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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정치가 제일 중요”…직장인 75% 인사평가 ‘불신’

중앙일보

입력

직장인의 75%는 회사의 인사평가 제도를 믿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합리하고 불투명하고 불공정하다는, 이른바 ‘3불(不) 평가’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불합리·불투명·불공정’인식 강해 #대한상의 "후진적 인사평가 바꿔야 혁신기업 가능" #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대기업과 중견기업 직장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사평가제도에 대한 직장인 인식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75.1%는 ‘인사평가 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야근하는 직장인들. [중앙포토]

야근하는 직장인들. [중앙포토]

 신뢰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중복응답)는 인사평가가 ‘사내정치에 따른 평가’라는 답이 58.8%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개인 이미지로 평가’(41.2%), ‘연공서열’(35.5%), ‘온정주의적 평가’(27.5%) 라는 불만이 많았다.

 전자부품업체 A과장은 “평가기준이 불명확하고 평가과정도 일방적인 데다 근거마저 불분명하다”며 “상위고과를 받기보다 찍혀서 하위고과만 안 받으면 다행으로 생각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평가자에 충성할수록’(62.2%), ‘보수적 태도를 가질수록’(66.3%), ‘결과가 좋을수록’(70.2%)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답했다.

<어떤 항목이 인사평가에 영향 미치나>

자료:대한상의. 5.19~26 직장인 700명 설문조사결과

자료:대한상의. 5.19~26 직장인 700명 설문조사결과

 이는 특정 상사보다는 조직에 공헌하고,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태도를 지니며, 일하는 과정에서 법과 규범을 잘 지켜야 한다는 기업들의 ‘슬로건’과 반대되는 답들이다. 인사평가가 원칙 따로 현실 따로라는 얘기다.

 인사평가 자체가 ‘개인과 회사 모두에 도움이 안된다’는 답도 44.1%나 됐다. ‘회사에만 도움된다’가 34.6%였고 ‘회사와 개인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답변은 16.9%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인사평가가 성과와 역량향상에 효과가 없다’(52.7%)고 했고, 10명 중 4명은 ‘오히려 의욕을 꺾는다’(43.5%)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직장인들이 인사평가 제도의 효과를 의심하는 이유 중 하나로 기업의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평가문화를 지적했다.

 대한상의가 인사 부서장 7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상사가 부하를 단독 평가하는 ‘하향식 평가’를 하는 기업이 51.8%로 절반이 넘었다. 평가결과에 대해서도 ‘별다른 피드백 없거나 단순 통보만 한다’는 기업이 62.7%에 달했으며, 결과에 따라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기업은 37.3%에 그쳤다.

 대한상의는 “수직적인 평가관행이 상명하복과 불통의 기업문화를 조장해 혁신과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한 인사평가제를 활용해 선진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것과 대조되는 흐름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제너럴일렉트릭(GE)·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해외 선진 기업들은 강제적으로 등급을 매기고 차별적으로 보상하는 기존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는 추세다. 또 코칭 프로그램을 도입해 직원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구시대적 인사평가관행이 상시야근, 실적중시·규범무시, 도전기피 등 부정적 기업문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후진적인 인사평가 관행부터 고쳐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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