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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한항공·아시아나, 인천공항 라운지서 10년간 ‘불법 영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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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 있는 대한항공의 퍼스트클라스 라운지. 공항의 퍼스트클라스와 비즈니스클라스 라운지는 해당 승객만 이용가능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불법 영업을 해왔다. [중앙포토]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 있는 대한항공의 퍼스트클라스 라운지. 공항의 퍼스트클라스와 비즈니스클라스 라운지는 해당 승객만 이용가능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불법 영업을 해왔다. [중앙포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자사 일등석·비즈니스석 고객만 이용하게 돼 있는 인천공항 라운지에서 일반 고객에게 음식과 술을 파는 등 불법 영업으로 10년간 수백억 원대의 부당 매출을 올려 경찰에 적발됐다. 음식점으로 허가받지 않은 라운지에서 음식점 영업을 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혐의다.

일반석 고객에게 현금 받고 음식·술 팔아 #경찰 "음식점 허가 안 받아 불법 영업" # #양 항공사 10년간 수백억원대 부당 매출 #마일리지 차감, 제휴카드사 고객 이용도 불법 #라운지는 업무시설, 임대료가 음식점 5분의1 #불법 영업 피해 본 공항음식점들이 문제제기

인천공항경찰대 수사과 관계자는 11일 “지난 3월부터 내사를 벌인 결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고객을 위한 서비스 업무시설로 분류된 라운지에서 적어도 10년간 불법으로 영업한 행위가 확인됐다. 최근 각사의 상무 1명씩을 불러 피의자 신문조사를 한 후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에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라운지.[중앙포토]

인천공항에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라운지.[중앙포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라운지는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구매한 고객이 출국절차를 모두 마치고 비행기를 타기 전에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할 수 있게 마련된 공간이다. 라운지에는 맥주나 와인 등의 술도 준비돼 있다. 대한항공은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일등석 라운지(1227㎡), 비즈니스석 라운지(2327㎡)를 운영하고 있다. 여객터미널에서 트레인을 타고 이동하는 탑승동에서도 비즈니스석 라운지(1130㎡)를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대한항공과 비슷한 규모로 3개의 라운지를 운영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천공항 라운지에서 일반석 승객에게 돈을 받고 음식과 술을 팔았다.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천공항 라운지에서 일반석 승객에게 돈을 받고 음식과 술을 팔았다. [사진 대한항공]

양 항공사는 인천공항을 관리하는 인천공항공사로부터 라운지 자리를 상업시설이 아닌 업무시설로 빌렸다. 이에 따라 상업시설보다 임대료를 적게 내고 있다. 양 항공사 라운지 인근에 있는 유료 라운지인 허브라운지의 경우 상업시설로 입점해 ㎡당 연간 임대료로 560만원을 낸다. 하지만 대한항공 라운지의 ㎡당 연간 임대료는 120만원으로 약 5분의 1  정도다. 돈을 받고 장사를 하는 곳이 아니라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고객에게만 무료로 서비스하는 항공 업무 시설로 계약한 것이다.

일반승객에게 돈을 받고 라운지 입장을 허용하고 술을 제공하는 건 불법이다. [중앙포토] 

일반승객에게 돈을 받고 라운지 입장을 허용하고 술을 제공하는 건 불법이다. [중앙포토] 

경찰이 적발한 양 항공사의 라운지 불법 영업 행위는 다양하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1인당 3만원을 받고 일반석 고객이 비즈니스석 라운지를 이용하게 했다. 또 제휴카드사 우량고객이 일등석 라운지와 비즈니스석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도 불법에 해당한다고 경찰은 밝혔다. 아시아나가 손님에게 직접 돈은 받지 않지만 제휴카드사로부터 따로 돈을 받는 구조다.

아시아나항공의 라운지 이용 안내문. 1인당 3만원을 내거나 제휴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사진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의 라운지 이용 안내문. 1인당 3만원을 내거나 제휴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사진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은 일반석 고객에게 마일리지를 공제하고 인천공항 비즈니스 라운지를 이용하게 해왔다.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일반석 고객에게 마일리지를 공제하고 인천공항 비즈니스 라운지를 이용하게 해왔다. [사진 대한항공]

아울러 경찰은 양 항공사가 PP(Priority Pass)카드 소지자와 각 항공사 마일리지를 갖고 있는 손님이 라운지를 이용하게 하는 것 역시 불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PP카드는 공항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유료 카드다.

대한항공의 경우 2008년 PP카드와 계약를 맺고 PP카드 고객이 탑승동의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또 자사의 일반석 고객에게 1인당 4000마일의 마일리지를 차감하고 라운지를 이용하게 했다. 항공사 마일리지는 항공권 예약은 물론 호텔이나 렌트카 사용 때 쓸 수 있는 사실상의 현금이다. 따라서 현금을 받고 라운지를 이용하게 하는 영업에 해당한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10년 동안 이뤄진 영업 행위가 이제야 적발된 것은 대형 항공사의 불법 영업으로 손님을 빼앗긴 공항 내 식당과 중소 라운지 운영사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일부 항공사가 아예 현금을 받고 영업을 하자 중소 라운지 운영회사와 음식점들이 경찰에 신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라운지 안에서 직접 음식을 조리하려면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중앙포토]

라운지 안에서 직접 음식을 조리하려면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중앙포토]

경찰은 인천공항 라운지 불법영업으로 아시아나는 1년에 20억원대, 대한항공은 1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한다. 양 항공사는 음식점으로 허가받지 않은 곳에서 무허가 영업을 했기 때문에 일반 음식점이 내는 세금도 내지 않았다. 음식점업은 과세사업자이기 때문에 부가가치세·종합소득세 등을 내야 한다. 소규모 분식점도 영업허가를 받고 세금을 내면서 장사하는데 양 항공사가 특급호텔급의 음식을 무허가로 팔면서 세금을 전혀 안 낸 셈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라운지 서비스에 대해 조사받는 단계이기 때문에 성실하게 조사에 응할 계획"이라며 "영업을 중단하거나 적법한 절차를 거친 후 다시 영업을 할지 내부 회의를 거쳐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도 “라운지 이용 고객 편의차원에서 유료 서비스가 제공된 것"이라며 "검찰에서 판단을 내리면 그에따라 적절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불법 행위 적발은 카드사와 양 항공사의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PP카드 고객이나 제휴 카드사 고객 등의 항공사 라운지를 이용 혜택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H카드 관계자는 “라운지 이용의 이점 때문에 카드에 가입한 고객이라면 연회비 환불을 카드사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카드사는 항공사를 상대로 고객 이탈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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