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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 윤석열과 신정아 사건 수사한 특수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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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명의 검찰총장 후보 중 문무일(56·사법연수원 18기) 카드를 선택했다. 전직·여성 등의 파격 인사를 피하고 공안보다는 특수수사에 밝은 문 후보자를 골랐다.

법무장관·검찰총장 후보 모두 호남 출신 #특수수사 전문이지만 기획·공안도 경험 #윤석열 지검장과 '신정아 수사' 때 호흡 #검찰 선·후배 "온화한 원리원칙주의자" #1994년 '지존파' 수사는 '교본'으로 평가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문무일 부산고검장이 4일 청문회 준비 사무실을 점검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문무일 부산고검장이 4일 청문회 준비 사무실을 점검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 후보자의 지명 배경에 대해 “검사생활 동안 정치적 외풍에 특별히 흔들린 적이 없다는 게 장점으로 꼽혔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수사통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획과 공안업무 등을 두루 거쳐 검찰업무에 정통한 데다 업무 조정 능력이 뛰어나 조직 안정과 개혁을 동시에 추진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자는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제일고,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임명되면 김종빈 전 총장 이후 12년 만에 호남 출신 검찰총장이 된다. 전남 무안 출신인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비호남 총장설’이 나왔지만 과거의 관행이 적용되지 않았다.

문 후보자는 대표적인 검찰 내 ‘특수통’으로 꼽힌다. 대검 중수1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거치며 굵직한 사건을 처리했다. 세세한 부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핵심 줄기를 잡는 수사를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4년 전주지검 남원지청 재직 때 수사한 ‘지존파 사건’은 아직까지도 검찰 수사의 교본으로 불린다. 경찰의 허술한 초동수사에 재수사를 지휘해 단순 추락사로 보였던 변사체에서 살해 흔적을 발견해 냈다. 이를 단서로 전국을 뒤흔든 지존파 일당의 범죄행각을 밝혀냈다.

2004년엔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에 참여해 최도술 당시 총무비서관을 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2008년) 때에는 이른바 ‘BBK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주가 조작 및 사문서 위조, ‘기획입국설’ 의혹을 수사했다. 2015년엔 ‘성완종 리스트’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당시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를 기소했다. 정치적 논란의 소용돌이에 빠진 사건에서 검찰의 '구원투수' 역할을 자주 맡았다.

이번 정부에서 파격 임명된 윤석열(56·23기) 서울중앙지검장과도 인연이 깊다. 2007년 대검찰청 중수1과장 시절 ‘변양균·신정아 게이트’ 수사를 지휘하면서 파견검사였던 윤 지검장과 호흡을 맞췄다.

문 후보자와 근무했던 검찰 관계자는 “당시 수사 도중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되자 정상명 당시 검찰총장이 문 후보자에게 구원투수이자 사실상 주임검사 역할을 맡겼다. 큰 무리 없이 수사를 종결해 호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현직 검찰 선후배들은 “온화하지만 깐깐하고 원리·원칙을 지키는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문 후보자는) 수사 중 어떤 여론이나 정치 풍향도 따지지 않고 오로지 원칙대로 처리해 왔다. 큰 사건을 많이 맡았음에도 특정 정권의 꼬리표나 정치 성향에 대한 품평이 나오지 않은 이유다”고 말했다.

다른 후배 검사도 “대검 특별수사지원과장, 과학수사2담당관 시절 기업 회계분석 수사와 디지털 포렌식 수사기법의 기초를 마련했다. 수사기법 현대화의 숨은 공로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자는 청문회를 통과해 임명된 이후에도 넘어야 할 산을 앞두고 있다.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본격화될 검찰 개혁의 대상이자 주체라는 이중적 입장에 서기 때문이다. 이른바 우병우 라인 등 지난 정부에서 검찰에 씌워진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씻으려면 조직에도 손을 대야 한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의 탈검찰화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부의 반발과 저항을 다독여야 한다.

문 후보자는 지명 직후 "엄중한 시기에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국민과 형사사법 분야 종사자들이 생각하는 것, 시대 상황이 바라는 것을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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