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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1세 英 엘리자베스 여왕의 장수 비결…쌀·파스타·감자 No!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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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91세인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활짝 웃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

올해로 91세인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활짝 웃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

전세계 군주 중 최고령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91). 올해 재위 65년을 맞아 영국 군주 중 최장 재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평생 금연, 저녁엔 탄수화물 자제 #평소 하루 식사는 네 차례로 나눠 소식 #식사 때는 와인 대신 드라이 마티니 마시고 #"초콜릿 앞에선 자제력 잃고 한 접시 뚝딱"

지난해 10월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88세를 일기로 타계한 데 이어 아키히토 일왕(84)이 건강악화 등의 이유로 왕위 이양을 앞두고 있다. 반면 엘리자베스 여왕은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감기에 걸려 수일간 공식일정을 소화하지 못한 적이 있지만 지난 3월 승마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건강을 과시했다.

일간 텔레그래프를 비롯한 영국 언론은 여왕의 건강유지 비결로 평생 금연은 물론, 저녁엔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 엄격한 식습관 등을 꼽았다.

15년간 영국 왕실에서 요리사로 일한 대런 맥그래디.

15년간 영국 왕실에서 요리사로 일한 대런 맥그래디.

1982년부터 11년 간 여왕의 전속 요리사를 지낸 대런 맥그래디는 최근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버킹엄궁의 메뉴는 여왕이 즉위한 뒤 63년간 거의 바뀌지 않았다”며 “여왕은 오랜 세월 먹어온 음식들을 여전히 먹고 있다. 새로운 음식들은 아주 천천히 단계를 밟아 시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맥그래디 셰프는 93년 왕세자 가족이 머무는 켄싱턴궁으로 자리를 옮겨 4년간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과 윌리엄·헨리 왕자의 식사를 책임지며 총 15년 간 왕실 요리사로 일했다.

2008년 윈저성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과 만찬에 앞서 건배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여왕. 공식 만찬이 없는 날에는 영국 가정식 요리를 즐긴다. [중앙포토]

2008년 윈저성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과 만찬에 앞서 건배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여왕. 공식 만찬이 없는 날에는 영국 가정식 요리를 즐긴다. [중앙포토]

맥그래디에 따르면 미식가인 찰스 왕세자와 달리 엘리자베스 여왕은 식탐이 많지 않다. 그는 “찰스 왕세자는 맛있는 음식을 찾기도 하고, 유기농 식재료 등에도 관심이 많다. 이에 비해 여왕은 식사 패턴을 거의 바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여왕은 공식 식사자리를 제외하고는 평소 하루 네 차례에 나눠 소식(小食)을 한다. 점심엔 주로 야채를 곁들인 생선요리를 즐겨 먹는데 쌀과 파스타·감자 같은 탄수화물은 점심과 저녁엔 극도로 자제하는 편이다. 여왕은 또 평소 근검절약을 실천하고 있어서 장식용으로 접시에 올린 레몬 하나까지 버리지 말고 다른 요리에 활용하도록 지시한다고 한다. 여왕이 유일하게 자제력을 잃는 음식은 초콜릿이다. 특히 초콜릿 쿠키를 좋아해 주위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앉은 자리에서 한 접시는 거뜬히 비운다고 한다.

여왕은 샤르보넬 워커나 벤딕스, 프레스타트 등 명품 수제 초콜릿 브랜드 외에 캐드베리나 네슬레 같은 대중적인 초콜릿도 즐겨 먹는다고 한다.

영국 명품수제 초킬릿 샤르보네 워커

영국 명품수제 초킬릿 샤르보네 워커

영국 왕실에 납품되는 고급 초콜릿 브랜드 프레스타트.

영국 왕실에 납품되는 고급 초콜릿 브랜드 프레스타트.

영국 여왕의 식단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마늘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또 양파는 가급적 적게 이용한다. 크고 작은 행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만나기 때문에 향이 강한 식재료는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테이크는 웰던으로 굽는다.

다음은 맥그래디가 영국 신문 텔레그래프에 공개한 엘리자베스 여왕의 평일 하루 식단이다.

얼그레이 티와 비스킷.

얼그레이 티와 비스킷.

아침
평소 아침식사 시간은 오전 9시다. 부군 필립공(96)은 8시30분에 별도로 아침식사를 해왔다. 그러나 최근 필립공이 건강상의 이유로 올 가을 공식활동에서 은퇴하기로 결정한 이후엔 가급적 부부가 함께 아침식사를 하려 하고 있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한다. 여왕은 먼저 비스킷을 곁들인 얼그레이 티를 마신다. 평소엔 여기에 과일과 시리얼·요구르트를 먹는다. 가끔 시리얼 대신 토스트에 마멀레이드를 발라 먹기도 한다. 또는 여기에 스크램블에그와 훈제연어를 곁들인다.

샐러드를 곁들인 닭가슴살 스테이크.

샐러드를 곁들인 닭가슴살 스테이크.

점심
레몬과 얼음을 듬뿍 넣은 진 등 가벼운 식전주를 마신다. 식사는 생선 혹은 닭고기에 샐러드를 곁들인다. 접시에 부드럽게 삶은 시금치나 주키니를 깔고 그 위에 메인요리를 얹는다. 감자나 쌀·파스타는 먹지 않는다.

간식
오후엔 가벼운 핑거 샌드위치나 스콘·케이크 중 하나를 차와 함께 먹는다. 샌드위치는 오이나 훈제 연어를 넣는 게 일반적이지만, 가끔 라즈베리 샌드위치도 즐긴다.

저녁
양고기나 로스트비프 등 고기요리가 메인으로 식탁에 오른다. 버섯 크림소스를 곁들인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 혹은 사슴 스테이크를 좋아한다고 한다. 식사중에는 드라이 마티니를 마시며, 와인은 마시지 않는다. 디저트로는 윈저성의 온실에서 키운 백도나 딸기를 즐겨 먹는다. 초콜릿 무스도 가끔 상에 오르며, 디저트에 맞춰 샴페인을 한 잔 마시는 날도 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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