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중국은 ‘사드’ 반대 아닌 대북 원유 공급부터 중단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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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한·미·일 3국 정상 회동의 주제는 북핵 문제 단 하나였다. 우리는 3국 정상이 의견을 모은 북핵 해법이 세 단계로 나뉘는 점에 주목한다. 첫 번째는 군사적 옵션 대신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되 그 방법으로 북한이 감내할 수 없는 경제적 제재를 가하기로 한 점이다. 두 번째는 제재가 효과를 내려면 중국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3국이 힘을 모아 중국을 제재의 장으로 유도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기업과 개인에 대한 추가적 금융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중국 압박 전략까지 제시했다. 세 번째는 더욱 강력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신속하게 도출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유엔의 틀 속에서만 움직이려는 중국을 견인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감내할 수 없는 제재로 북핵 풀자는 한·미·일 정상 #중국은 북핵을 키운 절반의 책임 있음을 인식하고 #대북 원유 공급 축소나 중단 등 특단의 조치 취해야

결국 3국 정상이 한목소리로 말하는 건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선 중국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중국 역할론’에 중국이 이제까지와는 다른 각오로 적극 임해줄 것을 촉구한다. 북핵을 키운 절반의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핵 개발이 한반도의 대치 국면에서 비롯된 것이긴 해도 북한이 의도만을 갖고 그 개발에 나설 수는 없는 것이다. 주변 여건이 허락돼야 한다. 뜻이 아무리 커도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꿈이다.

북한이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핵 개발을 추진할 수 있었던 건 국제 공조에 허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허점, 즉 북한이 숨을 쉴 수 있었던 구멍(loop hole)이 중국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북한과의 무역 거래 90% 이상이 중국과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 아닌가. 국제 공조 속에 전례 없는 대북제재가 가해지고 있는 올해도 북·중 교역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지적한 대로 증가 일로다.

이제 중국은 방어용 무기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에 반대한다는 판에 박힌 말 대신 북핵 제거를 위한 실질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 혹시 북한을 압박하는 게 중국의 잠재적 경쟁자인 미국만 좋게 해 주고, 북한이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혈맹’이니 그대로 끌어안고 있는 게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는가. 이는 편향된 사고일 뿐이다.

지금 문제를 풀지 않으면 날로 속도를 내고 있는 북핵 개발로 인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전체가 전쟁과 같은 재앙의 화마에서 언제까지 자유로울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 경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한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꿈’ 또한 실현 불가능의 요원한 꿈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북핵 제거는 중국 자신을 위한 길임을 깨닫고 웬만한 압박엔 꿈쩍도 않는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중국의 특단 조치가 필요하다. 바로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부터 중단하거나 축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