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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티 테크] 삼성바이오로직스 공모주 샀더니 … 8개월 만에 2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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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써티테크 시리즈 연재를 시작한 지 9개월이 지났다.<중앙일보 2016년 10월 14일 E2면> 그간 중앙일보 2030 기자들은 뱅크론 펀드, 금 상장지수펀드(ETF), P2P(개인 대 개인) 대출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했다. 성과는 어땠을까. 연재를 이어가며 중간 평가를 통해 수익률을 점검한다.

흑자 낸 적 없는 데다 공모가 비싸 #처음엔 투자해놓고 별 기대 안 해 #코스피 뛰고 삼성 프리미엄 효과 #성장 가능성 높아 꾸준히 오름세 #딱 1주 배정받아 큰 재미는 못봐

기자가 처음으로 공모주 투자에 도전한 건 지난해 11월 초다.<중앙일보 2016년 11월 14일 E6면> 주인공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실 공모주 청약에 나설 때만 해도 큰 기대는 없었다. 덩치만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공모주 시장의 최대어라 할 만했다. 그러나 2011년 설립 이후 5년 동안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어 불안감도 있었다. 거품 논란이 있을 정도로 공모가(13만6000원)도 비싼 것도 부담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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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8개월이 지난 지금 불안은 환호로 변했다. 7월 7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29만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대비 상승률이 113.6%에 달한다. 8개월 사이 가치가 두 배 이상으로 뛴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상장 이후 꾸준히 공모가를 상회했다. 연말까지 15만원 전후를 맴돌던 주가는 연초부터 꾸준히 오름세를 타더니 5월 24일 처음으로 20만원 고지에 올라섰다. 그리고 6월부턴 내달렸다. 한 달 만에 27.5% 더 상승해 6월 30일엔 29만2000원까지 올랐다. 이날 장중 한때는 30만원 벽을 뚫기도 했다.

덕분에 시가총액 순위도 수직 상승했다. 상장 첫날엔 25위였지만 지금은 15위다. 19조2209억원으로 기아차와 SK이노베이션, 삼성SDS 등을 제쳤다. 시총 20조원대에 올라서면 SK텔레콤과 LG화학을 제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최근의 급등은 코스피 상승세, 삼성 프리미엄, 장기 성장성이란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올 들어 코스피는 오랜만에 박스권을 뚫고 상승하고 있다. 1월 2000 초반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7월 7일 기준 17.5% 상승해 2400선 돌파를 노리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상반기 내내 강한 매수에 나선 덕분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대형주는 집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삼성그룹 관련주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삼성그룹 상장사 16곳의 시가총액은 456조3669억원으로 지난해 말(364조4778억원)에 비해 92조원가량 늘었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1552조2875억원)의 29.4%에 달한다. 삼성생명·삼성카드 등 일부 금융계열사가 부진했을 뿐 대부분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240만원대를 돌파하며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삼성전자는 올해만 30% 가량 주가가 올라 시가총액이 60조원 이상 늘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황이 쉽게 꺾일 기미가 없어 이익 창출력은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맏형이 달리면서 그룹 내 계열사 전체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부품 분야 양 날개라 할 수 있는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상반기에만 주가가 각각 99.8%, 54.1%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이런 삼성 프리미엄의 덕을 봤다고 볼 수 있다.

자체 경쟁력도 상장 당시보다 훨씬 견실해졌다는 평가다. 사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매년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미래의 삼성전자’로 불린 건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력 사업은 생물에 유래한 물질로 만드는 바이오의약품의 위탁생산(CMO)이다. 향후 10년간 합성(화학)의약품 성장률 전망이 2.6%인데 비해 바이오의약품 성장률은 9.1%에 이를 전망이다. 제3공장이 완공되는 2018년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규모로 이 분야 글로벌 1위가 된다.

최근 수주 실적도 좋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일 선파마의 바이오의약품 ‘틸드라키주맙(Tildrakizumab)’을 장기 위탁 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선파마는 인도 최대 제약사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합성 복제약 생산 업체다. 계약 규모는 5500만 달러(약 632억원)로 이번 계약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번째 바이오의약품 고객을 확보하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금까지 로슈와 BMS제약 등 총 6개의 글로벌 업체에서 물량을 수주했다.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분야 기대주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최대주주라는 점도 장기 전망을 밝힌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강점은 다양한 파이프라인(수익원)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2월 엔브렐(관절염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SB4(베네팔리)의 유럽 허가를 받아 판매 중이다. 신재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밖에도 란투스(당뇨 치료용 인슐린) 바이오시밀러 SB9으로 유럽에서 승인을 획득하고, 미국 허가를 신청 중”이라며 “또 다른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SB5도 지난해 7월 유럽 허가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도 밝은 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 주가를 35만원으로 올려 잡았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CMO사업은 양산 능력과 품질 관리가 핵심 경쟁력으로 삼성이 세계적인 역량을 보여주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와 유사하다”며 “세계 최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는 내년 이후엔 시장에서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원석경제부 기자

장원석경제부 기자

100%가 넘는 주가 상승률에도 불구하고 기자가 실제 얻은 수익은 크지 않다. 보유 수량이 1주에 불과해서다. 지난해 청약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일반 공모 청약 경쟁률은 45.34대 1에 달했다. 기자가 50주를 신청했음에도 딱 1주밖에 받지 못했다.

장원석 경제부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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