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독ㆍ일 정상회담 때와 다른 기자회견-왜?

중앙일보

입력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무역역조와 관련해 강력한 압박으로 일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가 한국에 비해 훨씬 큰 일본과 독일과의 정상회담 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압박이 강했기 때문이다.

무역적자 규모 한국보다 훨씬 큰데도 압박 수준은 한국이 높아 #기자회견 발표문 절반을 무역 불공정에 할애하며 압박 #관례상 있었던 기자 질문도 받지 않고 바로 백악관 안으로 이동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첫 한·미 정상회담 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절반 정도를 한국과의 ‘무역 불공정’에 할애했다. 특히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는 110억 달러(약12조5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그다지 좋은 딜(deal)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자동차와 철강산업을 언급하면서 “굉장히 심각한 무역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철강과 관련해선 “중국산 덤핑 철강제품의 수입을 한국이 금지해야 한다"고 문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언론에 공개된 확대정상회담 앞부분에서도 확인됐다.  그는 “미국은 많은 나라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 우리는 그걸 허용할 수 없다”며 “한국과 바로 (불균형 해소를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한국과 FTA 재협상에 착수할 것임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뒤 박수를 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뒤 박수를 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날 두 정상은 공동 언론발표문을 각각 7분씩 번갈아 읽었다. 그러나 대기하고 있던 양국 취재진의 질문은 일절 받지 않고 야외 회견장에서 곧장 백악관으로 걸어 들어갔다. 독일과 일본 정상들과의 공동 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상세하게 대답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트럼프가 정상회담 뒤 매번 취재진 질문을 받은 것은 아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리 총리와의 회견에선 취재진과의 문답이 없었다.

◇미국의 국가별 무역 적자 규모(2016년, 단위:달러)

순위

국가

적자 액수

1

중국

3656억

2

독일

741억

3

일본

686억

4

멕시코

483억

5

한국

283억

자료:미국 상무부

AP통신 등 외신들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과 전략을 비중 있게 전했다. 대미 무역흑자 규모에서 한국(5위)은 독일(2위), 일본(3위)보다 후순위인데도 상대적으로 강한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3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 때는 직전까지 무역수지 불균형과 관련해 강한 발언을 쏟아냈지만 정상회담 당시와 그 뒤로는 우호적인 협력을 강조하는 등 톤을 달리했다.

실제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발표에선 “자유롭고 공정하고 호혜적인, 두 나라에 모두 도움이 되는 무역 관계를 추구할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양국 간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독일과의 관계에서도 정상회담 전에는 트럼프의 측근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나서 "독일이 유로화 가치를 큰 폭으로 절하해 미국과 유럽연합과 그 회원국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선 우호적이고 원론적인 표현으로 양국 경제 관계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외교라인이 부재했던 상황에서 한·미 FTA가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도 큰 이익이 되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설득 작업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한 환대 사진. 아베 총리는 대통령 전용기를 타기도 했다.[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한 환대 사진. 아베 총리는 대통령 전용기를 타기도 했다.[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가 지난 3월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했다. [로이터=뉴스1]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가 지난 3월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했다.[로이터=뉴스1]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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