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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스마트폰 밖 학생은 왕따인가요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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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재·서정환

통계청이 올 초에 발표한 '2016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가입률은 90.6%다. 인구 10명 중에 9명은 스마트폰을 쓴다는 의미다. 그야말로 '스마트'한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은 또 얼마나 스마트한가. 테두리를 줄이고 화면을 키우는가 하면, 사람의 눈처럼 렌즈가 두 개 달린 듀얼 카메라를 앞뒤로 탑재한 스마트폰까지 출시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그 스마트한 시대에 동참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핸드폰은 크게 세 가지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와 피처폰 이용자,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닌 스마트폴더 이용자다. 4차산업혁명을 앞둔 이 시대에 피처폰과 스마트폴더라니! 이 두 종류의 핸드폰은 보통 학업 때문에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학업을 위한 (어쩔 수 없는)선택이 청소년 본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다. 반면 ‘긍정적이지 못한 경우’는 종종 봐왔기 때문에 간략히 소개해 보겠다.

정체성을 잃은 휴대전화 '스마트폴더'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스마트폴더가 막 나왔을 때는 꽤 인기를 끌었다. 효도폰이라고 불리며 노년층에서 인기를 끌었고, 카카오톡(이하 카톡)이 가능한 핸드폰라는 사실 때문에 학생들도 많이 구입했기 때문이다. 카톡을 써야 하니 스마트폰을 사달라는 아이들의 요구에 부모님도 스마트폴더폰 정도면 카톡이 가능하고 학업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스마트폴더가 널리 보급된 데엔 이런 슬픈 이야기가 있다.

스마트폴더 이용자 신OO(고 1) 학생 역시 "카톡이 해결돼 친구들과 최소한의 연락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OO 학생은 이렇게 덧붙였다. "너무 작은 화면에 2G폰인지 스마트폰인지도 구별이 안 되는 ‘끔찍한 혼종’"이라고. 또 통신사의 서비스 지원이 제한적이고 기기의 용량도 부족하다. "추가로 메모리 카드를 꽂지 않는 이상, 평소 이용에 불편함이 많다"는 것이 신OO 학생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도 존재한다. 배터리가 오래 간다는 것, 튼튼하다는 점이다.

그래도 피처폰에 비하면 스마트폴더는 양반이다.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좋은(?) 의도를 가뿐히 넘어서는 치명적 단점을 가진 것이 바로 피처폰이기 때문이다.

카톡방의 왕따, 피처폰

피처폰의 메모장 기능을 이용해 영어 단어를 외우는 학생. [사진=중앙포토]

피처폰의 메모장 기능을 이용해 영어 단어를 외우는 학생. [사진=중앙포토]

우리는 ‘카톡’을 일상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친구와 수다를 떠는 데 사용하는 것은 물론, 학교나 친구들 사이에 전해지는 공지사항까지 카톡으로 이야기한다. 이런 세상이니 카톡을 쓰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배려할 수 있을까? 우리도 모르는 사이 소외되는 학생이 있지는 않을까?

한 학생의 사연을 들어봤다. 카톡을 사용할 수 없는 피처폰을 쓰는 이OO(고 1) 학생은 이렇게 토로했다.

“사실 공식적인 일, 예를 들면 담임선생님의 공지는 피처폰만 있어도 크게 문제 없이 받을 수 있어요. 이런 건 문자로도 다 전달이 되거든요. 하지만, 학생사이에도 서로 주고받아야 할 중요한 정보가 있거든요. 그런 경우에 아이들이 피처폰을 배려하는 경우는 흔치 않아요. 동아리 단체 톡방 같은 경우가 그래요. 저만 늦게 정보를 받는 점도 충분히 지장이 있지만, 그보다 훨씬 큰 문제는 제가 동아리의 의사 결정 같은 것에 참여하질 못한다는 사실이에요. 사회에서 뒤처지는 거죠. 학업을 위해서 친목까진 어느 정도 포기할 수 있다고 백번 양보해도, 친목 도모 같은 일이 아니라, 진짜로 학교생활에 꼭 필요한 부문에서조차 뒤처진다면, 저는 어떻게 하면 좋죠? 포기해선 안 되는 것까지 포기할 순 없잖아요.”

휴대전화가 없으면 본인 인증도 안 되는 세상

다수 안에 소수를 억지로 끼워맞추어야 하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우리는 왜 소수의 학생을 배려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는 걸까. 그 소수 중에는 휴대전화가 아예 없는 학생도 있다. 휴대전화조차 없는 학생들은 일상생활에 제법 큰 불편을 느낄 정도였다.

그 중 하나가 본인인증이다. 인터넷에서 스스로를 인증하기 위해 하는 본인인증 절차다. 본인인증에 주로 쓰이는 방법이 바로 휴대전화다. 아이핀 같은 수단을 이용하려고 해도 원격으로 발급 받으려면 휴대전화 인증이 필요하다. 결국 주민센터 등에 직접 방문해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살아가는 방법은 다 있다.

큰 쪽박이 깨지면 작은 쪽박이라도 제 역할을 한다 했다. 피처폰 이용자도, 핸드폰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나름대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 등의 SNS를 이용하는 것이다. 카카오톡 없이도 나름 친구들과의 정보 교환이 가능하다. 심지어 스마트폰 공기계를 이용해 와이파이가 가능한 지역에서 카카오톡도 사용할 수 있다.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어떤 사정이건 간에 스마트폰을 포기한 청소년들이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각자 힘든 점이 많겠지만, 결국 우리가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고 있는지, 무엇을 잃고 있는지를 잘 따져보고 최선의 선택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하다 못해 내 의견을 잘 정리해서 이야기한다면, 부모님을 설득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

글=김현재(고양 서정고 1)·서정환(고양 일산대진고 1) TONG청소년기자 화정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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