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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화성-14형 발사대의 비밀, 왜 차체와 분리해서 쐈나?…북한, 이동형 발사대(TEL) 부족 현상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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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4일 북한의 화성-14형 발사 때 미사일이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TEL)에 실려 발사 장소로 움직이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지난 4일 북한의 화성-14형 발사 때 미사일이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TEL)에 실려 발사 장소로 움직이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발사 장소에 도착한 뒤 북한 병사들이 TEL 차량에서 화성-14형 미사일을 똑바로 세우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발사 장소에 도착한 뒤 북한 병사들이 TEL 차량에서 화성-14형 미사일을 똑바로 세우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화성-14형 미사일을 지상 거치 '간이 발사대'에 세운 뒤 TEL 차량이 자리를 뜨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화성-14형 미사일을 지상 거치 '간이 발사대'에 세운 뒤 TEL 차량이 자리를 뜨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미국 국방부의 제프 데이비스 대변인은 지난 5일(현지시간) 북한의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전에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그 근거 중 하나로 새로운 형태의 발사대를 꼽았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의 관영 매체가 지난 4일 화성-14형 발사 후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 미사일은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TEL)에 실려 보관 장소에서 나왔다. TEL이 평지에 도착하자 북한 병사들은 적재칸에 누워 있던 미사일을 일으켜 세운 뒤 발사대를 차체와 분리했다. 이후 화성-14형은 ‘간이 발사대’에서 발사됐다. 지상 거치 발사대(TE) 발사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TEL 발사 방식은 미사일을 TEL에서 세운 뒤 바로 쏘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5월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쏘면서 TE 발사 방식을 처음 선보였다. 이 방식은 1950년대 옛 소련이 개발한 R-12(SS-4 샌들)에서 유래했다.

정보 당국은 북한의 이같은 미사일 발사방식 채택은 이동식발사대(TEL)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국방백서 2016』에 따르면 북한의 TEL 보유 대수는 100여대다.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이보다 많은 250대 미만으로 추산한다. 화성-14형의 TEL은 8축16륜(바퀴축 8개ㆍ바퀴 16개)이다. 화성-12형은 6축12륜 TEL을 사용한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ICBM이나 IRBM을 나르려면 적어도 6축12륜의 대형 TEL이 필요하다”며 “북한이 현재 보유한 TEL의 대부분은 이보다 작은 것들”이라고 말했다.

북한으로선 대형 TEL이 금싸라기와 같은 존재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화성-14형의 TEL은 북한이 2010년 중국에서 수입한 대형 운반차량 중 하나다. 당시 북한은 임업용 벌목차량에 사용하겠다며 중국 회사로부터 6대를 사들였다.

유엔은 2013년 북한이 이런 식으로 수입한 대형 운반차량을 군사적 용도(TEL)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이후 중국 당국의 단속이 심해지면서 북한은 대형 운반차량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더구나 북한은 지난해와 올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형(무수단)을 발사하면서 두 차례의 폭발 사고로 대형 TEL 두 대를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 당국자는 “이런 사정으로 북한은 다른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지상 거치 발사대(TE)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5월 21일 북극성-2형 발사 때 미사일이 무한궤도식 TEL에 실려 발사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지난 5월 21일 북극성-2형 발사 때 미사일이 무한궤도식 TEL에 실려 발사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은 최근 북극성-2형 IRBM의 운반 차량을 리대식(무한궤도형)으로 제조했다. 또 지난 4월 15일 열병식에선 트랙터 발사대(MEL)에 탑재한 신형 ICBM을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이 TEL 부족을 극복하기위해 내놓은 나름의 대책으로 분석된다. 무한궤도형 TEL이나 MEL은 아무래도 대형 운반차량인 TEL보다 기동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지상거치 발사대(TE)가 이동식 발사대(TEL)보다는 기동력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미사일 발사 후 신속하게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원리는 같다”면서 “우리 군이 유사시 30분 안에 북한의 핵ㆍ미사일을 선제 타격하겠다는 '킬 체인(kill chain)' 구상이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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