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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편집 기능 따지겠다는 정부 … 네이버·카카오가 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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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래창조과학부가 ‘플랫폼 중립성 원칙’에 대해 본격 연구를 시작하면서 포털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라 포털의 검색 결과, 뉴스와 쇼핑 정보 등이 노출되는 모든 과정이 심의·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미래부 ‘플랫폼 중립성’ 본격 연구 #쇼핑 정보 등 게재 때 차별 이유 #EU서 구글에 3조원 과징금 폭탄 #‘규제 받지 않는 권력’ 불리던 포털 #정부서 감시·제재 수단 갖게될 수도

미래부 관계자는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를 통해 플랫폼 중립성에 대한 연구에 최근 착수했다”고 12일 밝혔다. 플랫폼은 네이버·카카오·구글 같은 포털 사이트, 카카오톡·라인 같은 모바일 메신저,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OS) 등 콘텐트를 게재할 수 있는 모든 사이버 공간을 뜻한다. 또 ‘플랫폼 중립성’이란 플랫폼 사업자는 콘텐트를 차별하지 않고 게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정보통신 업계가 미래부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는 플랫폼 중립성이 포털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제재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법무법인 테크앤로의 구태언 변호사는 “플랫폼 중립성 개념을 엄격하게 도입하면 포털 사이트가 검색 결과를 게재하는 순서, 뉴스를 편집하는 기준, 유튜브가 동영상을 게재하는 순서 등이 모두 감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상품 정보를 검색할 때 구글이 ‘구글 쇼핑’ 결과를 상단에 보여주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3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처럼 콘텐트 차별을 이유로 제재를 가하는 게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플랫폼 사업자가 뉴스나 영상의 배치 순서, 노출 시간 등을 통해 콘텐트를 차별화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 포털이 ‘규제받지 않는 권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네이버·카카오 같은 플랫폼은 온라인 쇼핑, 부동산 광고, 앱마켓에서 핀테크, 미디어 기능까지 영역을 급속히 넓혀 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 포털은 ▶사이버 골목상권 침해 ▶검색 결과에서 자사 서비스 우대 등의 논란을 빚어 왔다.

구글과 같은 해외 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구글은 국내 OTT(인터넷을 통한 영상 서비스) 업체 옥수수·티빙·푹 등에 경고 메일을 보냈다. 이들이 서비스하는 성인 콘텐트가 ‘개발자 기준에 부적합하다’며 앱마켓에서 앱을 삭제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국내 영상물등급 심의를 거친 콘텐트이고, 구글도 ‘플레이무비’에서 성인영화를 대거 서비스하면서 국내 콘텐트만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플랫폼 중립성 원칙이 없는 한 이런 상황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미래부의 이런 움직임에 포털 업계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EU도 플랫폼 중립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유럽과 한국의 시장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유럽 국가가 만들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끈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는 단 하나도 없다”며 “EU가 내세우는 플랫폼 중립성은 결국 미국 업체를 손보기 위한 도구”라고 설명했다. 규제를 잘못 도입하면 해외 기업의 공격에 그나마 선전하는 국내 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포털들은 또 검색 결과든 뉴스든 ‘기계적 중립’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도 내세운다. 카카오의 이윤근 홍보매니저는 “다음 뉴스 페이지는 과거에 주로 소비했던 뉴스 콘텐트를 인공지능이 딥러닝을 통해 학습한 뒤 개인별로 다른 화면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맞춤 서비스로 진화한 영역에서 기계적 중립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

미래부는 플랫폼 중립성 연구에 대해 “시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이지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기 위한 연구는 아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규제에 나선 사례는 많다. 미래부는 2011년에도 망 중립성 원칙이 논란이 되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연구 용역을 맡겼다. 8개월간의 연구 끝에 나온 결과가 방통위의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의 바탕이 됐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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