발견된 문건 중에는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라는 제목의 문건도 있다. 여기엔 ‘건전보수권을 국정의 우군으로 적극 활용’ ‘문체부 주요 간부 검토’ ‘국·실장 전원 검증 대상’ ‘문화부 4대 기금 집행부서 인사분석’이란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선 현재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작성 책임자로 7년을 구형받았고,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에게도 6년이 구형된 상태로 판결을 앞두고 있다. 우 전 수석 역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에게 블랙리스트 업무에 소극적이던 문체부 소속 직원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③국정 역사교과서=2014년 6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재직했던 고(故) 김영한 민정수석의 A4지 반쪽 분량 자필 문건을 청와대가 원본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박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국정 역사교과서와 관련해 ‘전교조 국사교과서 조직적 추진’ ‘교육부 외에 애국단체·우익단체 연합적으로’ ‘전사들을 조직’ ‘반대선언 공표’ 등의 표현이 담겨 있었다.

특히 이 메모의 앞부분에는 한자로 ‘장(長)’이라고 적혀 있어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해석했다. 앞서 언론에 공개된 김 전 수석의 비망록(2014년 9월 24일 작성)에도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뜻하는 ‘장(長)’이란 표시와 함께 ‘역사교과서-국정전환-신념’이라고 적힌 메모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④세월호 대리기사=김 전 수석의 자필 문건에는 ‘대리기사’ ‘남부(지검) 고발’ ‘철저 수사 지휘 다그치도록’이란 내용도 있었다. 청와대는 “대리 기사 건은 아마도 당시 세월호 유가족대책위원회의 대리기사 폭행 사건 관련 내용으로 보인다”며 “당시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사건을 관할하던 서울남부지검에 무리한 수사를 요구했다면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이 거론한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의 대리기사 폭행사건’은 2014년 9월 15일 세월호 유가족 5명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KBS별관 뒤편에서 대리운전 기사 이모(51)씨와 이를 말리던 행인 김모(36)씨 등 2명을 폭행한 혐의를 받은 사건을 말한다. 대리운전 기사와 행인은 세월호 유가족에게 일방적으로 맞았다고 하는 반면 가족들은 쌍방폭행이라고 하는 등 주장이 엇갈렸던 사건이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김혜경 혐의 관련 신병방침은 대외적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선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식’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김혜경’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린 김혜경 전 한국제약 대표로 보인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김 전 대표는 2014년 10월 7일 미국에서 추방돼 국내로 강제송환됐고, 10일 구속됐다.

⑤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김 전 수석의 메모에는 ‘일부 언론-간첩사건 무죄판결-조선 간첩에 관대한 판사, 차제에 정보·수사 협업으로 신속 특별행사법 입법토록→안보 공고히, 부지하세월’ 이란 내용도 담겼다.

간첩사건이란 당시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해 서울시 공무원 유모씨를 간첩으로 몰았다가 무죄를 선고받았고 오히려 2014년 10월 4일 증거를 조작한 혐의로 국정원 직원이 기소돼 징역 4년을 구형받았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과 관련한 메모로 보인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정원 적폐청산 TF에서 정치 개입 의혹 사건으로 지목해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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