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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가 찍은 웹툰 작가 … 현대미술계 가운데 선 선우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5월 31일 개막한 서울시립미술관의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전은 대형 작가 25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비엔날레급 전시다.

웹투니스트 선우훈의 '점진적인' 세계

아시아 투어를 계획 중인 전시의 첫 시작을 서울에서 시작한다는 데서 더욱 의미 있는 전시. 재단의 소장품을 비롯하여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커미션을 받아 작업한 작품들도 함께 볼 수 있는데, 국내 작가로는 파리 까르띠에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바 있는 이불 작가와 전시 커미션을 받은 그룹 파킹찬스(ParkingCHANCE)와 웹투니스트 선우훈이 참여했다.

조금은 의아할 수도 있는 선정.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디지털 세계의 만화 장르로 자리매김한 한국의 웹툰 시장을 새로운 예술 영역으로 보았다. 쟁쟁한 예술가들 사이에서 웹투니스트로 현대미술계의 가운데에 선 선우훈을 만났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전시 커미션을 받고 어떤 기분이었나?

서울시립미술관의 홍이지 큐레이터의 얘기를 듣고 부담도 됐지만 재단에서 웹툰을 넣고 싶어한다면 적절한 선택인 것 같았다. 웹툰을 전시장에서 보여준다고 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유명한 웹투니스트들이 많지만, 대부분 웹툰은 이미지가 아니고 어떤 흐름, 서사를 읽어내야 마음에 남는 건데 그 방식이 전시장의 작품으로 보여지기엔 좀 어려우니까.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해달라.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전 전시 커미션을 받아서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가장 정치적인 것이 가장 평면적인 것이다, 2017’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총 3회의 작품이 몇 주의 간격으로 전시장에 새롭게 업로드 된다.

배경은 광화문광장에서부터 시청, 강남역까지 한 화면으로 쭉 이어져있다. 첫 번째 공개된 작품은 2016년 5월에 있었던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여성혐오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제목을 그렇게 지은 이유가 있나?

스마트 폰을 많이 사용하는 현대인들은 그 평면적 화면을 통해 정치적, 사회적 이슈들을 접하고 전파하고 의견을 개진한다. 웹툰도 PC보다 스마트폰으로 많이 보고.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다시 우리의 태도를 구성하고 현실문제를 받아들이는 큰 역할을 한다.

웹툰을 이용하는 과정과 동시에 사회의식이 전파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웹툰에서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

군대 생활을 하며 느낀 위계질서를 통해 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래서 그린 ‘데미지 오버 타임’이 첫 작품이다.그때부터 만화와 게임, 인터넷, 웹툰 그리고 스마트폰을 통해 내 세대의 청년들이 어떤 식으로 사회를 받아들이는지 또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많이 관심을 갖게 됐다.

이번에 선보인 작품 중 1회에 등장하는 이슈는 여성혐오다. 민감한 소재를 다루지만 특정 주인공이 없고, 직접적인 말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덜 불편하게, 한번 더 생각하는 방식으로 보게 되는 것 같다. 여성혐오라는 사회적 이슈가 스마트 폰을 통해 어떤 식으로 의견이 개진되고 그것이 다른 사건으로의 연결고리가 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 이슈는 샤를리 엡도(프랑스 풍자 전문 주간지) 사건으로 촉발된 거라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그 주간지는 만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테러가 일어났고 테러에 대항하는 ‘나는 샤를리다’ 운동이 일어났다. 이걸 한 영화 평론가가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위험하다’라고 하고 이에 대항하여 ‘나는 페미니스트다’라는 운동으로 번졌다. 그리고 이 모든 운동은 SNS를 기반으로 일어났다.

불특정다수가 언제든 쉽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웹투니스트로써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나?

꼭 그래서만은 아닌데, 그런 것들이 내 삶과 무관하지 않다. 난 게임과 웹툰을 좋아해서 이 둘을 결합한 작품을 하고 있는데, 이 둘은 적은 지출로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어 급격히 성장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 둘은 향유하는 사람들도 비슷하고 이곳에서 댓글문화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어떤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도 비슷하다.

예전엔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전파되던 것들이 커뮤니티에서는 단 한 가지 사례일 뿐임에도 순식간에 퍼지면서 어떤 의식을 공고히 하는데 도움이 된다. 소비자마인드와 내가 그 사람의 위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심리, 즉 위계의식이 겹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고 본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자료나 기사를 계속해서 정리해두며 이것들이 어떻게 발생되는지 고민한다.

점묘화처럼 점을 찍어서 그리는 것이 선우훈만의 독특한 웹툰 스타일인데 특별히 그렇게 그리는 이유가 있나?

처음 군대 내에서 작업할 때는 그림판으로 해야 해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이렇게 해서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았다. 내 그림에 있는 점은 하나도 쓸모 없는 게 없다.

그것들이 다 모여 의미를 갖는다.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들이 오는데 작품을 감상하는 팁을 준다면?

웹툰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분들도 오실 거고 반면 한 번도 보지 않은 분들도 있을 거다. 벽면에 걸린 제 작품을 움직이는 그림이라고 생각하면 편하지 않을까? 

다만 보여주는 방식이 스크롤을 내려서 화면을 확장해서 볼 수도 있는 스크린 화면이라는 점이란 것이다. 그리고 화면 속 사람들의 말풍선을 눈 여겨 보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다영 기자(헤렌) yi.dayoun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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