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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족 인기 여행지로 급부상하는 부산…천혜바다·편리한도심 다갖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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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사진 부산관광공사]

부산 해운대. [사진 부산관광공사]

미국 관광객 제이콥 이사벨라(28)는 지난달 20일 2박3일 일정으로 혼자 부산을 찾았다. 지하철 노선도 하나 들고 해운대, 광안리, 감천문화마을, 흰여울길, 국제시장을 모두 쉽게 찾아갔다. 그는 “치안 상태도 좋아 오후 10시 광안리 야경을 보면서 해변을 걸었다”며 “씨앗호떡, 밀면, 돼지국밥 등 음식도 맛있었다”고 말했다.

에어비앤비, 지난해 숙박 예약 상승률 세계 10위 #문화·관광인프라 모두 갖춘 국내 유일한 도시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에 축제·트래킹·먹거리 등 즐길거리 풍부 #‘츤데레’같은 부산 아재 민심에 훈훈했다는 여행 후기 잇따라

 부산이 ‘혼행족’(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의 인기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숙박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도시별 숙소 예약 상승률에서 부산은 103%로 세계 10위에 올랐다. 2016년 한 해 동안 1인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다. 1위는 멕시코 칸쿤, 2위는 베트남 호찌민, 3위는 독일 쾰른이다. 한국에서는 부산이 유일하게 10위안에 들었다.

 ‘서울에는 바다가 없고,  제주에는 도시가 없다. 하지만 부산에는 바다와 도시 모두 있다. 교통이 편리하고 치안도 좋다’  부산이 나홀로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여행지로 떠오르는 이유를 묻자 전문가들이 내놓은 분석이다.

 부산 지역전문여행사인 한세투어 박재홍 대표는 “대도시의 문화 인프라와 해안 도시의 관광 인프라가 모두 구축된 유일한 도시”라며 “무심하게 챙겨주는 일명 ‘츤데레’ 같은 부산 아재들의 민심 또한 매력 도시로 만드는데 한 몫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1일 부산을 찾은 김미정(36)씨 역시 무거운 가방을 아무말없이 낚아채 계단 위로 옮겨주는 부산 아재를 만났다. 김씨는 “아저씨에게 ‘고맙다’고 하자 ‘그게 뭣이라꼬’ 한마디 툭 던지고 가던 길을 가더라”며 “여행지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그 도시를 이미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6일 부산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을 찾는 방문객은 2600만여 명이다. 이 가운데 외국 관광객은 297만명으로 전년 대비 42% 늘었다. 부산 방문객 가운데 혼행족은 10% 내외로 추정된다. 박 대표는 “부산역에 혼자 여행가방을 끌고 다니는 관광객들이 몇 년전부터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부산으로 들어오는 항공, 크루즈, 고속열차가 많아져 접근성이 좋아진 영향”이라고 말했다.

부산 영도다리. [사진 부산관광공사]

부산 영도다리. [사진 부산관광공사]

2016년 부산에 입항한 크루즈는 209회로 57만명이 부산을 찾았다. 항공편은 12개국 40개 노선이 편성돼 주 1052편이 김해공항으로 들어왔다. 또 고속철 SRT도 개통돼 2016년 고속열차로 부산에 들어오는 방문객이 하루 평균 3만명 늘었다.

혼행족에게 교통과 치안도 중요하다.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부산은 7개 해수욕장을 지하철로 모두 갈 수 있고, 시티투어버스도 잘 갖춰져 있다”며 “렌터카 없이도 곳곳을 둘러볼 수 있고 밤 늦게까지 관광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치안이 잘 돼 있어 혼행족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중저가 숙박업소도 늘면서 부산은 부담없이 훌쩍 다녀올 수 있는 관광지가 됐다. 2015년 8000여개이던 호텔 객실수가 2016년 1만여개로 20% 늘었다. 10만원 미만의 중저가 비즈니스 호텔이 대부분이다.

부산 사하구 감천2동에 위치한 '감천문화마을' 전경. 이은지 기자

부산 사하구 감천2동에 위치한 '감천문화마을' 전경. 이은지 기자

 즐길 거리도 4계절 내내 있다. 봄에는 벚꽃·유채꽃 구경에 해파랑길·흰여울길 등 트래킹 코스를 둘러보기 좋다. 여름에는 해수욕을 즐기고, 가을에는 부산국제영화제, 불꽃축제, 원아시아페스티벌 등 다양한 축제가 있다. 겨울에는 온천관광을 즐길 수 있다.

로버트 캘리 부산대 교수 부부. 송봉근 기자 

로버트 캘리 부산대 교수 부부. 송봉근 기자

 부산의 매력이 널리 알려지면서 부산에 사는 외국인들도 늘고 있다. 부산거주 외국인은 2014년 3만8000여명에서 지난해에는 4만8000명으로 증가했다. 아시아계가 4만명으로 대부분이지만 미주(3700명), 유럽(2970명)계 외국인도 적지 않다. 영국 BBC 인터뷰 중 딸이 방 안으로 들어오는 해프닝으로 유명해진 로버트 캘리 교수도 부산에 살고 있다. 그의 아내 김정아 씨는 “주위 외국인 친구들이 부산은 크게 춥지도 덥지도 않아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제2의 수도답게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면서 물가는 싸 살기 좋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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