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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제1 야당 혁신위원장이 “박근혜 탄핵 억울하다”니 …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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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1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굉장히 억울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혐의들이 실체가 없고 너무 과한 정치적 보복을 당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며 이같이 주장한 것이다. 그는 ‘국정 농단 사태’도 언론 탓으로 돌리면서 “한국당이 그런 현실을 바꾸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류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자유한국당은 반년 전까지 국정을 책임졌던 집권당이었고, 지금도 의석 107석을 보유한 제1 야당이다. 이 당의 환골탈태를 다짐하며 출범한 홍준표 대표 체제가 당 개혁의 아이콘으로 내세운 사람이 바로 류 위원장이다. 그런 사람이 취임 일성으로 탄핵을 비난하고, 박 전 대통령 감싸기로 일관하며 “언론을 손보겠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한마디로 기가 막힐 따름이다.

탄핵은 국민의 민심에 따라 국회가 합의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확정된 ‘국가이성’의 산물이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법과 질서를 강조해 온 자유한국당의 혁신위원장이 이런 탄핵의 의미를 깎아내리고, 언론 탄압 소지가 큰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혁신위원장의 인식이 이런 수준이라면 인적 쇄신을 비롯한 최소한의 개혁조차 해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오죽하면 같은 당 정우택 원내대표조차 “결코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할 발언”이라며 류 위원장의 자제를 호소했겠는가.

류 위원장은 이제라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 시민 신분으로 태극기집회에 나갔을 때의 생각을 공당의 혁신위원장이 된 뒤에도 고집한다면 당의 미래는 없다. 그런 비극을 원치 않는다면 류 위원장은 스스로 ‘당의 지표’로 제시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기본부터 되새기기 바란다. 그것은 법의 결정(탄핵)과 언론자유 같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