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화물연대 운송거부] 협상결렬 배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운송료 인상 등을 둘러싼 화물연대와 운송업체.화주 간의 협상 결렬으로 '제2의 물류대란'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21일 이미 부산과 광양.의왕 등 지역별로 운송거부가 시작됐다. 기업들은 지난 5월에 이어 또다시 큰 부담을 안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만 화물연대 측은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운송거부가 시작된 이후에도 협상 타결의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황이다.

?무엇을 요구하나=화물연대는 지난 5월 정부와의 합의 이후 일반화물.특수화물.컨테이너 등 업태별로 운송업체.화주 대표와 운송료 인상과 운송료 현금 지급, 표준운송 요율표 작성 등에 관해 협상을 벌여왔다. 동시에 정부로부터는 11개 합의사항에 따라 ▶과적단속 제도 개선▶경유 인상분 보조▶초과 근무수당 비과세 등을 얻어냈다.

그러나 운송업체.화주의 경우 업체별로 규모나 재정상태가 천차만별이어서 일률적인 운송료 인상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엔 부문별 일괄타결을 주장해 온 화물연대 측은 시멘트(BCT.벌크 시멘트 트레일러)운송료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실상 타결된 컨테이너 운송료 조정도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또 화물연대 측은 정부에 대해서도 운송사업의 등록기준을 차량 한대로 완화, 지입계약이 필요 없는 개별등록제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엔 정부대책 있나=정부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차량으로 도로를 막고 운송을 방해하면 교통방해죄를▶집단으로 운송을 거부하면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처벌할 방침이다.

또 주요 물류시설에 점거농성이 일어날 경우 조기에 공권력을 투입해 해산시키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의 물류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 내에 비상수송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비(非)화물연대 차량 동원▶화물열차.해상운송 확대▶군인력 투입 등 대책을 강구 중이다.

대책본부 측은 "나름대로 시나리오를 짜고 대비하고 있어 5월과 같은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8일간의 운송거부 때는 약 6천6백억원의 운송.선적 차질이 발생했다.

?처벌 근거가 모호=화물연대가 도로 점거나 운송 방해 등 구체적인 불법행위 없이 단순한 운송 거부로 나올 경우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화물연대가 집에서 쉬는 방식으로 운행을 거부할 경우 이에 대해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5월의 운송거부 때는 경찰과 충돌하거나 다른 차량의 운행을 방해한 회원 13명이 폭력이나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불법행동을 하지 않은 채 집에서 가만히 있는 회원을 형사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법률 검토 결과 집단적으로 운송을 거부하면 업무방해죄에 해당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파업인가 아닌가=화물연대는 운송거부를 '파업'이라고 표현하지만 조합원들이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직이므로 파업이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화물연대의 '파업'이 노동법상 불법인지, 합법인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강찬수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